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강행에 따라 박근혜정부가 출범 이후 최초로 본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진영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었던 인물이라 충격파는 더욱 크다. 그렇다면 다른 부처의 장관들의 현재 입지는 어떨까? 황교안 법무부 장관처럼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사례가 있는가 하면 윤병세 외교부장관이나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처럼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들 장관의 현황과 더불어 향후 교체될 가능성은 있는지 짚어본다.

박근혜 정부가 예상외의 지점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바로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기초연금 축소 사안을 둘러싼 항명 및 전격 사퇴다. 정계에서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진영 장관의 사퇴는 그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온다”고 입을 모은다.
진영 장관 사퇴는 책임장관제의 실패?
한편으로 진영 장관의 사퇴 이유를 둘러싸고 정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책임장관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신중한 성품으로 유명한 진영 전 장관이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듯한 상상하기 힘든 행동을 보였던 이유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만큼 진영 장관이 전 장관직을 수행하며 돌이키기 힘든 좌절에 부딪쳤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동정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정부는 초기에 연속적인 인사 낙마 사태 및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며 “특히 허태열 비서실장과 곽상도 민정수석 등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김기춘 비서실장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등으로 교체되면서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고 진단한다.
이 정치평론가는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사태로 여론의 질타를 크게 받은 청와대는 전임자들에 비해 ‘강성’ 인물들로 면모를 쇄신하며 흔들리는 기강을 바로 잡으려 한 것 같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역효과로 실무 부처와의 갈등이 전면적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항간에서는 강경 성향의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과 실무 책임자인 장관들 사이에서 일종의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는 것이다. “진영 전 장관 또한 본인이 기초연금과 관련된 공약에 관여한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벽’에 가로막혀 줄곧 소외받아왔다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다른 부처의 장관들은 어떨까? 상당수 정계 관계자들은 “청와대와 다른 부처 사이의 관계가 진영 전 장관의 경우처럼 파국적이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원활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청와대에서 주도권을 갖고 진두지휘하면 장관들 및 부처는 뒤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는 형국”이라는 비판이다.
이렇게 ‘책임장관제’ 공약이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장관들이 있기는 하다. 바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에서 황교안 장관은 ‘엄청나게 튀는’ 행보를 보여 논란의 범위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빚고 있다.
업무 수행능력에서 긍정 평가 받는 김관진·황교안 장관
황교안 장관은 “채동욱 검찰총장을 감찰하라”는 지시를 전격적으로 내려 결국 채 총장이 사표를 내고 물러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청와대와 황 장관 사이의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장관 추진력 차원에서 보면 어느 정도 독자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계에서는 “어찌 됐든 황교안 장관이 진영 전 장관처럼 청와대에 휘둘리거나 좌절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데서 차별점은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야당의 공격은 물론 여론의 역풍을 정면으로 맞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황교안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결의해 향후 파란이 예상된다.
한편 황교안 장관과 더불어 ‘소신 있는’ 인상을 주는 장관으로는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꼽힌다. 2010년 12월 이명박 정부 시절 장관 자리에 올라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임되어 현재까지 관직에 있는 유일한 인물인 김관진 장관은 대북관계를 비롯하여 전시군사작전권 등 첨예한 사안을 비교적 무리 없이 처리하고 있다.
또한 김관진 장관은 잇따른 특혜 시비로 국민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온 연예병사 제도도 전격적으로 폐지해 형평성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결단력 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어쩌면 임기 끝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을 황교안 장관에 비해 김관진 장관은 튀지 않으면서도 책임감 있게 사안을 처리해 나가는 면모가 돋보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장관들은 ‘존재감’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계 관계자들 상당수는 이 가운데에서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계 관계자들은 “현오석 경제팀은 대외 위기 대응 면에서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첨예한 사안인 세제 개편안이나 경제민주화 추진 면에서는 상당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처럼 현오석 부총리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소신을 거의 드러내지 못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 역시 ‘무색무취’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미·대일 관계 같은 중대한 사안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윤 장관의 입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류길재 통일부장관 또한 대북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통일’ 자체에 관련된 업무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오히려 류 장관은 최근 이산가족상봉 연기 조치를 둘러싸고 이른바 ‘부모-자식론’을 발언해 북한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 역시 최근 한국사 교과서 논란으로 업무 능력 및 갈등 조정에 대한 시험대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첫 내각은 사실상 ‘부정적’

한 정치평론가는 “청와대가 내각 인사를 단행하면 소규모가 아닌 중폭 이상의 개각이 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전망한다. “그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못 보이거나 청와대와의 교감 능력에 한계를 보인 장관을 상당수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청와대가 ‘리더십 위기’라는 오명을 일신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계에서는 새누리당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거나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장관들을 중심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 서울시장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이 여기에 해당된다.
김관진 국방부장관 또한 정계 안팎의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 유임 인사라는 점에서 “결국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어찌됐든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파문에 연루된 논란의 주인공이 됐으니 결국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진영 전 장관 사퇴의 여파로 결국 거취에 변동이 올 확률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복지공약 후퇴와 세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핵심 부처로 꼽혔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그동안 보인 성과가 미흡하다”고 비판받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 등도 교체설 대상자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류진룡 문화체육부장관도 교체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정계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에 전격적으로 청와대 비서진 인사를 단행했던 전례를 비추어 보면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내년 초 업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장관들을 중심으로 개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일단 현재 청와대에서는 “당분간 개각은 없다”고 못박아두고 있지만 시기가 언제 됐든 개각 가능성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의 첫 내각은 사실 긍정적인 점수를 못 받게 되는 것”이라며 “향후 개각에서 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책임장관제를 보다 확실하게 보장하지 않으면 현재의 난맥상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