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과 세출 특성 파악한 후 재정정책 시행해야 할 것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두 가지 이슈 가운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킨 정치적 사안이라면, 감세 논쟁은 경제정책 이슈에 속한다. 정치인의 관심권에서 경제 이슈는 거의 늘 뒷전에 밀렸지만, 세금만큼은 달라 보인다.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만큼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확실하고 화끈한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감세안을 표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고 공격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이다. 사실 감세 주장은 우리나라의 여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기도 한다.
사실 필연저긍로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도 저하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감세 주장은 우리나라의 여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한창 달궈지고 있는 감세정책의 감춰진 모습을 따져보고,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 활용방안을 짚어 보았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최근 정치권의 감세 주장은 과연 정부재정 규모나 지출 내용, 그리고 현 경제상황 등을 면밀히 분석한 연후에 나온 것일까? 현 시점에서 정부재정과 관련해 감세정책 주장의 허와 실을 꼼꼼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 날 IMF 사태를 통해서 ‘비싼 수업료’를 내며 맛보았던 환란처럼 한 번 재정이 파탄나면 다시 복구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지만 반대하는 쪽 의견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재정적자로 인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부도 감세정책에 반대하기는 마찬가지.
◆ 계속적인 재정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정부의 재정은 국민의 세금과 정부 보유 재산 매각, 국공채 발행, 각종 수수료 수입 등으로 충당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국방, 외교, 치안 등 국가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역할을 하게 되며 경제개발 및 사회복지, 교육 등 국가 발전을 위한 분야에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재정은 곧 이러한 정부의 재원 조달 및 지출 활동을 포괄하는 말인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재정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민간 부문이 하기 힘들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영역이 날이 갈수록 더욱 더 넓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 특히 우리의 경우 저출산·보육·노인문제·교육·기초과학기술 투자 등 써야 할 곳이 산적해 있다.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소홀했던 공공서비스를 정부가 확대·강화해야 할 때를 맞은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단기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감세해 재정을 축소한다면 종국에는 3류 국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은 복지·교육·의료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정부 비중이 큰 편이다. 이에 대한 부담은 국민이 진다. 우리의 경우 이제야 재정에서 복지 지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다. 우리의 복지 지출 비율은 재정의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5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재정 지출의 지속적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감세하면 지원은 당연히 줄어들 것
정부는 내년 예산의 주안점을 양극화 해소와 성장동력 확대에 두었다. 예컨대 사회적 일자리 지원에 올해는 1,691억 원을 지원했으나 내년에는 2,909억 원으로 72.0% 늘렸다. 육아 지원도 6,147억 원에서 9,361억 원으로 52.3% 증액했다. 교육이나 중소기업 분야 등도 지원액이 대폭 늘었다. 감세하면 이러한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서민·중산층에 지원되는 공공서비스 혜택이 축소되는 것이다. 민간이 하기 힘든 분야의 투자가 줄면 당장은 별 표시가 나지 않지만 결국 성장까지 발목이 잡혀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세정책을 펴자는 측에서는 8조9,000억 원을 감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받아들여 감세하면 국가재정 운용상 지출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국채는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이다.
하지만 우리는 감세를 하면서까지 국채를 발행할 처지가 못된다. 향후 5년간 우리는 43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복지 수준과 성장동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 세수 부족 등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는데 국채 발행을 확대하는 것은 재정 건전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공공서비스 외에 정부가 부담할 사회적 비용은 수없이 많다. 선진국의 경우 방과후 활동·임대주택·의료비 등을 사회가 함께 부담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런 비용의 대부분을 개인이 부담한다. 이러한 경비는 어려운 계층을 더욱 어렵게 해 양극화를 심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가’ ‘성숙한 사회’를 자부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재정의 역할을 강화해야 정부가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
◆ 경상경비 절약만으로 대규모 재원을 충당하기에는 한계 있어
현재 우리나라는 내수 부진 등에 따라 세수도 점차 줄어드는 형편이다. 이런 마당에 감세하면 국가재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수입이 줄어든다면 빚을 지는 것이 불가피하고, 그 다음에는 국가 파산선고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이다. 세수는 2004년 예산 대비 4조3,000억 원이 부족한 데 이어 2005년에도 4조6,000억 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민간소비 등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내년 예산의 안정적 조달도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국세 수입의 70% 이상 차지하는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6조6,000억 원(2005년 예산 기준)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감세 조치로 인한 재정적자는 향후 재정 운영에 지속적이고 누적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세금의 특성상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 힘들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율을 높이면 민간소비나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국민의 조세저항을 불러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누구나 공감하듯 사회복지·환경·농어촌 등에 대한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할 상황에서 감세정책을 펼 경우 세입기반 자체가 붕괴돼 원활한 재정 운용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감세 조치 여부를 떠나 지속적으로 씀씀이를 줄이고 구조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절약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나 그 규모로 볼 때 경상경비 절약만으로 대규모 재원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경상경비로 분류하는 관서 운영비, 여비, 업무추진비 등은 일상적 조직운영뿐 아니라 특정 사업을 추진하는 데 소요되기 때문에 경상경비를 지나치게 줄일 경우 투자사업의 정상적 추진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 그 나라의 세입과 세출 구조의 특성 파악해야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도 강도 높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절감 재원 마련 및 활용에 한계가 있다. 2005~200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총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6.3%로 경상경제성장률(연 7.3~7.5%)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규모 비율이 하락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 세입 세출 구조의 특성을 무시하고 감세를 통해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은 책임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재정의 한 축인 세입을 묶어 놓고 역할을 다하라고 하면 수긍할 수 없다. 재정의 양대 축은 세입과 세출이다. 지출을 그대로 놔두고 감세하려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감세정책을 주장하려면 합리적 지출 삭감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감세정책 또는 재정지출 확대 정책의 선택 여부는 나라마다 다른 경제·사회적 여건과 경제 운용의 기본 철학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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