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증권 윤장섭 회장과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은 시장이 인정하는 ‘자사주 쇼퍼(Shopper)’들이다. 주식시장에서 하루라도 이름이 보이지 않으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배당금이 재투자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자사주 매입행보에 대한 시장의 해석 및 배당수익 규모를 살펴봤다.
자사주 쇼퍼 ‘원조’ 윤장섭, 올해 배당수익 늘어
떠오르는 다크호스 강영중, 중간배당까지 ‘짭짤’
◆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이 보통주 290주와 우선주 230주를 각각 매입했다고 8일 공시했다. 평균 매입가는 보통주 1만1703원, 우선주 1만493원이다. 이에 따라 윤 명예회장은 보통주 162만2003주(14.30%)와 우선주 72만3655(20.70%)를 보유하게 됐다. 합산 지분율은 15.81%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윤 명예회장은 올해 1월 2일부터 10월 8일까지 121차례에 걸쳐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보고서를 냈다. 이 기간 윤 명예회장이 보유한 보통주는 1만1160주 증가했고, 우선주는 1만5780주 감소했다. 우선주 감소는 증여와 기부 때문이다.
통상 오너일가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확보, 주가부양 의지 등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유화증권은 윤 명예회장과 장남 윤경립 유화증권 사장 등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4%가 넘는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행보는 아니라는 얘기다. 주가부양 의지로 보기에도 그 규모가 작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윤 명예회장의 자사주 매입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는 월평균 거래량이 총 유동주식 수의 1%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는데 유화증권은 일 거래량이 평균 수백 주에 불과할 정도로 거래량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윤 명예회장의 배당수익은 얼마나 될까. 유화증권은 2012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1주당 보통주 600원, 우선주 650원을 책정했다. 배당성향(현금배당/당기순이익)은 64.50%였다. 윤 명예회장이 올해 거둬들인 배당수익은 14억4100만원(3월 말 기준). 1년 전 13억2200만원(보통주 550원·우선주 600원)보다 약 1억2000만원 증가한 수치다.
이는 윤 명예회장의 보유주식수가 늘어난 데다 배당금이 늘어난 결과다. 내년에도 윤 명예회장은 짭짤한 배당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윤 명예회장의 보유주식수가 늘었고, 유화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증가한 탓이다. 지난 3년간 유화증권 배당성향이 63% 내외였다는 점에서 나오는 예측이다.
◆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의 자사주 매입도 관심을 끈다. 대교는 9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강 회장이 보통주 7500주, 우선주 27만4000주를 매입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평균 매입가는 보통주 6792원, 우선주 3677원이다. 따라서 강 회장의 보통주는 351만3870주(4.15%), 우선주는 148만5630주(7.65%)가 됐다. 합산 지분율은 4.80%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강 회장은 올해 1월 14일부터 10월 4일까지 81차례에 걸려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보고서를 냈다. 이 기간 강 회장의 보통주와 우선주는 각각 14만4540주, 59만7790주가 늘었다. 특히 우선주를 대폭 매수하며 강 회장의 배당수익은 더욱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교는 2012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1주당 보통주 210원, 우선주 220원을 책정했다. 배당성향(현금배당/당기순이익)은 62%로 전년도(40%)보다 대폭 뛰었다. 결산배당으로 강 회장이 거둬들인 수익은 9억300만원(12월 말 기준). 중간배당으로 받은 4억8900만원(6월 말 기준)까지 올해 강 회장의 배당수익은 약 14억원이다.
여기다 대교홀딩스가 거둬간 배당수익까지 고려하면 강 회장의 배당수익은 더 커진다. 대교홀딩스는 대교로부터 약 147억7500만원(결산배당 96억9600만원·중간배당 50억7900만원)의 배당을 받았다. 대교홀딩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올해 보통주 900원, 우선주 950원씩의 배당을 실시했고, 강 회장은 44억6000만원(495만5660주·지분율 81.99%)을 배당받았다.
유화증권과 마찬가지로 대교그룹도 지배구조가 탄탄하다. 강 회장을 비롯해 대교홀딩스(보통주 54.51%)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2%가 넘는데다 대교홀딩스는 강 회장이 최대주주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 측도 강 회장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잠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세들의 보유지분은 미미한 가운데 강 회장만 보유주식수를 늘리고 있는 것과 관련, 의아함을 표하기도 한다. 현재 대교의 경우 강 회장의 두 아들(호준·호철) 지분율은 0.03%씩에 불과하다. 대교홀딩스 지분율도 0.04%씩으로 강 회장의 형제인 경중(3.07%)씨와 학중(5.23%)씨보다 적다. 두 아들을 위한 강 회장의 지분증여가 점쳐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