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초심은 어디갔나?
박근혜 대통령 초심은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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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또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100% 국민대통합’을 약속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갈기갈기 찢기고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아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야권은 기대하지 않는 척했지만, 내심 박 대통령이 그런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주길 희망했다.

국민적으로도 기대하는 바가 남달랐던 것은 물론이다. 그가 가진 최초의 여성 리더십이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우리 사회의 상처들을 보듬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갈등과 반목에 지친 국민들은 ‘박근혜’를 통해 힐링이 될 수 있길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취임 8개월을 맞이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기대와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취임 전 인수위 시절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인사 문제는 정권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측근 인사들을 되도록 멀리하려는 노력은 엿보였지만, 그게 다였을 뿐이다. 반대여론이 들끓는 가운데서도 강행한 인사들은 윤창중 사태 등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박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휘청거렸다.

그리고 한동안은 박근혜號가 문제를 수습하고 정상항해를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오래된 믿을 만한 사람들을 대통령 주변으로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그 중심에 서 있으며, 청와대 공천 입김설까지 떠돌았던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야당과의 거리는 더 벌어지고 말았다.

양건 감사원장을 비롯해 채동욱 검찰총장, 그리고 측근이면서도 뜻을 달리했던 진영 보건복지부장관까지. 이들의 미심쩍은 퇴임도 무성한 뒷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100% 국민대통합’ 나라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는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자리를 비어두고 있던 공기업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낙하산은 옳지 않다”고 그토록 강조하던 박 대통령이 대선 공신들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이규택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등 선거를 도왔던 인사들은 속속 자리를 꿰찬 상황이다.

역대 정권과 전혀 다를 것 없는, 내 식구 챙기기 인사가 이뤄진다면 국민은 어느 누구도 박근혜 대통령의 ‘100% 국민대통합’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배신감만 불러오며, 또 다시 국민적 갈등을 부추기고 말 것이다.

약속은 소중한 것이다.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두고 박 대통령은 국가 재정상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코 ‘공약 파기’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 있기에 이런 변명은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나 측근 챙기기, 보은인사에 대한 변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더라도 부디 변명할 거리라도 있다면 좋겠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공개석상에서 ‘보은인사’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이는 정치적으로도, 국민 정서적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조금 어렵고, 조금 촉박하고, 조금 더디더라도 다수의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 다잡아먹었던 마음처럼 모든 국민이 행복한, 그리고 화해와 협력을 이룰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100%’는 박근혜 대통령 자신을 사랑하고 따르는 국민 뿐 아니라, 미워하고 비판하는 국민도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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