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남양유업으로 불리며 또 다시 ‘갑의 횡포’ 공분을 불러일으킨 아모레퍼시픽이 14일, 손영철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사과의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피해자 보상책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과의 글을 통해 “아모레퍼시픽 직원이 특약점 경영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이런 불미스런 일로 아모레퍼시픽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사안은 수 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지만 저의 직원의 부적절한 언행과 책임을 통감하며, 빠른 시일 내에 진상을 파악하고 피해를 입으신 분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사업 파트너들과의 상생이 우리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방향임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고, 앞으로 고객님께 더욱 사랑받는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들이 보다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여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언주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갑의 횡포에 대한 대책이나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와 피해보상 등 실질적인 내용은 없이 일이 커지는 것만 막아보자는,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허한 사과문이었다”며 “정말 사과를 하는 것인지, 회사 광고를 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고 힐난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게다가 사과라며 성명서만 한 장 달랑 내놓았다”며 “진정성뿐만 아니라 성의마저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논란이 됐던 남양유업과 비교해서도 “남양유업 사태 때는 적어도 사장이 직접 나와 고개 숙여 사과라도 했었음을 상기시켜 볼 때,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아모레퍼시픽 측은 해당 사건이 수년 전에 발생했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수년 전 발생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며 “수년 전 발생한 그 일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와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안다면 이런 안이한 대처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5월, 남양유업이 유사한 사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 국민적 분노를 사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던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며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두 번 다시 이런 갑질이나 갑의 횡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YTN은 지난 13일 아모레퍼시픽 영업사원들이 대리점주들에게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으며 대리점 운영 포기를 강요해왔던 사실을 보도했다. 본사가 화장품 영업의 근간인 방문 판매원, 카운슬러들을 빼내가는 방식으로 이른바 대리점 쪼개기를 하거나 아예 문을 닫게 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반납한 대리점 운영권은 대부분 본사나 지점에서 퇴직하는 직원에게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