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허리 휜다. 비싸서 도저히 못 내겠다"
300만 대학생 결의 모아 3월 31일 교육 총파업 계획 중
WTO의 압력을 수용해 교육이 개방되면 끝없이 높아 가는 등록금인상은 더 이상 국가차원으로도 제재할 수 없는 사안으로 전락된다. 이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대학 파산으로 다닐 학교를 잃어버린 학생들이 넘치는 홍콩과, 경매를 붙여 가격을 책정하는 미국 대학의 전례가 곧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서울 지역 대학생 행동의 날 집회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단결하며 움직이고 있다. 수상하다.
서울 지역대학생들은 '전국 대학생들이 힘을 합쳐 연대하여 교육개방 막아내고 끝없이 오르는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연대투쟁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3월 31일, 대대적인 교육총파업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오는 3월 31일은 국제무역기구 WTO의 요구에 따른 정부의 '교육 개방계획서'(양허안)의 제출예정일이다. 이에 잎선 지난 2월 14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교육 학생연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과 WTO 교육 개방반대 등 대학교육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서울지역 대학생 행동의 날' 집회행사를 가졌다. 서울 지역 대학생 300여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는 전 대학의 학생운동 진영이 공동으로 교육투쟁을 진행할 것을 결의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들은 '비싸서 못 다니겠다! 등록금을 동결하라, 학생들이 봉이냐' 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대학로에서 종로까지 행진하고 4호선 지하철역 안에서 시민들에게 고삐 풀린 등록금 인상 현실을 고발하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기조 발언을 한 교육 학생연대 상임위원장 김수정씨는 "2000년 새 천년을 맞이하며 우리 대학생들은 300만원이 넘어가는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야했다. 2003년, 이제는 400만원이 넘어서는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 들었다. 우리 대학생들은 언젠가부터 힘찬 봄을 맞이하기 전에 끝없이 오르는 등록금 고지서 앞에 절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날로 깊어 가는 부모님들의 주름과 한숨에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실패한 교육정책의 고발로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학생들이 봉이냐! 등록금을 동결하라
이날 첫 연사로 단상에 오른 동덕여대 총학생회 최인혜 씨는 "2월 14일, 오늘 아침 뉴스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WTO의 의견에 맞춰 교육 등 각 서비스 분야에 개방화 정책을 추구할 방침이다'라고 발표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고액 등록금 상위 1~2위 에 링크되어 있는 동덕여대의 등록금은 이제 400만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등록금 인상 그 자체보다,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반영은 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상률에 대한 명확한 이유제시를 회피, 불투명한 제정운영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운을 뗐다.
가장 높은 등록금 인상률을 자랑하는 광운대 학생회장은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학교측이 내세운 근거는 지금까지 본 학교의 등록금이 타 대학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며 "이 돈은 모두 쓸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입을 막았다. 그러나 최근 4년 간 등록금이 총 77% 인상되고, 작년대비 11~13%나 인상된 현실을 갑자기 수용하는 것은 버겁다. 총학생회 측으로는 학부모님들의 울분에 찬 전화가 쏟아진다. 현재 광운대는 전 학우들이 단결하여 기획예산처에 항의하고 있으며 학내 문화관을 검거하여 농성 중이다." 라고 말한다.
이날 발언한 여러 대학의 총학 대표들은 모두, 등록금 결정은 학우들과 함께 협의해 맞춰가야 하는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전국 대학생들이 동참하여 '등록금 저지와 교육 개방 반대 100만인 서명'에 동참해 줄 것을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교육 공공성 붕괴는 교육 불평등 낳아
이 자리에는 풋풋한 03학번 신입생들도 동참했다. 성신여대 인문대 신입생 이미경씨의 경우 "등록금 때문에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학교입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고향인 제주도도 국제 자유도시가 된다는 데 머지 않아 외국인 학교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많이 들어설 것이다. 이는 귀족학교들을 양산하는 것일 뿐이다." 라고 말한다.
초일류 기업 재단 학교라는 의미에서 사립대 대표로 발언한 성균관대 총학생 회장 함선하 씨는 "오늘,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이다.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학교들도 오늘의 쵸콜렛 상자들처럼 어느 학교가 더 예쁘고 더 싼가로 서로 뽐내는 격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수입 억의 돈을 적립해 놓고 항상 '돈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근거없는 등록금 인상은 '학생들과 서민인 부모님을 우롱하는 비민주적인 행위'라고 규정한 그의 발언은 옳다.
서울 지역 전문대학 대표로 발언대에 오른 수원여대 총학생 회장은 전문대 등록금이 지방 4년제 대학 등록금과 맞먹지만 등록금인상에 걸맞은 복지를 전문대에서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전문대들은 없어지고 졸업생들은 모교를 잃게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방전문대들은 신입생이 없어 많은 학교들이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곧 외국학교들이 인수할 것이다.
공교육이 파탄에 이르고 있는 교육 현실에서 등록금 폭등은 국공립대도 예외가 아니다. 등록금 자율화 조치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은 10% 이상의 인상률을 보이고 있으며 사립대 역시 10%에 가까이 인상된 등록금 부담을 부모들이 짊어지고 있다.
실제 교육개방이 진행된다면 등록금인상은 더 이상 정부나 국가의 차원에서 제재할 수 없는 사안으로 전락된다. 이 것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대학 파산으로 다닐 학교를 잃어버린 학생들이 즐비한 홍콩과, 경매를 붙여 가격을 책정하는 미국 대학의 전례가 곧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교육 제정 6% 확보 약속 이행되길
-노무현 당선자에 촉구
등록금 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바로 국가 교육 재정의 확충에 있다.
이제까지 정부는 교육재정을 GDP (국내총생산)대비 6%까지 확보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현재 우리의 교육제정은 5%에도 못 미치는 4.6%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학교육재정이 그 속에 차지하는 비율은 1% 밖에 되지 않는다. 갈수록 대학에 대한 국고 지원은 줄고 BK21사업과 같은 특정대학으로 지원이 편중되면서 학교운영의 등록금 의존도는 높아지며 또 사학재단 비리까지 겹쳐 모든 고통과 부담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주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금 인상은 학교당국, 재단과의 문제만이 아닌 교육재정은 확충하지 않으면서 수혜자에게 교육 부담을 떠넘기는 정부의 문제다.
노무현 당선자 또한 대선 공약으로 '교육재정 GNP 대비 6% 확보를 약속했었다. 이에 교육학생연대 측은 노 당선자에게 '교육제정 6% 조기 확보'를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수집 조에 이르는 주한 미군 주둔비와, 정치인 및 재벌의 부정 축재금을 환수한다면 교육재정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교육은 사고 파는 상품,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 나라가 책임지는 복지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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