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청산’ 본격 시작되나?
‘MB청산’ 본격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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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기업비리 등 전방위 사정, ‘MB 법정 설 수도…’

정치권의 예상대로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핵심 사업들에 대한 비위 진상 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MB정부 말 민감한 외교문서 수만 건 직권파기’, ‘MB 4대강, 실수 있어도 문책하지 않겠다고 약속’ 등 폭로가 잇따르는가 하면, MB정부 시절 가장 특혜를 받은 기업으로 꼽히는 효성그룹 등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는 이명박 정부 실정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정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추진한 갖가지 사업들에 대한 비리 의혹이 줄을 잇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조만간 법정에 서게 되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MB 비리’ 문제는 언제나 크고 작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 같은 상황에 현 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시절 추진해왔던 주요 사업들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MB 사법처리 검토 가능성” 발언 파문
정계에서는 “여러 이유로 MB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중론이다. 야당은 물론 최근 감사원까지 나서 ‘MB 사법처리 검토 가능성’에 대해 전격적으로 화두를 던졌다.

그동안 MB정부 시절 벌인 사업에 대해 검찰 수사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고, ‘총책임자’라 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하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박영선) 감사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지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혀 격렬한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의 발단은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토했느냐”고 물어본 데에서 발생했다. 김영호 사무총장은 “검토한 적이 있다”고 답변하면서 “하지만 사법처리 대상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 사무총장의 답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이춘석 의원이 “4대강을 대운하로 타이틀을 바꿔 추진한 것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는 하지만 전적으로 이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김영호 사무총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김영호 사무총장의 답변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운하 추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계 안팎에서는 “왜 유독 감사원이 MB 및 4대강 사업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는지 배경이 궁금하다”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다. “요즘 감사원이 야당 역할을 하는 듯한 인상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여당에서 여당으로 정권교체가 된 상황에서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예전 제6공화국 노태우 정부 시절 ‘5공 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를 방불케 한다. 이른바 ‘MB청산’의 불씨가 이미 사방으로 퍼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MB청산’은 이미 진행 중?
현재 사실상 ‘MB청산’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비리’ 기업들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다. CJ그룹·효성그룹·롯데그룹 등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거나, 예정되어 있는 기업들은 거의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특혜’ 논란으로 구설수를 치렀던 곳들이다.

또한 국정감사 현장을 중심으로 MB정부 시절 ‘불법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한 폭로도 날마다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재임 기간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현황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 전자기록물 가운데 ‘온나라 시스템’, ‘신(新)전자문서 시스템’에서 나온 생산물은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온나라 시스템 및 신전자문서 시스템은 청와대가 총리실은 물론 다른 정부 부처와의 문서를 유통하기 위해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생산물이 하나도 없다’는 건 사실상 문서를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MB 시절 문서파기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6일 오후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2년 7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수만 건의 비밀문서가 집중 파기됐다”고 폭로했다.

다만 우상호 의원의 주장 내용에 따르면 비밀문서가 대량 파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까지 포함되어, 향후 여야 간의 격렬한 논란과 공방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MB정부 주요 사업 중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사안은 역시 4대강사업이다. 22조 원이나 투입된 대규모 사업임에도 불구, 올 여름을 기점으로 4대강 사업에 따른 갖가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당시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며 여러 가지 문제제기와 비판이 잇따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4대강에 관한 사항은 면책할 것이니 밀어붙여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공개한 ‘말씀사항 정리’라는 제목의 국토부 문서에 따르면 2008년 11월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종환 전 국토부장관이 수자원 분야 현안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여러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MB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까지 동원하여 “일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섬진강은 아름다울뿐더러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정비에 대해서는 되도록 조용하게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말씀’은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 포함될 당위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계에서는 “MB 정부 시절 4대강 당위성 전파에 어느 기관보다도 앞장섰던 감사원이 박근혜정부 들어서서 비판의 선두로 나서고 있는 상황은 아무리 보아도 부자연스럽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재오·권성동·심재철 의원 등 친이계 또는 비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런 상황에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 정권의 비리를 깔끔하게 청산하는 것이 정국 장악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힘을 싣기 위해 MB청산에 곧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 / 청와대

‘법정에 선 MB’ 과연 가능할까?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 논란과 기업 수사라는 양대 축을 통해 ‘MB와 거리두기’에 들어선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라고 분석한다. “박근혜 정부의 특징을 보면 관료들이 자신의 입장이나 견해를 함부로 표출하지 않는 경향이 어느 정권보다도 강하다. 소신을 드러내면 눈 밖에 날 각오를 해야 한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 사태 파동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이 평론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감사원이 MB와 4대강 사업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은 ‘윗선과의 교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청와대 쪽 의중의 향방은 조만간 인선될 신임 감사원장 부임 이후 보다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현재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연 점차 좁혀 들어오는 압박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다. 상당수 정계 인사들은 “친이계 의원들이 주장하는 내용대로 MB 역시 ‘임기 중 통치 행위’를 직접 적극적으로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공통으로 내놓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MB가 ‘통치행위였다’고 주장을 되풀이하기에는 한계에 부딪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견해도 보이고 있다. “재임 시절 문제의 소지가 있던 사안이 워낙 많다 보니 ‘전관예우’만을 방패삼아 정면 돌파하기에는 버거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현 박근혜 정부의 의중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현 정부가 내년에 정국을 무난하게 돌파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경제민주화·복지정책 등 공약 이행 문제가 가장 크고, 내년 경제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평론가는 “불만이 쌓여가는 민심을 수습하기에는 ‘전(前) 정권 청산’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이명박 정부 또한 집권 초기에 고 노무현 대통령 ‘털기’로 재미를 톡톡히 보지 않았느냐”며 “이런 정치공학 메커니즘으로 인해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본인이 적극 활용했던 ‘전임 털기’에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설 가능성도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17일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형사고발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한 4대강 사업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사업 추진세력을 직권남용·배임 등의 혐의로 10월 22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명박 전 대통령 및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주요 인사들에게 ▲불법 예산지출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직권남용 ▲증거인멸 ▲입찰방해방조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만약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여러 핵심 인사들은 검찰조사를 모면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3조에 따르면 ‘배임으로 인해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 금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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