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은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는 현재 주식시장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이 빠져 나갈 경우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앞으로도 호조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짚어봤다.
외국인 37일째 ‘바이코리아’…주식보유 6년來 최고
증시 전문가 “한국 저평가, 바이 코리아 이어질 것”
국제금융센터 “외국인 순매수 장기간 지속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로 국내 주식시장이 2년 2개월 만에 2050고지를 탈환했다. 외국인은 지난 8월 23일부터 10월21일 까지 37거래일 연속으로 한국 주식을 폭식했다. 약 12조 5000억에 이르는 액수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총 9.78% 상승했다.
외국인들의 주식 보유 비중도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시가총액 중 외국인 보유 비중은 33.1%에 달하며 이는 2007년 7월 25일 33.2%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대다. 이른바 ‘신(新) 바이 코리아’라고 불릴 만한 열풍이다.
바이 코리아 열풍, 이어질까?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근거로는 최근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단기성 자금이 아닌 장기적 성격의 미국계 자금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기간에 미국계 자금은 약 5조원 가량이 유입됐다. 전체 외국인 매수 자금 중 40% 이상이 미국계로 집계된 것이다. 이는 장기투자로서 지수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한국은 19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3369억달러(약 360조원)가 넘는 외환보유액도 펀드멘탈(기초체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할 수 있는 근거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추가 상승여력이 있고 다른 신흥국에 비해 빠른 경제회복을 보인다는 것이 신흥국과의 차이점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도 잘 버틸 수 있는 국가로 한국, 호주, 캐나다를 주목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경제가 호조세를 보이는 것도 우리 시장에는 좋은 시그널이라고 보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력팀장은 “중국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고 한국처럼 중국경제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 외국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순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신탁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 피터 윔스허스트 선임 부사장은 21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은 기타 신흥국 대비 안정적이며,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 지수가 21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불안한 개미 투자자
주식시장의 장미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증시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경제 전망에 따른 분석적 결과가 아닌 듯 하다.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체득한 일종의 ‘감(感)’ 때문이다. 이들은 증권가의 전망치를 불신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김모(45세,여)씨는 이번 주식열풍과 관련 “동양증권 사태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불신이 깊은데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들어갔다가 손해를 본적이 많아 주저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개미 투자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 폭락의 ‘트라우마’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미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에 대해 “과거 몇년 동안 ‘코스피가 2000선을 넘으면 하락장이 이어진다’는 학습효과가 있다”라며 “개인은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고, 조금만 오르면 판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다”고 해석했다.
2001년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사례는 이번을 제외하면 모두 6차례다. 이때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주식을 팔았다. 2001년 11월, 2003년 7월, 2010년 10월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각각 40%, 30%, 16%씩 추가 상승했다. 당시 외국인들의 집중 매수세에 주가 상승의 신호라고 감지한 개미투자자들은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본 사례가 속출했다.
개미 투자자들은 이러한 학습효과로 인해 이번 주식의 상승세에도 쉽게 주식시장에 뛰어들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해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게다가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로 인해 증권회사의 전망치를 불신하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
개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도 각종 지표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9월 이후 지난 16일 까지 유가 증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순매도 금액은 3조7213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조311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과는 상반된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위해 증권에서 맡겨둔 고객예탁금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초 20조원 수준이던 고객예탁금은 9월에는 19조에 달하다가 최근 15조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주식전문가들은 이 같은 패턴에 대해 개미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챙기지 못하는 이유가 단기적 매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인 투자로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의 일종의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시 낙관론 경계해야
계속되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국내 자본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최근 이어지는 바이코리아 열풍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18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변동성 위험은 없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바이코리아 현상이) 단기적인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다른 신흥경제권에서 돈이 나왔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 측면도 있다”며 “다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증시 낙관론에 대한 경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금융센터는 22일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국내주식 순매수 점검’ 보고서를 통해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 현상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같은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순매수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은 과거 경험을 통해 볼 때 외국인의 공격적 순매수가 대체로 장기간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과 2009년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체로 공격적 순매수가 2~3개월간만 진행됐었다.
국제금융센터는 또한 최근 2개월간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차익욕구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한국 경제의 경기회복세가 4분기부터 감소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영향, 중국의 성장 모멘텀 재약화 등으로 인해 국내 경제성장 모멘텀이 향후 기대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들 요인이 불거진다면 국내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여타 신흥국과 유사한 투자 흐름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국제금융센터는 “대내외 변수의 빠른 움직임이나 시각 변화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주식 투자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