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관변단체 장악 직접 나섰나?
박근혜, 관변단체 장악 직접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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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중앙회-자유총연맹 등 친이계 대거 물갈이

야당이 국정원 및 국방부 등 정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밝히기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박근혜 정권은 보수성향 민간단체들에 대한 길들이기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관변단체로 활동해 왔다는 오명을 아직 씻어내지 못한 단체들이 박근혜 정권에서 또 다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제2 새마을운동 부흥의 필요성을 역설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 시절 ‘국민 계몽운동’으로 출발한 새마을운동을 다시 불붙이기 한다는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새마을운동이 마을단위의 국민 실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만큼, 박근혜 정권이 본격적으로 관변단체를 동원한 국민 사상의 친정권화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기관을 동원한 대선 개입 시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정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관변단체들이 속속 친이계 색깔을 탈색하며 친박 색깔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새마을운동 정신을 강조하며 제2 새마을운동 부흥에 나설 필요성을 강조해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사진 / 청와대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새마을운동중앙회를 비롯해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들은 속속 수장을 교체했다. 교체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친박계이며, 물러난 이들은 또 대부분 친이계 인사들이다. 정권이 바뀌자 단체들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박근혜 대통령과 색깔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200만 규모의 회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마을운동중앙회, 그리고 150만 회원의 한국자유총연맹. 이들이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해 전국적 친박계 외곽조직으로 활동하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제2 새마을운동, 친박 의식개혁 운동?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전남 순천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앞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살려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또 다시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마을운동의 내용과 실천방식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미래지향적인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새마을운동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풀뿌리 문화운동, 지역의 특성에 맞는 현장중심의 창조경제를 실천하는 의식개혁 운동을 구현해야 한다”고 거듭 ‘의식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2의 새마을운동은 ‘국민 의식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는 ‘지금 시대에 국민 의식을 개혁하겠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의식 전환을 위한 메시지도 박근혜 정권의 핵심 슬로건인 ‘창조경제’에 맞춰져 있음을 지적한다. 즉, 제2의 새마을운동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한 국민 의식 개혁 운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에 앞서,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이미 조직 수장까지 교체가 된 상태다. 이명박 정권에서 친이계 옷을 입고 있던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정권 교체 직후 친박계 옷으로 갈아입었다. 지난 5월 31일 신임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심윤종 회장은 친박계 최대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 이사장 출신이다.

이명박 정권이었던 직전까지 친이계 핵심 인사였던 이재창 전 의원이 회장을 맡아왔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사실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야권에서는 새마을운동중앙회를 두고 아직까지 보수정권의 관변단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지금 새마을운동중앙회를 두고 사실상 박근혜 정권의 외곽조직이나 다름없다는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야당은 ‘제2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관변단체들을 지원하거나 조직을 정비하는 일에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합법적 테두리에서 관권이 개입된 정권의 거대 외곽조직으로 활동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21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10월 유신의 지도이념과 실천의 행동철학이 새마을정신’이라며 ‘새마을운동은 유신 이념의 실천 도장’이라는 글귀까지 남겼다”며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새마을운동 부흥을 또 다른 10월 유신, 과거 회귀로 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또, “국민을 계도의 대상으로만 보는 두 박 정권의 무례함, 결국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면서 ‘제2 새마을운동’이라는 발상 자체에 극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 한국자유총연맹은 친이계 박창달 회장이 임기를 남겨 둔 상황에 돌연 중도 사퇴하면서 지난 9월 김명환 신임 회장이 취임했다. 하지만, 회장 선출 과정에서 김명환 회장에 대한 청와대 낙점설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진 / 한국자유총연맹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청와대 개입 논란

전국적으로 15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자유총연맹도 이 같은 관변단체 논란에서 여전히 자유스러울 수 없다. 자유총연맹 전신인 한국반공연맹 또한 박정희 정권 시절 새마을운동중앙회와 더불어 관변단체로 활동하며 관권선거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자유총연맹을 박근혜 정권이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야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임기가 남아 있던 친이계 핵심 인사인 박창달 전 회장이 정권 교체 이후 중도사퇴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월 자유총연맹 회장 연임에 성공했지만, 불과 4개월여 만인 지난 6월 돌연 사퇴했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여러 억측이 있지만, 새 정권이 안정될 때까지만 한다는 마음으로 자리를 지켰던 것 뿐”이라며 “새 정부가 안정됐으니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말을 줄였다.

하지만, 이후 치러진 14대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서 박 전 회장이 중도 사퇴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터져 나왔다.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김명환 교수를 둘러싸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것. 14대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오장 전 후보가 김명환 회장의 직무정지와 당선 무효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드러난 것이다. 이 전 후보에 따르면, 선거 과정에서 김명환 회장은 특정지역에 금품을 지원하는가 하면 ‘청와대 낙점설’도 유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낙점설’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모 행정관이 업무시간에 자유총연맹 모 사무총장을 만나 “대통령이 김명환 후보를 회장으로 지목했으니 선거를 도와 당선될 수 있도록 하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해당 사무총장은 자유총연맹 전국 대의원들에게 이 같은 ‘청와대 낙점설’을 설파하고 상대후보들에 대해 사퇴를 종용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청와대의 관변단체 선거개입이라니 이게 대통령이 말하는 민생이냐”면서 “대통령은 청와대의 관변단체 선거개입 행위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거세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면, 친이계 핵심 인사였던 박창달 전 회장은 친박계 인사에게 회장직을 넘겨주기 위해 서둘러 사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박근혜 대통령이 자유총연맹 조직 장악에 직접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박창달 전 회장이 국고전용 및 공금횡령 등 일부 비리 혐의가 포착돼 서둘러 사퇴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사조차 ‘박창달 찍어내기’ 일환이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사주간지인 <주간한국>은 최근 보도를 통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박창달 회장 사퇴를 종용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친박 핵심 인사인 유정복 장관이 친이계 박창달 회장 밀어내기에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 의혹의 명확한 사실관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들의 사실유무를 차치하더라도, 자유총연맹 또한 정권이 바뀌고 친이계 수장 체제에서 곧바로 친박계 수장 체제로 전환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함께 대표적 관변단체 역할을 해왔던 자유총연맹도 박근혜 정권의 외곽조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MB맨 최원병, 朴 정권서 살아남기 안간힘?

농협중앙회의 경우, 관변단체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농협중앙회 회장이 대부분 정권 코드 인사였다는 점이나 정부 및 관변단체들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었다는 점을 들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수년 간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야말로 비리천국으로 주목받아 왔다. 매년 지적을 당하면서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 모습으로 농협은 국민들에게 비리온상으로 각인돼 있을 정도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농협은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너나없이 농협 두들기기에 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올해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의 농협 때리기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MB맨으로 익히 알려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길들이기 또는, 사퇴 압박 아니냐는 것이다. 최원병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지상고 4년 후배로, 지난 2007년 회장직을 처음 맡았고 2011년 11월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가 아직 2년 더 남아 있는 최 회장은 MB정권에서 금융권을 호령하던 어윤대, 강만수, 이팔성, 김승유 등 이른바 4대천황이 모두 정권 교체 이후 물러난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 회장 또한 자리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런 이유에서 언론은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현 정권과 코드 맞추기로 해석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농협중앙회는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당일 주요 언론에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냈다.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광고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민주당 배기운 의원에 따르면 농협은 당시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 등 22개 매체 1면에 자사 광고로 도배를 했다. 그 외에도 농업전문지와 무가지 등 무려 53개 매체에 광고비만 6억 5000만원을 집행했다.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최원병 회장이 박근혜 정권과 코드 맞추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 5월 사퇴한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사퇴 문제도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신 전 회장 또한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며 2012년 6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추대됐을 당시, ‘MB정부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사퇴한 것을 두고 최원병 회장의 친이계 꼬리 자르기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경분리 부실책임, 전산마비책임 등과 함께 박근혜 정권의 MB맨 사퇴 압박 등에서 희생양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결국 홀로 남은 최원병 회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모두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방만-부실경영이 배경이었지만, 그가 MB맨이었다는 이유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모든 의혹과 정황은 농협중앙회 또한 관변단체 못지않게 정권의 눈치 보기를 할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안전행정부가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들 중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거나 불법폭력시위를 벌인 보수단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 의원에 따르면, 올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국민생활안보협회’, ‘선진화시민행동’, ‘탈북자단체 숭의동지회’, ‘엔케이지식인연대’ 등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대회를 열거나 박 후보 지지연대 결성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재현 의원은 “안전행정부는 올해에도 ‘성숙하고 따뜻한 사회구현’이라는 명목상의 사업을 만들어 한국자유총연맹을 포함한 관변단체들에 다시 28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또 다시 ‘묻지마 보수단체 지원금’이 재연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근혜 정권도 과거 정권과 다름없이 관변단체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모습으로, 향후 정치적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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