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동부그룹 ‘현실화’ 가능성은?
‘위기설’ 동부그룹 ‘현실화’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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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꼴 나’ VS ‘위기 없다’ 견해 팽팽

▲ 동부그룹 사옥
얼마 전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동부제철의 유동성 위기 소문에 대해 “현재 아무 이상 없다”는 취지로 직접 해명하고 나서 재계의 시선을 모았다. 이렇게 김준기 회장이 직접 나설 만큼 최근 동부그룹을 둘러싼 부정적인 전망과 소문이 만만치 않다. 과연 동부그룹이 동양그룹에 뒤이어 심각한 위기로 다다를 지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동부제철 우려시각에 “오해…걱정할 수준 아냐”
“동부그룹, 위험도 높다” 보고서에도 강력 부인
재계 “그룹 문제점 최소화 움직임…동양과 달라”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지난 10월 19일 오전 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개최된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최근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동부제철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 대해 “전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일축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김준기 “동부그룹 위기 없다”

▲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동부그룹

이날 김준기 회장은 “외부에서 동부제철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상당히 많은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현재 극심한 불경기인 상황에 현금을 확실하게 창출할 수 있는 소스가 있는 회사가 상위 기업 몇 곳을 제외하고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 회장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수치도 물론 기업에게 중요하지만 이밖에도 가시화되고 있는 성과와 향후 발전에 대한 가능성이 훨씬 중요하다”며 “시중에 동부제철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준기 회장은 “현재 동부제철의 차입금은 제도권 금융기관 여신이 76%이며 회사채가 24%, CP(기업어음)는 전혀 없기 때문에 차입구조가 아주 정상적인 상황”이라며 “물론 부채비율이 270%이기는 하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투자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절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준기 회장이 이 같이 작심하고 발언한 데에는 올해 들어 웅진그룹·STX그룹·동양그룹 등이 연속적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으며, ‘다음 희생양’으로 동부그룹이 거론되는 경우가 많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김 회장이 이렇게 상세하게 “위기는 절대 없다”라고 못 박는 발언을 한 배경에는 지난 10월 18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동양그룹과 같은 대기업이 네 곳 더 있다"고 밝힌 데 따라 ‘흉흉한 소문이 계속 퍼지는 걸 강력하게 막겠다’는 속사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과 거기에 담긴 암시를 곰곰이 따져보면, 사실상 동부그룹이 이 ‘네 곳’에서 비껴나가기가 대단히 힘들어 보이는 형국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최 금감원장은 “동양그룹처럼 금융 계열사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 있나”라는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증권사를 통해 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나 CP를 판매한 다른 기업 네 곳이 (동양그룹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기업명을 밝힐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비율이 높은 증권사가 동부증권·SK증권·삼성증권·한화투자증권·HMC증권·NH증권·현대증권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증권이 수위를 차지한 것이다.

‘보고서 소동’도 강력 부인

한 경제평론가는 “이처럼 김준기 회장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게 된 데에는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동부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인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바로 지난 10월 14일, LIG투자증권이 ‘그룹리스크 진단: 위험하지만 참을 만하다’라는 보고서를 냈다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부채비율이 높은 현대·두산·한진·동부·이랜드 등 다섯 개 그룹을 분석한 결과 동부그룹의 위험도가 가장 높으며 차입구조가 동양그룹과 비슷하다”는 내용이 수록됐다.

얼핏 보아도 ‘동양그룹 다음 타자는 동부그룹’이라는 암시를 비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이어 이 보고서는 "동부화재 같은 금융 계열사들의 사업 및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라며 ”하지만 나머지 비금융 계열사들의 사업·재무구조는 부실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전체 차입금 중 일 년 안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60%에 이르며, 회사채 같은 시장성 차입금의 비중이 41%를 차지한다”며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시장성 차입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대해 동부그룹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동부그룹은 지난 10월 16일 반박 내용을 담은 설명 자료까지 배포하며 “보고서 어느 부분을 보아도 ‘동부그룹이 동양그룹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객관적·합리적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며 분통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아울러 동부그룹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로 근거 없이 기업 신용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렇게 동부그룹 측이 격렬하게 항의하자 결국 LIG투자증권은 지난 10월 16일 “동부그룹은 담보제공 중인 금융회사 차입금의 연장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장성 차입금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기업어음(CP) 발행도 거의 없다. 아울러 투자적격등급인 점 등을 고려하면 ‘동양그룹을 닮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오류를 인정한 수정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같은 해프닝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있는 수적적인 계열화에서 벗어나 각 주력 계열사들이 독자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이 때문에 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형태가 아니며 계열회사들 사이에 순환출자 고리도 절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같은 동부그룹만의 구조 때문에, 만약 특정 계열사에서 리스크가 발생한다 해도 위기 상황이 다른 계열사나 그룹 전체 차원까지 확대되어 나갈 가능성은 추호도 없다"고 설명했다.

“위기설 탈출, 실적 개선 필요”

이처럼 김준기 회장을 위시한 동부그룹이 업계에 만연된 위기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동부제철은 물론 주력 계열사인 동부건설도 상황이 긍정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라는 분위기다.

한 경제평론가는 “웅진그룹·STX그룹·동양그룹 등 올해 와해된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들이 맞이한 위기가 건설 사업의 유동성 위기로부터 처음 시작된 것”이라며 “동부건설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손실액이 무려 1,245억 원이나 된다. 건설업계 전체가 불황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부건설의 매출액은 지난 2012년 상반기 1조2,146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조391억 원으로 14.4%나 감소했다. 또한 영업이익은 420억 원에서 올 상반기 272억 원 손실로 적자로 전환했다. 아울러 순이익도 지난 2012년 상반기의 104억 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973억 원 적자로 반전했다.

▲ 동부제철 당진공장 ⓒ동부그룹

간판 주력 계열사인 동부제철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올해 상반기 동부제철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43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물론 적자는 아니지만 기업 전체 규모를 놓고 보면 이익 금액이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동부제철이 거둔 순손실은 지난 2012년 상반기 767억 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827억 원으로 불어나며 적자를 계속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동부제철 실적이 악화된 이유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근 5개월 연속 철강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 게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만 이 같은 여러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당장 동부그룹 전체가 심각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한 경제평론가는 “동부제철의 경우 최근 동부대우전자가 생산제품을 확대하고 있어 이에 따라 강판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내년 말 도래하는 회사채도 아직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많은 루머에도 불구하고 동부그룹은 아직까지는 비교적 기업 상태에 치명적인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러나 앞으로가 중요하다. 동부화재 같은 금융계열을 제외하고는 동부그룹 전체 차원에서 제대로 수익을 올리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김준기 회장이 크게 신경을 쓰는 부분도 바로 그룹 전체의 실적 개선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부그룹은 올해 초부터 계열 증권사를 통한 기업어음 판매와 관련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이른바 ‘불완전 판매’ 같은 불씨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동양그룹과는 달리 동부그룹은 경영진이 그룹이 직면한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최소화는 방향으로 나가는 건 확실하다”며 “동부그룹이 더 이상 유동성과 관련된 루머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실적 개선이 급선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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