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전방위로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하는 기업들을 업고 다니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홍원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해 정치권과 국민을 상대로 모든 역량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안간힘과 달리, 최근 발표되고 있는 일부 경제지표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불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섣불리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를 키울 때가 아닌,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지난 28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그동안 정부는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에 진력해 왔다”며 “그 결과, 최근 실물경제가 모처럼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지난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분기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하였고, 취업자 증가세도 두 달 연속 40만 명대 수준까지 회복하고 있다”며 “투자심리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총리는 담화를 통해 “당장 외국인투자촉진법안만 통과되어도 2조3천억원 규모의 합작 공장 착공으로 총 1만4천여 명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관광진흥법안이 입법화되면서 역시 약 2조원 규모 호텔건립 투자로 4만 7천여 개의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당장’을 앞세워 경제성과가 나올 것처럼 말했다.
또, 크루즈산업과 관련해서도 “2년 내 100만 명의 관광객 추가 방문과 함께 1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울러 국회에 계류 중인 창업지원법안, 벤처기업육성법안, 자본시장법안 등이 입법화되면 벤처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늘어남은 물론 향후 5년간 벤처 창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4조원 이상 확대된다는 분석도 있다”고 장밋빛 청사진들을 늘어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정 총리는 “소득세법안과 주택법안이 통과된다면 당장 건설투자, 주택투자 증가로 연결되어 1조5천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도 기대된다”면서 연신 법안만 통과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국민적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정 총리가 발표한 ‘담화’만 놓고 보면, 여야 정치권이 정쟁을 잠시 중단하고 법안처리만 해주면 우리 경제는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정 총리를 비롯한 정부 입장에서 야당은 우리 경제를 발목잡고 있는 악의 축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곧바로 일부 언론에서는 담화문에 인용된 통계수치가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 또한 중요한 문제이지 않을 수 없지만,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 본질은 정부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퍼뜨리기에 주도적이고 적극적이라는 데 있다. 불확실성이 큰 경제전망을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좋아질 것이 확실하니까 도와달라’고 하는 식이다.
이러한 경기회복 기대감 부풀리기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빠지지 않았다. 현 부총리는 30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전 정부들의 ‘경제 살리기를 위한 고통분담’ 차원과는 다른, ‘경기회복의 불씨 확산’ 차원이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현 부총리는 “정부는 최근의 경기회복 흐름이 더욱 견고한 추세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자 한다”며 “기업들도 지금의 경기회복세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에 나서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는 회복세가 점차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내용상으로도 수출과 내수 등 모든 지표가 고른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다만, 현 부총리는 “국내 경기 회복의 폭과 강도가 아직 미약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회복세가 분명하긴 하지만, 지금 불씨를 살리지 못하면 다시 꺼져버릴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경기회복 온기 퍼지기도 전에 신중론 대두
총리와 부총리가 이처럼 경기회복세가 확실하다며 더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부추기고 있지만, 최근의 대내외적 경제 상황들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여전히 신중할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를 살피는 대표적 지표인 광공업생산이 전월대비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3.6% 감소한 것이다.
추석 연휴 영향과 일부 자동차 업체의 파업 등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경제전망 신중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울러 소비지표인 소매판매 역시 승용차 등 내구재와 신발 등 준내구재, 비내구제에서 모두 줄어 전월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도 최근 들어 회복세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 경제 회복의 동력이 돼왔던 주택시장과 제조업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축소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전문가들은 내년 3-4월에는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 역시 최근 회복세가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이어진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중국의 경제회복세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건강하지 않았다. 성장이 주로 중공업에 의해 주도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상황이 결코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측면들이 있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1천조에 달하는 점도 우리 경제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기회복 기대감을 조장하기보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건전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