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귀환’ 정국 요동친다
‘서청원 귀환’ 정국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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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압도적 승리…서청원, 정국 ‘핵’으로 떠올라

여야가 나름대로 팽팽한 선거전을 펼쳤던 재보선이 10월 30일 끝났다. 그러나 결론은 새누리당의 ‘압승’이다. 경기 화성갑, 경북 포항남-울릉 두 곳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지만, 막상 새누리당의 석권이 현실화되자 정치권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새누리당 서청원 전 대표가 10.30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당히 원내 복귀에 성공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서 전 대표가 대야 관계 및 여권 내 역학관계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무엇보다 10·30 재보선 결과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난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민주당 등 야당의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를 중심으로 내세운 공세는 아직까지 국민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
이번에 실시된 재보선에서 경기도 화성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는 62.66%를 득표해 민주당 오일용 후보(29.16%)와 통합진보당 홍성규 후보(8.16%)를 큰 차이로 압도했다. ‘원조 친박’의 무서운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포항남-울릉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 박명재 후보가 무려 78.56%나 되는 득표율을 얻어 민주당 허대만 후보(18.50%)와 통합진보당 박신용 후보(2.92%)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계에서는 “이번 재보선에서는 지역구 두 곳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나 성향으로 볼 때 아무래도 ‘이변이 없는 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면서도 “하지만 후보별 득표율을 보면 새누리당의 힘이 여전히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견해에 전문가들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한 시사평론가는 “지난 대통령 선거도 그렇고 10·30 재보선을 보아도 현실에서의 국민 정서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해 지속적인 신뢰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심지어 민주당 등 야권의 대여 공세가 유권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일종의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야당이 선거 전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현재와 엇비슷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른 정치평론가도 “이번 재보선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국민 상당수는 확실히 ‘우향우’ 위치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IMF급 초대형 실정을 저지르지 않는 한, 아울러 민주당 등 야당이 정부 및 여당 공격에만 힘을 모으고 민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이번 재보선 같은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까지도 지속될 확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닌 저력이 아직까지는 대단하다는 것을 입증한 선거”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더불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등을 놓고 야권의 거센 공격이 오히려 장년층·노년층 인구가 두드러진 두 선거구의 유권자에게 반발심을 가지게 만든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부정선거’ ‘대선불복’ 등 야권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가 유권자에게 거부감과 두려움을 심어주었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만에 빠졌다가 내년에 역풍 맞을 수도’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선 결과만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저력을 무작정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한 시사평론가는 “포항은 어차피 지역 전체가 절대 여권 강세지역이고 경기도 화성갑 지역구도 전통적으로 여당 성향으로 분류되던 곳”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평론가는 “더욱이 서청원 후보 같은 거물급 인사에 맞설 야당 후보가 없었다. 민주당에서 손학규 상임고문 같은 거물급 인사를 화성 지역구에 출마하도록 했다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 연출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불출마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0월 31일 박지원 의원은 본인 트위터에 “손학규 대표가 화성에 출마했다면 승리? 민주당은 망하고도 보지 못하고 이길 수 있는 후보도 못 알아보고 이 정국을 치고도 못 나가면서 또 국민들께 ‘잘못 했습니다’ 할까요?"라는 글을 남겨 손 고문의 불출마에 대해 짙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재보선 패배로 인해 민주당의 앞날은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특히 김한길 대표는 리더십 측면에서 적지 않은 타격과 후유증을 입을 전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제 김한길 대표는 ‘박근혜 심판론’ 일변도로 전략을 밀어 붙이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재보선 결과로 책임을 지고 대표직 퇴진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재보선 결과를 너무 낙관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결과로 정부·여당이 자만에 빠지면 내년 지방선거 무렵 의외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여권 성향이 무척 강한 두 지역구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물론 친여 성향의 언론들이 이번 결과에 대해 필요 이상 의미 부여를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서청원 전 대표 귀환으로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김한길 대표가 주목받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서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 문제가, 김한길 대표는 재보선 참패에 따른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뉴시스
실제로 정계 일각에서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층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여기에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를 둘러싼 논란·인사 문제·공약 이행 문제 등이 잠재적 불안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계 인사 중에서는 “정부·여당이 재보선의 승리감에 도취되어 국민 및 야권과 소통할 기미 없이 무리하게 강공 일변도로 나간다면, 내년 초 국내 경제 상황과 결부되어 뜻하지 않은 민심 악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 시사평론가는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민심 동요와 정국 불안이 너무 일찍 터져 나와서 그렇지, 사실 집권 1년차는 ‘허니문 기간’이다. 즉 어지간하면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유지하는 시기”라며 “사실상 내년 6월 지방선거 및 7월 재보선이 현 정권에 대한 국민 인식과 지지도를 본격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서청원 의원 복귀로 당청관계 균형 이룰 가능성도
한편 정계 일각에서는 “서청원 후보의 국회 입성으로 인해 오히려 극한으로 몰려있는 여야 관계가 ‘훈풍’을 맞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긍정적인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서청원 의원이 친박연대 시절 비례대표 공천대가를 받아 감옥살이를 했다는 오명은 있지만 원래 정치계에서 친화력으로는 으뜸으로 꼽히던 인물”이라며 “현재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연성은 찾기 힘들고 너무 공격적이다. 물론 무색무취하고 온건한 풍모의 황우여 대표가 당지도부에 장기간 자리 잡고는 있지만 현재 청와대와 친박 의원들이 일으키는 강성 기류에 다소 눌려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물론 서청원 의원이 노회하다는 인상은 주지만, 오히려 꽁꽁 얼어있는 정국 구도에는 7선인 서 의원의 연륜과 노익장이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뛰어난 정치적 감각과 조정능력, 리더십, 김영삼 전 대통령을 보필하며 다진 폭넓은 인맥 등으로 사실상의 ‘특임장관’ 노릇을 할 가능성이 많다”고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또한 서청원 의원의 컴백이 계기가 되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관계도 기존 일방통행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일부분이라도 수평 관계로 바뀔 것”이라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현재 김기춘 비서실장이 청와대에서 강력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시점에서 서청원 의원은 김 비서실장의 위세와 대등한 관계를 이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이렇게 “향후 서청원 의원이 새누리당 내외에서 맹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를 이루며 당내 역학구도 변화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황우여 대표와 김무성 의원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일단 황우여 대표는 내년 국회의장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서청원 의원 또한 국회의장 물망에 오르는 인물이지만 시기상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황우여 대표가 국회의장에 도전할 경우 이인제 의원과 경쟁을 펼칠 확률이 높은데 ‘박심(朴心)’이라는 막강한 화력을 장착한 서청원 의원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갈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청원 의원이 지닌 ‘전천후 화력’은 차기 새누리당 지도부 선출에도 영향을 발휘할 전망이다. 정계에서는 “특히 앞으로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새누리당 내의 명암이 엇갈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YS 상도동계 선후배 사이로 굳이 라이벌 관계를 이룰 필요가 없는 사이”라며 “역학구도에 변화가 없을 수는 없지만 일단 내년 지방선거 전후까지 당내 단결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만큼 노골적인 당권 경쟁보다는 ‘정중동’의 형국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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