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해도 너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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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방만경영’ 또다시 국감 도마 위
▲ LH 사옥 ⓒ다음 지도

 LH를 둘러싼 구설수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LH의 부채는 무려 141조 원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택지사업을 한 뒤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금액이 46조원을 웃돌아 재무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렴도 지수도 전체 공기업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어느새 공기업 문제의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은 LH의 현황을 짚어본다.

미분양 매물증가…2017년 부채 170조원 돌파하나
공기업 부채1위 오명에도 올해 성과급만 900억원
층간소음 취약 등 준공한 주택도 ‘품질하자’ 논란
청렴도, 매년 공기업 중 최하위…“대책마련 시급”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 꼽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요즘 속된 말로 ‘동네북’ 신세나 다름없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을 맞이해 그동안 LH에 누적된 각종 문제점과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였던 LH의 부채와 방만 경영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집중적인 포화를 맞았다.

부채 141조원 ‘충격’

▲ 이번 국감에서도 LH는 부채와 방만경영 문제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사진은 LH 이재영 사장 ⓒLH

무엇보다 LH의 부채 규모가 오는 2017년이 되면 무려 17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LH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 중 ‘재무전망 시나리오’에 따르면 LH의 부채규모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지난 6월말 기준으로 LH의 총 부채규모는 무려 141조7,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하루 이자만 123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사업별로는 정책사업 관련 부채가 56.2%인 79조6,000억 원이며 자체사업 관련 부채가 62조1,000억 원으로 드러났다. 정책사업 관련 부채의 대부분은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따라 LH의 총부채는 내년 말 158조9,000억 원에 이르고 2015년 162조원, 2016년 166조3,000억 원을 넘어 2017년에는 170조6,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LH는 지난 2011년부터 전사적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막대한 이자를 발생시키는 금융부채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 특단의 조치가 요망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29일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LH의 주택 및 토지의 미분양액이 32조원을 넘으며 미분양률 50% 이상의 악성 매물도 13조5,000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문병호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분양 주택은 2013년 8월말 현재 7,491호(2조180억 원)이며 미분양 토지는 2,998만6천㎡(30조3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분양율이 가장 높은 토지사업은 고양원흥지구 사업으로 전체 38만5천㎡ 가운데 무려 91.7%에 달하는 35만3천㎡(7,783억 원)가 미분양 된 상황이다. 문병호 의원은 “미분양 매물이 증가하기 때문에 LH의 현금 유동성과 채산성이 악화된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LH가 택지사업을 추진한 이후 회수하지 못한 투자금만 무려 46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27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택지사업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총 46조3,50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H가 택지조성을 해놓고도 팔지 못한 미매각된 토지가 30조31억 원(2,998만6000㎡)으로 전체 미수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있음에도 LH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사정 어려워도 성과급 ‘흥청망청’

이렇게 LH는 공기업 부채 규모가 1위임에도 고질적인 ‘방만 경영’을 개선하지 못한 채 거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야 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문병호 의원과 심재철 의원·이노근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는 올해 7월까지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급으로 총 899억9,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LH의 임직원 수가 6,601명인 것을 감안할 때 1인당 성과급을 1,360만 원씩 받았다는 얘기다. 지난 5년 동안 부채가 56조원이나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직원 성과급은 △2011년 1,076억 원 △2012년 830억 원 △2013년 9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LH는 이렇게 해마다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도 공사 내 45개 동호회에 연간 약 1억2,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LH는 2010년부터 2013년 8월 말까지 해마다 약 60억 원씩 총 200억 원의 문화의료비를 임직원에게 중복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LH의 낭비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29일 LH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문병호 의원에 따르면 LH는 잦은 설계 변경으로 2조4,000억 원이나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병호 의원에 따르면 LH는 2008년 이후 30억 원 이상 발주한 공사 628건 가운데 523건(83.2%)에서 총 2167회 설계변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사비는 2조4,062억 원이 늘어났다.

이는 공사 한 건당 평균 4.1회 설계변경, 46억 원의 사업비가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부문별로 보면 주택건설 공사 291건에서 평균 4.5회의 설계변경을 실시해 9,572억 원의 비용이 추가됐다. 단지건설 공사 232건에서는 평균 4.0회의 설계변경을 통해 1조4,490억 원의 공사비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아울러 LH가 발주한 건설공사에서는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9일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 8월말까지 임금체불로 LH노임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총 922건, 체불금액은 350억8,501만원으로 조사됐다.

김태원 의원은 “신고센터에 접수된 임금체불이 이 정도라면 실제 현장에서 체불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LH는 체납 누적액을 고려하여 향후 계약심사를 할 때 상습 체불업체에 대한 입찰배제나 감점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LH 로고 ⓒLH

“자구책 마련 외에는 답 없다”

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현재 LH가 직면한 문제점은 단순히 공기업 특유의 방만 경영이나 대책 없는 부채액 증가뿐만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근본적인 문제는 LH가 준공한 주택의 품질에 상당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입증하듯 국정감사에서도 LH가 최근 5년 동안 준공한 벽식구조 아파트 가운데 무려 62%가 표준바닥 구조보다 얇아 층간소음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심재철 의원이 국토부와 LH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최근 5년간 준공한 500세대 이상 벽식구조 아파트 11만9809세대 중 표준바닥구조(210㎜) 미만인 아파트가 7만4,383세대(62%)인 것으로 나타났다. 210㎜ 이상인 아파트는 4만5,426세대(38%)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 민간 건설사가 전국에 준공한 500세대 이상 벽식구조 아파트는 총 60만8,453세대다. 이 중 바닥 두께가 210㎜ 이하인 아파트는 15만4,404세대로 25.4%뿐이다. LH 준공 아파트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잘 나타난다.

심재철 의원은 “LH가 준공한 벽식구조 아파트 중 바닥 두께가 210㎜미만인 아파트가 많은 것은 실험실에서 테스트를 통과(인정바닥구조)하면, 표준바닥 구조보다 두께가 더 얇게 시공할 수 있어 공사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LH는 공사비 절감만 신경 쓸 뿐 아파트 입주민의 입장은 도외시해 왔다”고 질타했다.

또한 이러한 여러 문제점이 누적되어 LH의 청렴도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28일 민주당 임내현 의원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LH의 평가 등급은 해마다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공사출범 이후인 2010년부터 3년간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2010년 C등급에서 2011년 B등급으로 높아졌으나 지난해 다시 C등급으로 급락했다. 특히 세부지표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

임내현 의원은 “LH의 외부 평가 지표가 계속적으로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LH의 청렴도 평가에서 드러나듯 공사를 바라보는 내부와 외부의 시각차에 대한 반성 및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현재 LH가 직면한 여러 난맥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LH가 시행하는 사업은 초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비용회수는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부채 발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 경제평론가는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미분양 재고자산이 늘어나 LH의 부채가 증폭되고 있으며 자금유동성까지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LH가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여느 민간기업 못지않게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과 실행·부채관리 밖에는 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LH 측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자산 원가절감·총력매각·사업방식 다각화 등을 추진해 부채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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