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로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
원주로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
  • 양석중
  • 승인 2005.11.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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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치 고개 산행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짧아지는 가을의 뒷자락을 보내는 마음이 스산하다. 농담처럼 ‘어, 가을인가.’ 싶더니 벌써 입동立冬이 지나간다. 철원 어디에 사람들이 잠든 동안 내린 첫 서리 소식이 먼 옛날이야기 같다. 점심시간, 잠시 짬을 내서 봄날 고양이처럼 따스한 햇볕을 즐겨보고 싶지만 매정하게도 햇살보다 먼저 날 세운 바람이 귓불을 스치고 지나간다. 남들은 설악산 단풍이다 오대산 단풍이다 거나하게 가을 산행을 다녀온다지만,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정신없이 지낸 일주일의 끝자락에 만나게 되는 주말에 그나마 집에서 잠이라도 편안하게 잘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무슨 여행 같은 것은 사치요, 남의 나라 이야기 같이 짐짓 모른척하고 지내온 날들이 태반.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다른 계절이라면 몰라도. 짧은 가을이 완전히 가버리기 전에 그 뒷모습이라도 만나보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거창한 계획 같은 것은 필요 없다. 떠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약간의 차비와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끝이다. 친구들과 연락해서 날짜 잡고 계획 잡고, 콘도 예약하고, 차편 알아보는 수고 없이 홀가분하게 하루일정으로 떠날 수 있는 여행. 혼자라도 좋고, 마음 맞는 친구라면, 말을 건네는 것 보다는 잘 듣는 법을 알고 있는 친구라면 더 좋다. 조금 더 부지런을 떤다면 보온병에 넣어둔 따뜻한 보리차와 간단히 먹을 주먹밥 같은 먹거리, 그리고 수분 보충을 위한 오이 두어 개, 땀을 닦을 수 있는 수건 한 장 정도 준비하는 것도 좋다. 강원도에서도 강릉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경포대와 설악산, 대포항, 동명항 같은 이름 있는 포구들, 잘 갖추어진 숙박 시설과 유흥시설이 즐비하다. 해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여름과 가을을 즐기기 위해 강원도에 찾아간다. 홍상수의 영화 <강원도의 힘>에서도 1 박 2 일로 강릉을 찾아간 여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강원도 강릉은 ‘여행 갈까?’ 하면 한번쯤 당연히 떠올려 보게 되는 곳이다. 그에 반해 원주는 소위 말하는 ‘여행객’들의 구미를 자극하지 못한다. 일단 원주에는 뭔가 알려진 명소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은 아직도 80 년대 후반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주변의 건물들도 나지막하게 웅크린 모습으로 3 층이 넘지 않는 오래된 건물들이 태반이다. 개인적으론 그런 모습이 더 정겹고 좋다. 서울로 돌아와서 번쩍 거리는 버스터미널에 내리면 입국 심사라도 까다롭게 받아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원주에도 치악산 국립공원이 있고 조금 밑으로 내려가면 감악산 같은 좋은 여행지를 찾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하루일정으로 다녀오기에는 조금 무리가 된다. 그리고 치악산이나 감악산을 하루 일정을 소화하려 든다는 것은 생전 뜀박질 한번 해 보지 않은 사람이 당장 내일 철인 삼종 경기에 출전하기로 결심하는 것만큼 이나 무모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여행은 부담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서울에서 원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는 방법이 있고, 동서울 터미널 혹은 상봉 터미널, 강남 남부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기차를 타는 것이 운치도 있고 좋지만 서울에서 원주로 가는 기차 편이 그리 많지 않다. 필자는 상봉 터미널에서 직통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 상봉 터미널에서 원주로 가는 버스가 가장 많이 있고, 지리적으로 원주에 가장 가깝다. 차에서 지루하게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차비도 세 군데 터미널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주의 할 점은 반드시 ‘직통’ 버스를 타야한다. ‘직행’ 버스를 타면 중간 경유지를 들러서 가기 때문에 근 3 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버스 한번 잘못 올라타면 귀중한 하루 일정을 망치는 수가 있다. 직행과 직통 버스 요금차이는 없다. 필자가 원주에 찾아 갔을 때는 조금 일정에 여유가 있어서 사실은 당일 여행이 아닌 1 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근무를 마치고 곧장 상봉 터미널에서 마지막 버스 (저녁 8 시)를 타고 원주로 출발했다. 당일 여행이라면서 저녁에 출발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버스가 서울을 벗어나 국도로 들어서자 만났던 멋진 야경 이야기를 꺼내고 싶기 때문이다. 야간 버스에서 보는 하현달과 하나둘 솟아오르던 별들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게다가 원주를 늦은 밤에 찾아가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버스 안은 그야말로 적막함 그 자체, 소리 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고 오로지 길 위를 달리는 버스 주변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갸우뚱 이쪽을 들여다보는 하현달의 모습.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없어서 마음껏 의자를 뒤로 제끼고 누워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내 몸속에 쌓여 있던 바쁜 일상의 거친 먼지들이 맑게 씻겨 나가는 것 같은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 8시에 출발해 원주에 내리니 9 시 50 분 정도가 되었다. 평일이고 야간이었기 때문에 도로도 별로 막히지 않았다.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여쭤 봤더니 주말에도 대략 서울에서 원주까지는 2 시간 안쪽으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니 차가 막혀 고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날의 숙소는 원주 외곽에 위치한 ‘토지 문학관’이었다. 소설 <토지>의 저자이신 박경리 선생께서 사재를 털어 운영하시는 곳인데 문인, 화가, 영화인 등 모든 예술인들에게는 1 년에 최대 4 개월 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더 놀라운 것은 식사도 제공이 되는 이곳의 사용료가 무료라는 점이다. 필자는 ‘예술인’은 아니지만 다행이 그곳에서 작업 중인 지인이 계셔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다. 원주에서 토지문학관을 찾아가는 방법은 택시와 버스, 두 가지다. 택시는 약 2 만 원 정도, 시간은 20 분 정도 소요되고, 버스는 34 번을 타면 된다. 일단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택시를 잡았다. 기사 아저씨는 젊은 분이었는데 원주도 어서 개발 되어야 관광 수입도 늘고 도시도 좋아진다면서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던 원주의 도시 개발 계획을 열심히 설명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귀로 듣는 척 하면서 밤하늘 위로 떠오른 대삼각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서울보다는 공기가 맑아 도심에서도 별이 정말 많이 보인다. 약 20 분여를 달려서 토지문학관 앞에 내리니 미리 연락을 받은 지인이 사람 좋고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서있다. 날이 좀 쌀쌀했는데 반가운 마음을 간단한 눈인사로 대신하고 조금 걷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미류나무와 버드나무가 어둑한 산그늘을 등 뒤로 하고 서 있다. 멀리 산허리를 감아 도는 물소리가 들린다. 토지문학관이 위치한 동네는 아주 작은 동네다. 도로에서 걸어 들어가면 몹시 깜깜한데도 서울에 흔한 방범등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달이 밝아 보일 것은 다 보인다. 덕분에 별이 더 또렷하게 밤하늘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어제 막 털었다던 깻잎 줄기들이 길게 누워 있다. 지인도 작업하다 말고 나와서 깨 털기를 도왔다면서 어깨가 아프다고 너스레를 떤다. 적당히 습한 밤공기를 타고 구수하고 알싸한 깨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동네 개 한마리가 낯선이를 향해서 짖어대는데 그 소리에 악의가 실려 있지 않다. 덩달아 다른 집개들도 이때다 싶어 짖어댄다. 조용하던 동네가 살짝 소란해 진다. 그래도 어느 집 하나 개들에게 윽박지르는 집이 없다. 개들도 금방 흥미를 잃고 다시 조용해진다. 멀리 들리던 물소리가 더 가까워진다. 물은 백운산줄기를 타고 양안치 고개를 따라 흘러서 연세대 원주 캠퍼스 앞의 저수지까지 이어진다. 달빛에 멀리 저수지가 반짝이는 모습이 보인다. 산행은 다음날 아침 6 시에 시작했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산행을 하면서 먹을 도시락을 싸서 배낭에 챙겨 넣고 숙소를 출발했다. 가벼운 비가 내렸지만 더 많이 내릴 것 같지 않아 우산을 챙겨들었다. 토지 문학관에서 다시 도로로 나가면 귀래로 가는 31 번 버스를 타고 양안치 고개에서 내릴 수 있다. 소요시간은 5 분에서 10 분 정도. 토지 문학관 앞에서 북동쪽으로 양안치 고개 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그 방법은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양안치 고개에서 토지문학관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20% 의 오르막, 나머지는 내리막이지만, 그 반대의 코스는 80%의 오르막을 감수해야만 한다. 힘들여 한발 한발 오르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분이라면 토지문학관 -> 양안치 고개 코스를 추천한다. 그러나 힘들이지 않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 원하는 분이라면 양안치 고개 -> 토지문학관 코스가 좋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면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사실 고개에서 넘어가는 오르막이라고 해 봐야 아주 살짝 숨이 가쁜 정도의 오르막이고 그나마 15 분 정도만 걸으면 끝난다. 나머지는 계속해서 구불거리는 내리막이기 때문에 산행 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필자도 지인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모퉁이마다 만나는 들풀과 나무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거나 더러는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산책을 즐겼다. 양안치 고개는 일직선으로 주욱 이어진 길이 아니고 심하게 구불거리는 길이다. 필자가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막 해가 뜨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산허리를 따라 모퉁이를 돌때마다 앞의 것과는 다른 모습의 산을 만날 수 있다. 반드시 모퉁이를 돌 때마다 심호흡을 해 볼 것을 권한다. 돌과 흙에서 나는 냄새가 모퉁이 마다 다르다.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과 밀도도 다르다. 웬만큼 몸이 더워지면 어떻게 아는지 바람이 은근히 불어와 몸을 식혀 준다. 한 가지 꼭 주의 할 것은 자칫 덥다고 마구 벗어 제끼다 보면 감기 걸리기 딱 이라는 것이다. 겨울로 넘어가는 산바람은 의외로 차고 날카롭기 때문에 옷 속으로 살 속으로 잘도 파고 들어온다. 지퍼가 달린 점퍼를 준비해서 조금 춥다고 느껴지면 목까지 채워줘야 뒤탈이 없다. 무엇보다 땀이 몸에 흐르지 않게 조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럴때 목에 두른 수건은 아주 좋은 체온 조절기 역할을 해준다. 걷다가 더울 때는 살짝 풀어주면 되고 조금 추우면 바짝 감아주면 좋다. 양안치 고개에서 볼 수 있는 수종樹種은 꽤 다양한 편이다. 주로 침엽수들이 많은데, 소나무, 싸리나무, 미류나무, 특히 생강나무가 많다. - 생강나무는 단풍이 노랗게 드는데 그 색깔이 꼭 모과열매 같다. 은행나무나 단풍나무의 노란색과는 또 다른 맛이다. 산비탈에는 칡넝쿨이 탐스럽게 자라서 모퉁이를 돌때마다 굉장히 좋은 냄새가 난다. 그 사이로 다람쥐들이 분주히 뛰어다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길 주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산딸기 덤불도 많이 있고 들국화, 조팝나무, 엉겅퀴들이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오랜만에 내린 비에 촉촉하게 젖어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산책을 시작하고 30 분 정도 지나면 양안치 고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원주 시내까지 볼 수 있고, 바로 그곳에서 아래쪽으로 토지문학관이 있는 동네가 보인다. 가파르지 않은 경사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하면 된다. 정상에서 약 20 분 정도 내려가면 냇물이 흐르는 곳이 있다. 콘크리트로 만든 조그만 다리가 있는데 보통은 날 좋은날 그곳에서 물에 발 담그고 도시락을 먹는다고 한다. 다리 위쪽으로 올려 보면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찾아 볼 수 있다. 오래도록 사람들 손길이 닿지 않아서 돌 틈 사이 낀 연두색 이끼가 파릇파릇 통통하다. 그 안쪽으로는 그림자까지 녹색으로 물드는 것 같다. 대충 평평한 곳에 쭈그리고 앉아 우산을 받친 채로 챙겨간 따뜻한 차와 토스트를 먹는다. 지인이 주섬주섬 먹으라고 귤도 꺼내 놓는다. 임금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비는 새벽보다 조금 잦아 든 것 같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일어선다. 비는 더 잦아들어서 우산을 살살 간질이면서 내린다. 비를 맞은 풀잎들이 고개를 까닥인다. 길 아래쪽으론 울창한 숲을 볼 수 있다. 흔한 군부대의 참호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오래되고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어떤 나무는 지난겨울 눈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버린 가지를 그대로 매달고 있다. 그 위로 다람쥐가 분주하게 뛰어간다. 지인이 ‘저 녀석은 내 친구인데 지 재주 자랑하려고 따라온다.’라며 너스레를 떤다. 카메라를 슬쩍 들이대니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다른 나무 가지로 뛰어 넘어간다. 다리에서 약 1 시간여를 걸어 내려가면 산행은 끝이 난다. 산길이 끝나는 곳에는 넓은 콩 밭을 볼 수 있다. 우스게 소리 같지만 ‘마음이 콩밭에 가있다.’는 격언의 진정한 의미를 그 날 알았다. 조박조박한 콩잎들이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앙증맞던지 정말 콩밭에 가 있을 만 하다고 속으로 끄덕거렸다. 콩밭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뭔가 이상한 문을 하나 만날 수 있다. 아주 고색창연한 담쟁이 문양으로 만들어진 철문이 벽돌 기둥과 함께 서 있다. 벽돌 기둥의 장식도 정성 들여 화강암으로 깎아서 마무리 되어있다. 철문은 그리 높지도 않다. 보통 성인 남자의 허리 정도 올라오는 높이인데 주변에 벽이나 목책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덩그마니 넓은 땅에 문과 벽돌 기둥만 서 있다. 그 옆에는 비석이 서 있는데 무덤에 있는 비석이 아니라 그냥 문패 같은 비석이다. 지인이 ‘신기하게도 알아보네요.’ 라고 말을 건넨다. 원래 그 문은 땅의 주인이 노후에 집을 짓고 지내려고 기쁜 마음에 일단 문부터 세워 놓은 것인데 그 주인이 갑자기 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집은 지어지지 못하고 그냥 문만 남아버렸다고 한다. 나는 그 문을 보는 순간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 그만 두었는데, 그 땅의 주인은 죽어서나마 그 안쪽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 같아 방해를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였다. - 사실 좀 으스스 하기는 했다. 그래도 그 문이 음산하거나 귀기 어려 보이지는 않았다. 필자는 1 박을 했지만 서울에서 하루 일정으로 양안치 고개 산행을 계획한다면 늦어도 9 시에는 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원주까지 약 2 시간, 원주 시내에서 양안치 고개까지 넉넉히 시간 잡아 30 분, 그렇게 되면 얼추 점심시간이 된다. 산행 도중 점심을 먹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면 조금 피곤하더라도 부지런을 떠는 것이 좋다. 산행은 어슬렁거리면서 걸어도 2 시간 정도면 마칠 수 있는 짧은 코스다. 길도 험하지 않고 다른 곁가지 길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무엇보다 인적이 많이 않은 곳이기 때문에 호젓하게 친구와 벗하면서, 혹은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면 모퉁이를 돌때마다 표정을 바꾸어 다가오는 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불구불한 길과 길가에 피어있는 들풀들의 정겨운 모습을 담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제는 흔히 여행을 떠난다면 콘도나 펜션을 빌리는 것이 정석으로 되어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 5 일이 정착된 이후 여가의 많은 시간을 여행에 투자하지만 사실 대다수의 이름 있는 여행지에서 나는 대도시의 떠들썩함과 수다스러움을 그대로 가지고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여행의 목적은 물론 즐거움이 그 최우선이 되어야 하겠지만 여행지에 가서까지 노래방에서 밤을 불태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라면 뭔가 좀 갸우뚱 해 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행은 무료한 일상의 들숨과 날숨 같은 것이다. 자연과의 교감도 좋지만 그 이전에 나 자신과의 교감, 그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 여행이다. 꼭 멋지고 웅장한 경치 아니더라도 부지런한 누군가가 먼저 내놓은 길을 따라 걸으면서 흙과 바람과 하늘, 들풀들과 나무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비추어지는 나의 모습을 찾는 것이 여행이다. 그것이 삶의 들숨과 날숨이 되고 일상을 버텨 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 상봉에서 원주행 버스는 아침 6 시에 첫차가 있고 배차 간격은 50 분, 10분 각 한 대씩 있다. 원주에서 서울로 올 때는 동서울로 가는 차편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는 편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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