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으로 가장한 꽃뱀, 성적 접촉 빌미 삼아 거액 뜯어내
지난 6월 중순 울산의 한 대중 사우나 수면실에서 성폭행을 당한 30대 남성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사우나 업계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경계 태세를 높이며 집안(?) 단속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가령 정기적으로 목욕보조원들이 순찰을 돈다거나 수면실에 조명을 밝히는 등.
하지만 남성 동성애자들이 주로 찾는 사우나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중 사우나가 동성애자들의 은밀한 장소로 이용된다는 점을 주목한 '꽃뱀'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수면실에서 '자는 척'하며 동성애자 유인
지난달 중순 서울지검 소년부는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꽃뱀 행각을 벌인 박모(2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속칭 '이반'으로 불리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주로 모이는 사우나의 수면실에서 동성애자로 가장해 그들에게 접근, 성적 접촉을 갖도록 유인한 후 이를 약점 삼아 거액의 돈을 뜯어낸 혐의다.
박 씨는 2002년 10월부터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 L 사우나, 대치동 C 사우나, 성남 분당 T 사우나 등을 돌며 동성애자들로부터 총 9차례에 걸쳐 1천2백만원을 뜯어냈다.
박씨는 먹잇감을 노리는 호랑이처럼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 사우나 수면실에서 잠자는 척하며 동성애자들이 자신에게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의 성기와 항문 등을 애무하도록 방치했으며 때로는 이들과 합의하에 성적 행위를 갖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 1월 강남 L사우나에서 만난 설모(57)씨와 오럴 섹스를 한 후 "설씨가 자신을 강제 추행했다"며 강남 경찰서에 설씨를 고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정신적인 충격이 매우 크니 피해 보상을 반드시 받아야한다"며 설씨의 아들을 협박, 2차례에 걸쳐 3백1십만원을 뜯어냈다.
같은 달 오모(17)군과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하는 등의 성행위를 갖은 후 같은 수법으로 오 씨의 누나에게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협박, 합의금 명목으로 5백만원을 받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1번 꼴로 대중 사우나에서 동성애자를 유혹, 경찰에 신고한 후 협박하는 수법으로 금품을 뜯어냈다.
꽃뱀이 보내는 유혹의 눈짓에 넘어가
최근 꽃뱀에게 걸려 한바탕 홍역을 치른 김씨(23)씨는 끔찍했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꽃뱀이 보낸 눈짓에 같은 성향의 동성애자로 생각한 김씨는 성적 접촉을 하다가 갑작스레 일어나며 화를 내는 꽃뱀의 태도에 무척 황당했다. 이후 김씨는 10여분 동안 꽃뱀이 가는 곳을 쫓아다니며 사과를 해야 했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주고 나서야 위기를 모면했다.
김씨는 "이런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이반들은 상대가 자신과 같은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상대가 완전한 이반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부류일 것이라고 생각해 접근을 시도했다"며 "솔직히 당시만 해도 사우나 안에서 실랑이를 벌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이반이라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고 털어놓았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