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모든 것 밝히겠다" … 검찰 수사 급물살 탈 듯
이른바'안기부 X 파일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요구를 받고 있는 홍석현 전 주미 대사가12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홍 전 대사는 이날 오후 2시20분쯤 일본 하네다 발 대한항공 KE6708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미리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만나 "여러 가지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검찰에 나가 관련 의혹에 대해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홍 전 대사는 차분한 어조로 "몇달간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대사직 마무리하고 9개월만에 귀국을 했다"고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여러가지 이유로 많은 분들께 심려 끼친데 대해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며"다음주에 아마 조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검찰에 나가서 상세히 진술하겠다. 그 때까지 기다려 달라"라고 말했다. 홍 전 대사는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이 원만히 처리돼,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사회로 가는 데 밑거름이 된다면 자신의 아픔과 시련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다음 주중 피고발인 신분으로 홍 전 대사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삼성그룹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또 홍 전 대사에 대한 조사 뒤 필요에 따라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의 재소환 또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참여연대는 지난 7월25일 '안기부 X파일' 테이프 내용에 대한 보도를 바탕으로 "삼성그룹이 지난 1997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 100억여원을 건네는 등 여야에 천문학적 규모의 정치자금을 자금을 제공하고, 검찰 간부에게 이른바 '떡값'을 전달하는 데 홍 전 대사가 관여했다"며 검찰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과 함께 홍 전 대사를 특가법상 뇌물, 특경가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미 지난 9월 30일과 지난달 21일 두 차례에 걸쳐 홍 전 대사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홍 전 대사는 지난 10일자 귀국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취소하는 등 귀국을 미뤄왔다. 지난 2월 주미대사에 취임한 홍 전 대사는 97년대선 당시 삼성그룹의 정치자금을 유력 정치인에게 전달했다는 정황이 안기부의 X 파일 도청 테이프를 통해 드러나자 9월23일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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