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스러운 정치권의 퇴행적 의도
요즘 정치판을 보고 있으면 ‘3김(金)과 창(昌) 시대’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야가 은퇴 정치인을 현실 정치로 불러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어서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8일 대거 동교동으로 향한 것만 봐도 그렇다. 10·26 재선거 참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고견을 듣겠다는 ‘명분’에서다.
DJ는 이에 화답하듯 정세균 당의장 등에게 “여러분이 나의 정치적 계승자”라면서 위기수습 방안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이날 보도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회창(昌) 전 총재의 정치 복귀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당과 국가를 위해 뭔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선 역할론을 띄운 것이다.
가칭 ‘국민중심당’도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를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있다. 심대평 충남지사 등 신당 지도부가 얼마 전 JP와 식사한 데 이어 6일엔 골프를 치며 돈독한 사이를 과시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원로에게 조언을 구하고, 원로가 후진에게 지혜와 경험을 나눠주는 일은 정치권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3김과 창’으로 상징되는 지역주의 갈등 시대를 거쳤고, 그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작금의 상황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호남(DJ), 한나라당은 대구·경북(창), 신당은 충청권(JP)을 잡아보겠다는 ‘퇴행적’ 의도가 명백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태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더욱 노골화될 공산이 크다. 국민이 원하는 게 ‘3김과 창’인지, 새로운 시대와 비전인지 여야 모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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