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두운 부분만 보았기 때문에 희망이 없었어요.하지만 세상은 그리 나쁘지않아요.”
오산시 오산고등학교 3학년(휴학중) 소년가장 윤동준(19)군.은현재 크론병을 앓아 5차례 수술을 마치고 회복상태에 있는 윤동주군을 성빈센트병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세상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작은 소망을 품은 윤동주군은 구김살 없는 밝은 얼굴로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윤동주군의 어린시절은 불운했다.
윤동주군은 소년가장이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인 1998년.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집안에서는 잦은 싸움이 있었고, 급기야 어머니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자 윤동주군과 여동생은 할머니의 손에 맡겨졌다.
또한,두 남매는 간간히 아버지와 전화 연락을 했을 뿐 거의 할머니와 생활하다가 지난 2002년 겨울 홀로 집을 지키던 할머니가 화재로 숨지자 준비도 없이 세상밖으로 떨어지게 됐다. 그리고 같은 해 잦은 설사와 하혈, 고열로 병원을 찾았다가 ‘크론씨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정을 받고 병마와의 끝도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크론병은 장에 만성적인 원인 불명의 염증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동양인에게는 비교적 드문 병이다.
“그냥 막막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하나만은 분명했어요. 스스로 이겨내며 부모가 없다고 손가락질 당하지 않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생활했어요” 어린 윤군에게 그 시절은 오기와 자존심이 유일한 벗이었다. 그러나 아프고 힘겨울 때마다 ‘엄마가 있었더라면...’하고 그리워 하기도 했다고. 동준군은 밤 10시부터 신문보급소에 출근해 신문 사이에 전단지를 삽지하고 나서 잠깐 눈을 붙인 후 새벽에 신문을 돌렸고, 학업을 마친 후에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그럼에도 주위에서는 소년가장이라고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악착같이 생활했다.
특히 공부에 욕심이 많아 어려운 형편에서도 성적이 상위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2004년 8월, 여름방학 끝자락에서 병세가 더욱 악화되자 학교를 휴학하고 희망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하며 윤군의 삶은 절망적이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원망스러운 마음 뿐이었어요. 나는 억세게 운이 없는 놈이다. 나는 재수가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어도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 비뚤어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는데 난치병이라고 판정되자 삶을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무너지는 마음을 다스렸던 이유는 사랑하는 동생이 있기 때문이었다.
동생에게 당당한 오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동준이는 동생이 밝게 자라기를,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동준이는 현재 소장제거수술을 한 상태로 중심정맥관을 가슴에 달고 생활하고 있다. 동준이에게는 꿈이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힘들때마다 그림에 푹 빠져 화가의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열심이다. “저를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보답해 드릴것이 없어 늘 죄송하지만 불행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저의 모습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다면 제가 살고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을것 같아요”라며 동준이의 수줍은 미소가 추운 겨울을 녹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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