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권력게임 본격화되나?
새누리당 권력게임 본격화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무성 vs 서청원 vs 충청권 ‘3파전’ 전망

서청원 의원의 등원을 계기로 새누리당 내 유력 주자들을 중심으로 재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내년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라는 양대 사안을 중심으로 세 불리기가 한창이다. 서청원 의원은 물론 당내 최고 실세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도 현재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정우택 최고위원 및 이완구 의원 등을 중심으로 충청지역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 여권의 권력재편을 앞두고 김무성 의원과 서청원 의원의 움직임은 현재 정치권 최대 관심사다. 김무성 의원은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는데 반해, 서청원 의원은 아직까지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현재 새누리당의 당내 구도는 서청원 의원의 원내 복귀를 기점으로 이른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전후로 일치단결의 최절정을 보여주었던 새누리당이지만 집권 2년차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면을 모색하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견해다.

“계파 분리는 자연스러운 현상”
한 정치평론가는 “이러한 징후는 일차적으로 ‘계파 분리’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5년 동안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흐름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집권 초기는 이른바 ‘친이(親李)계’가 당을 완벽하게 석권했다”며 당시 박근혜 현 대통령을 모시던 친박(親朴)계는 가히 ‘학살’이라 불릴 수준으로까지 내몰렸다. 오죽하면 당시 ‘친박연대’라는 한국 정당사상 찾아보기 힘든 정당 단체까지 나왔겠느냐“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집권 중반기로 넘어가며 개혁 드라이브가 힘을 잃고 각종 악재가 터져 나오며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하향곡선을 보이고, 이에 비례해 친박계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 평론가는 “이와 같은 흐름은 현 정부라고 비껴가지 않을 것 같다”며 “특히 요즘 새누리당은 계파별 규합의 움직임이 이명박 대통령 시절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집권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이 이례적으로 상당히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에 대해 상당수 정계 관계자들은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시사평론가는 “현재 박근혜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유연하지 못한 경직된 정국 운영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새누리당의 분화를 촉진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물론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만 나갔다 하면 지지율이 오르는 독특한 현상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정권 초기 ‘허니문 기간’은 이미 끝나간다고 판단하는 새누리당 의원이 많다”며 “현재 민주당 등 야권이 워낙 난맥상을 보여 여당이 강력해 보일 뿐이지 사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년 전당대회 및 지방선거를 전후로 하여 향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른 정치평론가는 “올해 내내 인사 파동이나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화록 실종 사건 등으로 피로를 느끼는 것은 새누리당 내 의원들도 마찬가지”라며 “아무튼 올해 연말은 ‘암중모색’을 거치는 시기라 보면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세 규합’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중동’의 상황에서 ‘동’을 향한 움직임이 싹트는 분위기에서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고 활발한 면모를 보이는 인물은 바로 현재 새누리당 내 최고 실세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 김무성 의원은 나름 심적으로 다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서청원 의원이 원내에 진출한데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에 본격적으로 연루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평론가는 “향후 서청원 의원과 이룰 상호 관계를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가 김무성 의원이 봉착한 가장 큰 숙제”라고 분석했다. “현재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여러 정황으로 당내는 물론 청와대로부터도 서서히 ‘견제’가 들어오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와 아울러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건도 김무성 의원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선 기간 중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의혹을 받아온 김무성 의원은 지난 11월 13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9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자정 무렵 귀가했다.

김무성 의원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지(속칭 ‘찌라시’)에서 회의록 내용을 입수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정계 관계자는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 신빙성 측면에서 여당 쪽에서도 ‘보호’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이로 인해 자칫 김 의원은 치명적인 ‘말 바꾸기’ 논란에 빠져 신뢰성을 잃을 수도 있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렇게 여러 곤경에 빠져있는 김무성 의원이 세 규합을 서두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며 “김 의원의 세 과시는 내년 전당대회를 전후로 하는 시점에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재 김무성 의원은 11월 6일 그동안 국정감사로 중단했던 ‘근현대사 역사 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이 모임은 뉴라이트적인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야당과 진보세력의 눈총을 받고는 있지만 새누리당 의원의 3분의 2를 끌어 모아 당내에서도 강력한 위세를 과시하는 모임으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또한 김무성 의원은 “보수색이 너무 짙다”는 비판을 의식하기라도 한듯 지난 11월 11일 사회 고령화에 대비한 복지모임인 ‘퓨처 라이프’를 발족해 정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 모임은 원혜영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공동대표로 앞세워 여야 모두를 통합하는 모임으로 발족한 점이 크게 눈에 띤다. 물론 당내 유력 당권주자로 손꼽히는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모임이기에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그동안 ‘우직하지만 과격한 보수인사’라는 인상을 만방에 과시한 김무성 의원이 지금까지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면모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특히 퓨처 라이프 모임이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는 기존의 새누리당 지지 지반인 노령층의 표심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정책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능력도 은연중 드러내려는 의도와 야심의 발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충청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완구, 정우택, 이인제 의원 등 중진 3인방의 무게감 있는 행보에 충청권의 역할론도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충청권 의원들의 ‘약진’도 변수로 작용
이렇게 김무성 의원이 주로 모임 결성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활발한 세 규합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서청원 의원은 아직까지는 눈에 드러날 만한 행보를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계 관계자 상당수는 “서청원 의원이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 아니겠냐”며 “서 의원은 우선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경색됐던 정국을 풀어나가는 주역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다음, 전당대회 준비를 기점으로 서서히 세 확장에 힘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시점에서 김무성 의원이나 서청원 의원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새누리당 내 인물들이 바로 충청권 국회의원들”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완구 의원과 이인제 의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충남 지사 출신의 3선인 이완구 의원은 지난 11월 8일 당 세종특별자치시 지원을 위한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특위에는 대선 후보를 지냈던 정몽준 의원과 이인제 의원 등도 위원으로 합류했다.

이처럼 이완구 의원은 ‘세종시 연대’를 명분으로 삼아 의욕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1월 13일 본인과 동향인 세종시가 지역구인 6선 이해찬 민주당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갖고 세종시설치특별법 및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 등 세종시 관련 법안을 올해 내에 처리하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여야 협력’이라는 현재로서는 보기 드문 면모를 과시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완구 의원은 11월 18일에는 자신과 친박계 핵심이 주도하는 국가경쟁력강화모임도 출범할 예정이어서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모임은 최경환 원내대표, 유기준 최고위원, 홍문종 사무총장 등 친박 핵심이 대거 참여해 언제든 대통령 의중이 실리면 김무성 의원과 경쟁을 펼칠 친박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 충북 지사 출신인 3선 정우택 최고위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주로 ‘충청권 서울시장 후보론’을 설파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정 최고위원은 지난 11월 14일 헌법재판소에 “국회의원 의석수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해 정계에 큰 화제를 일으켰다.

정 최고의원은 “올해 충청권 인구는 526만 명으로 호남권을 1만여 명이나 앞질렀는데도 의석수는 충청권(25석)이 호남권(30석)보다 다섯 석이나 적어 헌법상 평등권과 참정권이 침해당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편 ‘충청권 맹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6선의 이인제 의원도 ‘통일을 여는 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충청권 의원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영남세가 강했던 새누리당의 예기치 않은 변수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