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투자자 최석현 씨(가명‧남38)씨는 갖고 있던 펀드가 9월 경부터 손실을 보기 시작하자 급하게 환매했다. 이후 펀드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자 최 씨는 더 이상 펀드에 가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른 금융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적금이었다. 그러나 정기예금 금리가 2.6% 수준에 머무르자 생각을 접었다. 고민에 빠져 있던 최 씨가 선택한 것은 가치주 펀드였다.
주식형 펀드, 순유출 역대 최장…설정액도 ‘최저’
가치주 펀드엔 ‘자금 유입’…수익률도 10% 웃돌아
최근 주식형 펀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펀드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출은 지난 8월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44거래일 동안 이어져 역대 최장 순유출 기록(종전 26거래일)을 경신했다. 이 기간 동안 빠져나간 자금만 해도 6조1043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일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설정액은 84조1127억원으로 지난 2007년 9월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침체기에 빠진 펀드 시장에서 가치주 펀드는 수익을 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가치주 펀드란 그 주식이 갖고 있는 가치에 비해 현재 주식가격이 싼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풀이해 말하면 기업의 주가가 기업이 가진 가치보다 낮게 형성된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여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말한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여 기업가치 상승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때 주식을 적정가격으로 매도함으로써 차익을 남기게 된다.
가치주 펀드, 자금 유입돼
펀드 평가사들에 따르면 가치주 펀드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신영밸류고배당증권’은 펀드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8월 2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2188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최대 유입규모를 기록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저평가된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다.
같은 기간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가치주 펀드 ‘KB밸류포커스펀드’는 697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C’의 경우는 104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12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0일 하루동안 가치주, 중소형주 유형펀드로 3000여억 원이 넘는 신규 자금이 들어오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펀드 자금 유입 훈풍을 타고 가치주 펀드의 설정액과 수익률은 상승세를 탔다.
‘KB밸류포커스펀드’는 설정 4주년 만에 설정액 2조 4372억원을 기록해 국내 최대펀드로 자리매김했다. ‘신영밸류고배당증권’은 2007년 개설 이후 1조3396억원을 기록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이사는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이 112.25%를 기록해 코스피 벤치마크지수(27.45%)를 80%p이상 앞섰고, 설정액 3000억 원이 넘어선 이후 시점부터 최근 3년간 수익률은 33.49%로 583개 동일 유형 가운데 상위 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타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도 주식형펀드 대비 10%를 웃돌았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이나 신영자산운용 등 가치주 전문운용사들이 운용하는 가치주펀드들도 박스권 장세에서 연초 이후 10%가 넘는 고수익을 연출했다. 이들은 12일 기준 ‘한국밸류10년투자100세행복증권투자신탁1(주식)(A)’(18.4%)‘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C)’(14.51%),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1(주식)Class’(10.82%),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10.13%) 등의 고수익을 기록했다.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이 -1.13%로 나타난 것과는 대비된다.
가치주의 ‘강세’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이다. 전문가는 그 이유로 △창조경제, 상생 등의 이슈에 대한 기대 △가격 △자금 유입 등을 들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가치주 펀드가 연초 수익률이 좋았던 이유는 창조경제, 상생 등이 이슈가 되면서 중소기업 등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에 기대가 컸다”며 “가격 쪽으로도 대형주보다 메리트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자금이 들어올 때도 중소형주 펀드와 가치주 펀드의 비중이 높았다”며 “여러 가지 면으로 상황이 좋아 상반기 내내 강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주’ 주목
한편, 내년 펀드 시장의 대세는 ‘성장주 펀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성장주란 장래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이다. 일시적인 시세변동에 따른 주가상승이 아니라 당해 주식 발행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반영하여 주가상승이 기대되는 주식을 말한다. 보통 성장주로 분류되는 기업은 재무구조가 양호하고, 동일업계에서의 시장점유율이 우월한 곳들이다. 때문에 장래 증자, 배당 증가가 예상된다. 성장주 펀드란 바로 이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2014년 글로벌 경기 회복이 다가올 것으로 전망,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수출중심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선진국 경기회복의 수혜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운용은 ‘2014년 펀드투자 전략’ 자료에서 “내년 펀드시장 키워드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며 이를 반영한 대형 성장주 펀드가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 회복의 지표들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가치주와 중소형주 펀드에 대한 선호가 둔화하고 국내 지수 상승과 관련된 대형 성장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정운 한국운용 리테일영업본부 상무는 이 자료에서 “최근 선진국의 경제지표들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수출중심 경제구조로 글로벌 경기 회복의 지표 회복 역할을 하고 있어 선진국 경기회복의 수혜가 매우 크기 때문에 경기 민감주를 편입한 대형 성장주 펀드 등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성장주 중에서도 ‘대형’ 성장주를 2014년의 대세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