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9.11’재현되나, 위태로운 ‘제2롯데월드’
한국판 ‘9.11’재현되나, 위태로운 ‘제2롯데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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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논란에도 123층 공사 강행…문제있다?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와 민간헬기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건설중인 1232롯데월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제의 제2롯데월드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안전성 논란에 휩싸여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격적으로 인·허가에 성공했다. 아이파크 민간헬기 충돌 사건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2롯데월드 특혜 논란이 다시금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일명 안보게이트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국판 9.11로 비견되는 민간헬기 충돌 사건은 기체의 연료통이 폭발하지 않아 헬기 조정사 2명이 사망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도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항공사고에 관한 경각심을 고조 시키고 있다. ⓒ뉴시스

123층 제2롯데월드…‘비행 안전성’ 다시 도마 위에
이혜훈 “헬기 충돌로 제2롯데월드 층수 검토 필요”
롯데그룹 “제2롯데월드 층수조정 고려사항 아니다”
롯데 특혜 논란 재점화…MB 정권에 칼날 겨냥할까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트 아파트에서 민간헬기 충돌 사건을 목격한 주민 박모(47)씨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박씨는 자고 있다가 폭발음이 들려서 뛰쳐나왔다.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굉음이 들려서 뛰쳐나오게 됐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현재 헬기 잔해는 모두 치워졌지만 충돌로 외벽과 유리창이 부서진 1022127층은 사고 당시 모습 그대로다. 한국판 9.11로 비견되는 이 사건은 기체의 연료통이 폭발하지 않아 헬기 조정사 2명이 사망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도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항공사고에 관한 경각심을 고조 시키고 있다. 특히 성남비행기장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2롯데월드건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롯데월드안전성 비난 잇따라

롯데물산이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제2롯데월드 공사는 지하 5, 지상 123, 높이 555m로 세계 6위 규모다. 층수로만 따지면 이번 헬기참사를 부른 38층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의 3배를 넘는다. 2016년 완공 예정인 이 건물의 현재 공정률은 약 25%로 중앙 골조부분은 50층 가량 올라간 상태다.

2롯데월드 건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불과 5~6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공항과 2롯데월드는 전투기의 주행속도로 봤을 때 1분이면 도달 가능한 거리다. 속도가 빠른 전투기가 이착륙을 시도할 때 제2롯데월드 빌딩을 보고 급선회를 시도하더라도 충돌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전시상황을 가정한다면 그 위험성은 상상 이상이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한 우려와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전문가들 우려대로 제2롯데월드의 충돌 위험성이 높다면 이번 아이파크 헬기 충돌 사건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이미 건축허가는 났지만 아직 완공된 상태는 아닌 만큼 제2롯데월드의 층수조정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 차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전문가 및 공군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MB 정부가 제2 롯데월드의 허가를 강행했다며 MB정권을 겨냥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는 초대형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를 희생시키는 것은 기업친화적인 국정운영 기조에 맞지 않는다며 허가를 밀어 부쳐왔다불과 2년 전만 해도 조종사들의 75%, 군관제사의 85%가 충돌위험이 있다고 진술했지만 묵살되고 강행됐다고 지적했다.

▲ 제2롯데월드 건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불과 5~6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제2롯데월드 조감도 ⓒ롯데물산

층수 조정” vs “고려사항 아냐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된 제2롯데월드 건설은 국민적 반발과 군의 반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직후 국방장관에게 제2롯데월드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건물의 고도가 너무 높아 전투기나 헬기, 항공기 등 비행체가 건물에 충돌할 수 있다는 안전성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반대에 부딧쳤으나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01111일 최종적으로 건축을 허가했다.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를 3도 틀어 건설하고 항공기 안전에 필요한 감시 장비를 설치하며 해당 비용을 롯데가 부담한다는 조건이었다.

항공관련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과 같은 위치에 초고층 건물이 있는 나라와 건물 때문에 항공 활주로를 튼 사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18CBS 라디오에 출연해 공군 활주로를 3도 트는 것보다는 제2롯데월드의 높이를 200m 아래로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그 이유는 제2롯데월드 옆을 지나가는 항로가 이착륙할 때 높이가 한 280m 정도 된다. 따라서 제2롯데월드가 280m 아래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정말 위급한 경우에 돌발적 악재가 나도 항공기가 거기에 충돌하는 가능성은 굉장히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안전성을 위해서라면 높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인 것이다.

안전성을 위해 건설중인 제2롯데월드의 층수를 조장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서울시와 롯데는 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미 인·허가 모두 나간 상황에서 중간에 층수를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18일 공식입장을 발표문을 통해 롯데월드타워의 지상 123, 높이 555m는 건축 심의 및 인허가를 거쳐 공정계획에 따라 건축 중인 만큼 층수 조정은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설정된 비행안전구역 밖에 입지해 있고, 비행 안전면에서도 국내외 항공 및 유관분야의 다양한 전문가와 전문기관의 검토 및 분석을 통해 원칙적으로 안전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도 사업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담당자 또한 인·허가 중이라면 몰라도 인·허가가 모두 끝난 상황에서 층수를 전면 재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심은 허가 받을 수 없는 사안이 허가할 수 있게 한 이명박 정부에게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MB정권의 롯데그룹 특혜 의혹

각종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 사업이 인허가에 성공하면서 롯데그룹의 MB정권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보수진영조차도 MB정권에 대해 안보까지 팔아먹냐며 비난했으며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장경작 롯데그룹 호텔부문총괄사장(현재는 퇴임)을 의심했다.

당시 정가에서는 롯데타워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야권에서는 다음 정권에서 이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롯데그룹은 MB정권 당시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 뿐만 아니라 부산롯데타운 신축허가, 맥주사업 진출,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면세점 지분 인수, 경남 김해관광유통단지 추가 개발 등 각종 특혜 의혹을 낳았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으로의 안정적인 2세 승계 등이 모두 MB정권 하에서 이뤄졌다.

20111111일 제2롯데월드가 최종 허가를 받게 되자 당시 정치권의 비판이 열을 뿜었다.

민주당은 당시 서면 논평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이 20084월 재벌총수와의 오찬 자리에서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야 하니, 군부대를 옮기면 된다고 말했다이후 제2 롯데월드를 반대하는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됐고 군은 국가안보의 책무와 자존심을 내팽개친 채 '허가'를 위해 묘안을 짜 내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먹구구식의 국정운영도 터무니없다최고 권력자의 친구가 연루된 일이라고 기어이 밀어붙이고 말겠다는 오기와 독선을 국민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가라고 힐난했다.

당시 선진당도 제2롯데월드가 최종 건축 허가를 받은 것과 관련, “9·11 테러의 악몽까지 겹쳐 제2 롯데월드 신축허가가 영 석연치 않다고 비판했다.

선진당은 “12년 만에 이뤄진 최종 건축허가가 왜 하필이면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개막식에 맞춰서 나왔는가라며 논란을 의식한 꼼수인가. 아니면 G20행사 중의 하나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군사공항 활주로 문제를 비롯해서 비행 안전성 문제, 주변지역의 교통체증 해소 문제 등 제기된 모든 의혹들이 아직도 깨끗이 해소되지 않았다서울공항 안전성검증보고서의 안전우려 항목은 통째로 삭제된 채 제출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헬기 충돌로 촉발된 제2롯데월드 건축물의 안전성이 이명박 정부의 롯데 그룹 특혜논란을 재점화시키고 있다. 과연 수면 위로 떠오른 이 문제를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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