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까닭으로, 여권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견제가 점차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의 사실상 키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안 의원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독자적으로 낼 경우, 서울시장 선거판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박 시장에 대한 여권의 대항마가 마땅치 않다고 하지만, 박 시장과 안철수 의원이 분열된 채로 선거를 치른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싸고 여야가 복잡한 수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야권에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만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탓에,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유력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 시장은 대선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하며, 스스로 서울시장 재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의사도 없음을 못 박아 밝혔다.
결국 갈라서는 박원순과 안철수
우선, 박 시장은 지난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차기 대선에 출마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새 정권이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대통령선거 유력주자이기 때문에 초청했다’고 박 시장을 소개한 때문이었다. 그러자, 박 시장은 곧바로 “(나는) 대선후보가 아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박 시장은 덧붙여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일단 서울시장 재선도 모르는 일인데 시정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향후 대선 출마를 고려한 것 아니었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사실, 이전까지는 서울시장 자리가 대권을 향한 엘리트코스로 평가돼 온 바 있다. 실제, 서울시장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권력을 잡기도 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활용해 대권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박 시장 역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이)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그런 생각들이 서울시장들의 앞을 망쳐왔다”고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재선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서울시정에 올인해 시민 지지를 얻으면 경선 규칙을 떠나 나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본다”면서 “보궐선거로 뽑혀 2년 8개월의 임기는 짧다. 한 번 더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시민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다. 박 시장이 2011년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 의원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 박 시장의 독자적 지지층이 넓어졌다 하더라도 박 시장에게 있어서 안 의원의 영향력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당 창당 후 지방선거를 통해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안철수 의원 또한 박 시장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박 시장이 ‘같은 편’이 되지 않으면 ‘적’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선거를 치를 경우 양쪽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철수 의원 측 송호창 의원은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사람을 찾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고, 박원순 시장이 선거를 같이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박 시장이 저희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실상 박 시장에게 ‘민주당 탈당-안철수 신당 합류’를 제안한 것과 다름없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안 의원과 정당을 달리한다고 해도 더 큰 차원에서 협력하는 방안도 있다”며 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박 시장은 “정당이 이념도 목표도 있기는 하지만, 정당을 넘어서서 협력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신당에 직접적인 참여보다 연대-연합이 더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선, 지난달 24일에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지금 인기가 없지만 이미 입당해 당원인 마당에 탈당해 다른 신분으로 나간다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자, 안철수 의원도 서울시장직을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안 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민주당 김영환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서울시장 후보는 반드시 내겠다”며 “국민들 기준에 맞는 분이 있다면 당연히 내년 지방선거 때 모든 광역단체장에 후보를 낼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특히, 안 의원은 “서울시장은 안 낸다 이런 기준은 없다”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이 동지적 관계에서 불가피하게 경쟁적 관계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 박원순 대항마 만들기 스타트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야권의 제 세력이 이처럼 복잡한 셈법으로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탈환 의지도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여권의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군 6명을 선정해 박원순 시장과 가상대결을 펼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명 후보군은 김황식 전 총리, 정몽준 의원, 안대희 변호사,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홍정욱 전 의원 등이다. 여론조사는 중앙당 협의를 거쳐 이달 초 실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연은 향후 2~3차례 여론조사를 더 실시해 6명의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해 당 지도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국민일보가 17일 보도했다. 사실상 새누리당이 박원순 대항마 선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1차 조사에서는 실망스런 결과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시장은 6명 후보 누구와 맞붙더라도 40%대 높은 지지를 얻으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게다가, 여권 관계자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여권이 불리한 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불문에 부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홍문종 사무총장은 19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요즘 일간지에서 마치 여의도연구원에서 우리 서울시장 후보들을 여론조사 했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고, 또 ‘박원순 시장에게 완패를 하고 있다’, 또 ‘6배수의 후보군을 3배수의 후보군으로 줄이고 있다’는 소설과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홍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우리 시장후보들을 여론조사 한 적이 없다”며 “6배수니, 3배수니 압축해본 적도 없고 아직 그것을 시도하거나 이런 일들을 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홍 사무총장은 이같이 강조하면서도 “윈즈코리아라는 여론조사기관에서 투표율 56%를 기준으로 해서 저희 당 정몽준 의원이 박원순 시장에게 이기는 것으로 나오는 결과도 있다”며 “새누리당이 지금 완패하고 있고, 새누리당이 지금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들은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자신감 있는 표현이었지만, 이면으로는 새누리당의 긴장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크게 긴장할 필요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홍문종 사무총장 지적처럼, 외부 여론조사에서는 ‘정몽준’이라는 거물이 박원순 시장을 앞선다는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야권은 지금 서울시장 선거에서 분열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견지한다 하더라도 야권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으로 분열된 채 선거를 치른다면, 누가 나오더라도 해볼 만한 선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받게 될 타격은 상상 이상이다. 재선에 실패한 박원순 시장이 대선에 도전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며, 안철수 의원의 바람도 한 풀 꺾일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원순-안철수 두 사람 모두 서울시장 선거 패패는 정치적 무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검증대 오르기 시작하는 박원순 리더십
한편, 박원순 시장은 이 같이 복잡한 정치구도 외에도 여권으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이른 아침, 서울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 사고 현장에서 보여준 박 시장의 모습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 충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 스스로 비판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낮 12시 30분께 사고 현장에 도착해 지휘소에서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아주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형 고층 건물이 많은 이런 곳에서 이 같은 아찔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덧붙여 말하긴 했지만, 2명이 숨지고 8채가 직접적 피해를 입은 상황에 “불행 중 다행”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것이다.
특히, 박 시장은 “사고 관할이 서울시가 아니고 서울지방항공청과 국토교통부 담당”이라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또한 “그러나 누가 관할인지 책임을 따지기 전에 서울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여 말했지만, ‘서울시 관할이 아니다’는 말이 집중 부각됐다.
이를 그냥 덮고 넘어갈 새누리당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이튿날 논평에서 “무엇이 불행이고 무엇이 다행이란 말이냐”며 “사고로 숨진 조종사들의 유가족은 가장을 잃었고, 아버지를 잃었으며, 자식을 일었다. 이 슬픔을 불행과 다행으로 이야기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 너무나 안타깝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박 시장이 ‘서울시 관할이 아니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서울시민에게 비판받고 있다”면서 “서울시민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상상치도 못한 사고다. 서울시가 돌보지 않는다면 누가 돌봐야 하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으로서 부족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천만 서울시민을 실망으로 이끌었으며,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며 “사고의 관할 여부가 어디에 있음을 설명하기에 앞서 피해자와 놀란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서울시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며, 박 시장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홍 대변인은 “서울에는 다른 지역보다 초고층 빌딩이나 아파트가 많은 만큼, 관련한 위험성에 대한 대응책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책임소재를 떠나 시장으로서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악재들에 대해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임을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새누리당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각종 의혹과 부실 시정운영의 문제들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마곡지구 재개발 지역에 조성할 예정인 ‘서울 화목원’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특혜 의혹과 예산낭비 의혹은 물론, 서울시 경전철 재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예산편성 문제, 무상보육 예산지원 촉구 전면 광고 등도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박 시장 흔들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