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①한진그룹 ‘해운 살리기’ 독될까?
[위기의 해운업]①한진그룹 ‘해운 살리기’ 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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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부채비율·실적부진 탓 동반부실 우려

국내 1, 2위 해운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한진해운은 최근 지분을 담보로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계열분리 꿈’에서 한 발 멀어졌고,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잇달아 자금수혈을 받아온 것도 모자라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인한 재무악화를 안겨줬다. 그 결과 도움을 준 회사, 도움을 받은 회사 모두 신용등급이 하락하기까지 했다. ‘골칫거리’로 전락한 해운 계열사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정신없는 이들 그룹의 사정을 살펴봤다.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왼쪽)과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뉴시스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지원과 관련 ‘부실전이’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대한항공을 통해 한진해운에 자금지원을 해줬을 때도 이 같은 우려는 상당했다. 대한항공도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운업황이 단기간 내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까지는 신용등급 하락 등 부정적 여파가 큰 가운데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의사를 공고히 해 관심이 쏠린다.

지난 15일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대한항공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황 불황으로 수익창출력이 떨어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데 따른 결과였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가 불똥을 튀긴 경우였다. 한신평은 “이번 자금지원은 신용위험이 연계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차후 지원부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이뤄진 자금지원을 전망등급 하향의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에게서 자금지원을 받은 건 업황침체로 실적부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탓이었다. 영업을 하는데도 손실을 보는 구조가 계속되고 부채비율이 800%가 넘는 등 나날이 한진해운 재무악화는 심화됐다. 연내 갚아야할 기업어음(CP)도 2200억원에 달했다. 내년에도 3월 1800억원, 4월과 9월 각각 600억원, 1500억원 등 갚아야할 돈이 산적해있는 상황이다.

당초 한진해운에서는 영구채 발행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하려했지만 은행권에서 지급보증에 응해주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 한진그룹(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의 시숙·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를 추진해왔다)에 손을 벌린 것이다. 지원방식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38.08%(4570만7519주) 중 15.36%(1920만6146주)를 담보로 1500억원을 빌려주는 것이었다. 대여기간은 1년이다.

이후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재무상황, 선박주문 및 대여상황, 사업계획의 적정성 등 한진해운의 상환능력을 파악하고자 실사를 벌였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 연말 영구채 발행을 무사히 끝나고 내년 해운업황이 개선되면 상환능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사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한진그룹이 앞서부터 의지를 드러낸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도 무리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1000억원을 추가지원하고, 내년 3월 예정된 한진해운 유상증자(3000억원 규모)에도 참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채권단에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확약서도 제시할 예정이다. 그만큼 한진해운 살리기에 대한 한진그룹의 의지가 깊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이 확약서를 전제로 영구채 지급보증과 3000억원 브릿지론(일시적으로 자금상황이 어려워진 기업에 제공하는 대출)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부정적 영향 커

문제는 현재로서는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살리기’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1500억원 지원 당시에도 앞서 말했듯 신용등급이 조정됐고,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주주가치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실제 시가총액은 지난달 30일 2조2531억원에서 19일 1조713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추후 몇천억원을 쏟는다면 동일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한항공 재무상황도 좋지 않다는 데 기인한다.

대한항공은 현재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상태로 올해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이 700%가 넘었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1조4654억원 수준에서 9월말 1조914억원으로 줄었고, 이 기간 유동부채는 6조2071억원에서 7조3058억원으로 늘었다. 실적도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601억원을 달성, 흑자전환을 이뤘지만 시장 예상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더군다나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는 근본적으로 해운업황이 살아나야 극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항공 지원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운업황이 2015년에야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대한항공만 지원노력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한진해운도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한진해운은 유상증자 외에도 터미널 지분, 여의도 사옥, 해외 부동산·유가증권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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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2013-11-22 19:45:39
잘읽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진지 2013-11-22 14:16:51
이런일이있었군요 좋은기사네요~ 덕분에 정보 잘 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