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술 성공한 샴 쌍둥이 민사랑·지혜 자매 통해 바라본 샴 쌍둥이 선택의 문제
유대인의 탈무드에는 머리가 둘인 쌍둥이를 하나의 인간으로 볼 것인가, 둘로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답은 쌍둥이의 한쪽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다른 쪽 머리에서 비명을 지르면 한 사람으로 치고, 다른 쪽 머리가 아무렇지도 않다면 두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것. 샴 쌍둥이는 한 명의 사람인가? 두 명의 사람인가?
지난 7월 22일 싱가포르 래플스 병원에서 분리수술을 받았던 생후 5개월된 한국인 샴 쌍둥이 민사랑·지혜 자매. 엉덩이가 붙은 채 태어난 자매는 수술경과가 좋아 자매의 건강을 바랬던 많은 이들이 애정 어린 격려를 받고 있으며 많은 수술비와 재활비용 후원 등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자매는 퇴원 후 서울로 돌아가면 한국 의료진들로부터 재활치료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집도의에 의하면 앞으로3~5년 정도 재활치료를 받아야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자매의 성공적인 수술 이전 같은 병원에서 같은 병원에서 7월 초 생을 마감한 이란의 라단. 랄레 비자니 자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가 붙은 샴 쌍둥이로 태어나 그토록 원했던 분리수술을 받던 중 숨진 그녀들은 자신들이 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몇십 년은 더 살 수 있고, 수술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7년 전부터 각자의 꿈을 위해 분리를 꿈꿨던 그녀들은 결국 자신의 목숨과 꿈의 대가를 맞바꿨다.
샴 쌍둥이 탄생의 원인 몰라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는‘신의 분노’,‘악마의 영향’,‘힘을 보여주려는 신의 욕망’으로 불렸다는 샴 쌍둥이. 의학이 발달된 지금도 왜 샴 쌍둥이가 생기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수정 뒤 2주 정도에 배아가 둘로 갈라지면서 드물게 일란성 쌍둥이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완전히 둘로 갈라지지 않고 특정 부분이 서로 붙은 채 자궁에 착상해 발달하면서 기형 쌍둥이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샴 쌍둥이는 20만 건당 1건 꼴로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샴 쌍둥이는 다리가 셋이거나 심장 하나를 두 사람이 공유하기도 하며 성기 쪽이 붙은 채 머리가 반대 방향으로 난 모습도 있다. 이들의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슴 또는 배가 붙어 나오거나 가슴·배가 함께 붙어 나오는 경우가 가장 흔해 73%를 차지한다. 23%는 엉덩이·다리 또는 성기 부분이 붙어 나온다. 사랑·지혜 자매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4%는 비자니 자매처럼 머리가 붙은 채 나온다.
현대 의학기술은 많은 샴 쌍둥이를 서로 다른 개체로 완전 분리해 정상적인 삶을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공유하는 장기가 얼마나 많은가와 어떤 장기를 공유하느냐가 수술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된다.
샴 쌍둥이 분리수술은 특히 두 아이를 다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선천성 기형의 종류나 공유하고 있는 장기 여건상 어쩔 수 없이 한 아이를 희생시켜야 할 경우에는 분리수술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종교적·사회적 및 법적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이 말은 생명존엄에 대한 최선이 가능한 모든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둘 다가 아니라면 마땅히 하나라도 살려야만 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하나의 삶 속에 또 다른 한 생명이 온전히 깃들어 있다면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이 아닌 두 사람의 삶이다.
독 속에서 머리가 빠지지 않는 낙타 이야기는 유명하다. 주인은 이 둘을 모두 구하기 위해 독을 깨뜨리고 낙타의 목을 잘랐다. 깨진 독은 붙이면 되고 자른 낙타의 목은 이으면 그만 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것이 매우 잘못된 판단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둘 다 구할 수 없는 상태에서 독을 더 귀하게 여긴다면 마땅히 낙타의 목을 자를 것이고, 낙타를 더 소중히 여긴다면 독을 깨뜨릴 것이다. 어떤 것이 최선인지는 주관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편적‘선(善)’이 낙타를 살리는 쪽이고 보면 당연히 독을 고집할 수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민사랑·지혜자매는 공유하는 장기가 없었기에 이 같은 딜레마의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함께 있어도 행복하지 않고 떨어져도 행복할 수 없는 대다수 샴 쌍둥이의 운명. 이란의 라단. 랄레 비자니 자매가 자신들에게 닥쳐올 불행에 무지해‘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글/ 남정민 기자 njm8309@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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