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조치’ 내놓은 동부그룹, 살아남을까
‘극단조치’ 내놓은 동부그룹,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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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회장 사재 출연 및 알짜 계열사 다량 매각 계획

벼랑 끝에 놓인 동부그룹이 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고강도 자구책으로 인해 그동안 동부그룹을 둘러싼 불안 요소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 결국 그룹 생존을 위해 극약 처방을 불사하게 된 동부그룹의 향후 전망을 알아본다.

 

▲ 최근 동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요 계열사 및 자산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자구계획을 내놨다.

‘유동성 위기’ 동부, 하이텍·메탈 등 알짜매각
고강도 자구안…‘위기극복’ 낙관적 전망 많아
일각에선 “적극적 대응 필요” 우려 목소리도

지난 11월 17일 동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강도 자구계획을 내놨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 주요 계열사 및 자산을 매각하고 김준기 회장의 사재까지 출연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동부그룹은 2015년까지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고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완전히 졸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준기 회장 지분도 내놓기로

이렇게 동부그룹이 전격적으로 내놓은 고육책에 대해 재계에서는 “결국 ‘3D1S(동양·동부·두산·STX) 위기'라는 루머가 하나의 예외도 없이 다 맞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동부그룹이 동양이나 STX와는 달리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데 과연 성공할 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동부그룹은 2003년부터 10년 동안 재무구조 개선 약정 기업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동부그룹은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정면 돌파’의 수를 택했다. 즉 동부그룹은 오는 2015년까지 주요 계열사인 동부메탈·동부하이텍·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물론 당진항만·동부발전당진 지분·동부익스프레스 지분·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을 전격적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동부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준기 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각해 약 1,00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한 다음 동부제철 유상증자 등에 투입하기로 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부그룹 측은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현재 6조3,0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차입금을 2조9,000억 원 대로 크게 줄이며, 동시에 부채비율도 현재 270%에서 170% 선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동부그룹의 자구책에 따라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의 매각 자산으로 예상되는 약 3조 원의 금액을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한 다음 인수해 이를 계열별로 묶어 제3자에게 파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이 같은 방식이 실행될 경우 동부그룹은 매각 대금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어 경영 정상화를 빠르게 이룰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동부그룹은 매각 계획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평론가는 “동부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위해 내놓은 자산은 시장에서 알짜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동부그룹이 전격적으로 매각 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그룹이 처한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매각하기로 한 곳 중 하나인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생산설비 및 아웃풋이 상당히 우수한 공장으로 평가받는다. 실적도 준수해 지난 2012년에는 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럼에도 이번 매각 계획에 포함된 것이다.

▲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본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1000억원을 투입할 뜻을 밝혔다. ⓒ뉴시스

“계획대로면 위기극복”

이렇게 동부그룹이 전격적으로 자구책을 단행하게 된 배경에는 “그동안 그룹 전체를 목 죄어오던 재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감한 외형 확장이 초래한 비극”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기업이 바짝 엎드려 특히 재정 면에서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반면 동부그룹은 이를 전에 없는 도약의 기회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동부그룹이 의욕적인 인수합병으로 그룹 계열사 수를 64개까지 늘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웅진그룹이나 STX그룹이 그랬듯 과감한 외형 팽창 전략이 오늘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동부그룹의 고육책은 과연 웅진·STX·동양과는 달리 ‘그룹 해체’라는 극한 상황까지 다다를 위험이 없을까?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지금까지는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단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쪽은 “동부그룹이 그룹 내에서 알짜로 꼽히는 계열사를 다량으로 내놓은 만큼, 결국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도 “그룹에서 내놓은 자구계획에 따라 올해 안에 산업은행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는 데 성공하면 당진항만의 유동화가 가능해 올 연말까지 약 3,000억 원의 자금이 동부제철로 들어온다”며 “이후 인천공장 등의 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면 현재 약 2조3,000억 원인 부채 규모가 오는 2015년이 되면 약 9,300억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정상화를 위해 자구책을 진행하기 전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다름 아닌 얼마 전 동부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동부제철의 회사채 차환 지원 의사 결정이 이틀 동안 지연되었다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차환을 발행하는 데 간신히 성공한 해프닝이다.

지난 11월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래 산업은행은 11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약 1,050억 규모의 동부제철 회사채에 대한 차환 지원 동의서를 11월 19일까지 완료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회사채 차환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금융투자업계(회사채안정펀드) 등 차환발행심사위원회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과 금융투자업계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미루는 바람에 진통을 겪었다.

이처럼 신용보증기금과 금융투자업계가 동의서 제출을 이틀 동안 미루었던 배경은 동부제철이 은행권으로부터 받은 신디케이트론 원금을 상환하는 시기에 대해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은 은행으로부터 받은 약 8,000억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에 대한 원금 상환을 다음 달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신용보증기금과 금융투자업계 측은 “동부제철이 회사채 차환 지원을 받는 기간 중에는 신디케이트론 원금 상환은 미루어야 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다른 ‘위험 기업’도 체크

이 때문에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동부그룹이 강도 높은 자구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여러 난관으로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결과를 이루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21일 결국 신용보증기금은 동부제철 12월 만기 회사채 1,050억 원 차환 지원 결의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원래 예정된 접수일인 19일보다는 이틀 지연됐지만, 이로써 동부그룹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렇게 극적 타결을 이룸에 따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은 신디케이트론 가운데 일부의 원금 상환 시기를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유예해 주기로 한 신디케이트론은 만기가 2016년 8월에 돌아오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난항을 겪던 회사채 차환 지원은 김준기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증을 서기로 약속한 것이 결국 타결되는 데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김준기 회장은 회사가 돈을 못 갚으면 본인이 대주주 자격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벼랑 끝 전략’을 활용해 난관을 정면 돌파한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일단 동부그룹이 추진하는 자구안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동부그룹 정상화 과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동부그룹은 철강·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투자자금 수요는 물론 회사채 만기도래 등 사안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며 “바로 이와 같은 점이 앞으로 동부그룹 구조조정 계획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동부그룹이 위기 국면 타개를 목적으로 자구 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한 것을 계기로 최근 유동성 측면에서 심상치 않은 상황에 놓여 ‘위기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다른 재벌기업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도 보다 활력을 띨 전망이라,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대기업 관련 채권은행들은 현대그룹·한진해운·금호아시아나·두산그룹 등 현재 채무가 있는 기업들의 재무구조 현황을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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