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코닝 사로 매각이 확정된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어수선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사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및 노조가 결성되어 위로금 액수를 둘러싼 갈등이 싹을 트고 있다. 또한 임직원은 다른 삼성 계열사로 갈 것인지, 코닝에 남을 것인 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알짜’ 삼성코닝 매각에 “의외 vs 현명”
삼성 계열사 이전 보장하지만 직원들은 “불안”
위로금 두고 노조 “3억”, 사측 “6000만” 팽팽
지난 10월 23일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보유했던 삼성코닝 지분 42.6%를 미국 코닝 본사에 모두 매각하며 대신 코닝 사 주식 7.4%를 매입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사업협력 계약 내용을 발표했다. 이로써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내년 1월 1일부터 삼성그룹에서 분리되어 미국의 코닝 사로 편입된다.
구조조정 규모 미지수
삼성그룹에서 완전 분리되는 삼성코닝정밀소재는 회사명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미 코닝 사의 지분을 7.4% 보유하게 되며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삼성 측은 경영에는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미국 코닝 사가 설립한 합작회사로 TV·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에 들어가는 기판유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계열사다.
재계 관계자 다수는 “그동안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영업이익률이 무려 50~60%에 이르는 알짜기업으로 꼽혔다”며 “해마다 초과이익분배(PS)로 연봉의 50%에 이르는 금액을 받는 등 삼성그룹 내에서도 최상급 대우를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결정에 대해 의외라며 상당히 놀라는 기색이다. 그렇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여러 사정으로 삼성그룹이 미리 몇 수 앞을 내다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사실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의 무게중심은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LCD의 가격은 갈수록 떨어지고 바이어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삼성으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그동안 주 거래처였던 LG디스플레이가 더 이상 삼성코닝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2011년 무렵부터 LCD 시장에 불황이 닥쳐, 삼성코닝정밀소재의 매출 및 순이익은 해매다 거의 1조 원 가량 급감했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일종의 ‘출구전략’을 취한 것 아니냐”는 견해다.
한편 최근 삼성코닝정밀소재 측은 매각 결정에 따라 4,0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에게 “원한다면 11월 20일까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26개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옮겨가고 싶은 다섯 곳을 선택하라”고 공지한 상태다.
그렇지만 다섯 곳의 계열사가 원하는 직무군과 인원수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임직원들 지원한 이동을 원하는 회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이에 따라 직원 선발 여부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만약 삼성코닝 임직원이 다섯 개의 계열사를 지망했는데 계열사 측에서 해당 임직원을 거부할 경우 부득불 회사에 남게 된다. 회사 안팎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20~30%가 삼성그룹으로 전배 신청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코닝, 노조 설립 성공
삼성그룹은 이번 이직 희망자 신청 관련 건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분위기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직 문제는 직원 개개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무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직 희망자들이 어느 계열사를 지망하고 옮길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코닝정밀소재 측 관계자는 “원한다면 가능한 한 전원을 삼성그룹 각 계열사에서 수용하자는 것이 원칙으로 알고 있다”며 “임직원들이 계열사로 다수 옮겨가더라도 여기서 발생하는 공백은 내년 상반기 중 신규 및 경력자 채용을 통해 충당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삼성코닝 내부에서는 “하지만 이미 모든 계열사 인력이 꽉 찬 상태인데다 새로 옮겨가는 직장에서 다시 적응하기도 만만치 않아 근로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삼성코닝정밀소재 직원은 “계열사 선택은 할 수 있지만 직무까지는 선택할 수 없어 연구직의 경우 전혀 다른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도 많다”며 “이동을 해야 할지 삼성코닝에 남아야 할지 아직 판단이 잘 안 되고 있다”라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삼성코닝 내에 불안감이 확산됨에 따라 삼성코닝정밀소재 일부 직원이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해 필증을 교부받아 향후 노조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1월 15일 삼성코닝정밀소재 직원들이 노동조합 설립을 위해 노동부 천안지청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이날 노조설립 신고서는 신영식 위원장을 비롯한 발기인 열 명의 이름으로 접수됐다.
며칠 뒤인 11월 20일 노동부 천안지청은 삼성코닝정밀소재 노동조합 설립신고 필증을 교부했다 이로써 삼성코닝정밀소재에 노조가 설립됐다. 노동조합 측은 본사가 있는 충남 아산 탕정 사업장에 노조 사무실을 설치하고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는 등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했다.
물론 내년 1월 1일이 되면 완전히 분리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삼성그룹 제조 관련 계열사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코닝정밀소재 노동조합 설립배경은 아무래도 최근 삼성그룹이 미국 코닝 측에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삼성코닝 직원 사이에서 향후 미국 코닝 사 측과 위로금·처우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대화 창구를 마련하려면 노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현재 새로 설립된 노동조합이 삼성그룹과의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내년부터 회사의 경영 주체가 되는 미국 코닝이 삼성 측과 약속한 고용보장 및 처우 유지, 독립 기업으로 지속시킬 것인지 등에 대해 감사와 견제 활동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로금’ 문제 부각되기도
아울러 현재 삼성코닝정밀 소재 내에서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위로금’ 문제다. 삼성그룹 측은 삼성코닝정밀소재에 머물기로 한 임직원에 대해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위로금의 액수를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18일 삼성코닝 노조 측은 “정년까지 현 수준의 급여와 복리후생을 보장할 것”과 “회사 이익 잉여금 및 올해 이익 등을 반영해 1인당 5억 원의 위로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삼성코닝 노조 측이 ‘삼성이라는 초일류 브랜드를 보고 입사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회사의 결정에 따라 외국계 기업 지부에서 일하게 되는 것에 대한 낙담이 크다’며 위로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삼성코닝에 남게 되는 근로자들이 위로금을 5억 원이나 받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 사람 당 5억 원씩 지급하려면 최소 2조 원이나 들어간다”며 “실현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삼성코닝 측은 “1인당 5억 원이 넘는 금액을 위로금으로 달라는 제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직원들이 느낄 상실감을 적극 고려해 협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코닝 사측은 애초 제시했던 위로금 5,000만 원(3,000만 원+기본급 800%)에서 1,000만 원을 올린 6,000만 원(4,000만 원+기본급 10개월)을 직원들에게 수정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위로금 문제는 결국 노조의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한 삼성코닝 일부 노조원 및 직원은 “이러한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 11월 19일 삼성코닝정밀소재 직원들은 위로금 요구액을 낮췄다. 삼성코닝정밀소재 관계자는 “직원들이 19일 위로금 요구액을 5억 원에서 3억 원대로 낮추는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사측과의 위로금 협상 진척을 위해 한 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코닝 매각이 “삼성그룹 후계 구도와 관련된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매각 과정에서 그동안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7.32%)을 전량 내놓게 된 배경을 놓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홍석현 회장의 지분을 매각하며 코닝의 최대 주주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그룹이 차기 전략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생산에 꼭 필요한 기술을 코닝 측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코닝 사와의 관계에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그룹은 향후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꼽고 있는 ‘소재 부품’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이를 후계 구도로 승화시키려는 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도 코닝 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