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여야 대치…연말정국 시계제로
끝없는 여야 대치…연말정국 시계제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도 ‘무능국회’ 책임 놓고 네 탓 공방 재연

연례행사처럼 돼 버린 국회의 예산처리가 올해 역시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시한을 넘겨 처리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쟁점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오히려 여야의 극한대결을 해결하기는커녕 갈등의 깊이를 더욱 더 깊게 함에 따라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검수용 등을 비롯해 국회선진화법 개정유무 등 여야 정치권은 네 탓 공방에만 여념이 없어 연말 정국은 한 치 앞을 예측키 어려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공산이 높아 보인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기국회 폐회일 이전에 법정기한을 넘기지 않고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도 여론의 부담으로 예산안과 민생법안처리를 공식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이후 정국이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연말정국은 그야말로 시계제로인 상황이다. 사진 / 뉴시스

朴대통령 국회로 공 넘겨
시정연설 혹평하며 대여투쟁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 내용과 관련, 민주당 등 야권이 예상대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치 정국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 입장을 강조한 것에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지만 여야 간의 갈등해소와 통합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문제의식도 없는 시정연설, 정국해법, 민생해법이 부족한 불통 시정연설이라고 지적했고, 국민 눈높이에도, 민주당 눈높이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정연설이라고 혹평했다.

그 핵심에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해 민주당 등 야권이 생각하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민주당의 사과 요구와 관련해 기존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는 선에 머물렀다. 민주당 등 야권의 요구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인 것이다. ‘의혹을 추호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과, 특검 요구에는 ‘정부의 의지와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한 것에 민주당 등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고 강조하며 사실상 모든 공을 국회로 넘겨 민주당 등의 불만을 더욱 부채질한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새해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연말까지 벼랑 끝 대치 정국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고,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예산안 처리마저도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시정연설 후 민주당이 규탄집회를 통해 황교안 법무장관, 남재준 국정원장, 박승춘 국가보훈청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향후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선언한 것을 보면 그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대정부질문 여야대립 정점
국정원 의혹 공방 계속 이어질 듯

▲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문제는 꼬인 정국을 풀어내기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자료사진 / 뉴시스
민주당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 지난 20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명한 것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 불법 선거개입이 대대적으로 실행됐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다시 촉구한다”고 고강도 대여공세를 퍼부었다. 또 우원식 최고위원도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여당이 특검을 받지 않는다면 정당성 상실을 자인하게 되는 것”이라며 특검을 촉구했다.

물론 현재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전면적인 형태로 보이지는 않지만 예산·법안 처리를 앞두고 여당과의 대립 양상은 더욱 더 날카롭게 나타나 혼전상태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이지만 검찰과 국방부의 수사결과 발표에 따라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어 위험성은 잠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단 지도부 차원에서 예산과 특검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특검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데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 문제 등 의사일정 거부 등의 강경론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는 새누리당 내 국회선진화법 개정 움직임도 여야 대결의 불쏘시개로써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연설에서 수차례 여야합의를 강조했고, 의원 신분이던 지난해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찬성표를 던져 법 개정 움직임이 당분간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권의 움직임에 야권의 강경대응은 명약관화한 상태이다.

이미 여야는 19일 시작된 대정부질문에서부터 정면충돌의 양상을 나타내며 연말정국이 혼미할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의혹의 주체가 국가정보원, 국군 사이버사령부로 각각 달랐을 뿐 이들 기관이 정치적 댓글을 달아 지난해 대선에 개입했다고 총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대선 개입은 국정원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자행됐으며 국정원은 사이버사령부에 정부 예산을 편성해 줬고, 국정원과 군 심리전단 요원은 서로 생산한 글을 지지하거나 찬성하는 방법으로 공조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국정원에서 심리전 교육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진성준 의원은 특히 “군의 대선 개입은 청와대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통수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청와대와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게시글을 사이버사령부도 올렸다”며 “개인적인 댓글인지 조직이 개입됐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불법 선거 개입인지 개인적 정치 댓글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혔고, 정홍원 국무총리는 “몇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철저히 밝히기 위해 수사하고 있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국정원 공방과 함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를 문형표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연계 시킨 것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입장도 단호하다.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트위터 글이 추가로 확인된 데 대해 “검찰이 엄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민주당의 특별검사(특검) 요구를 재차 일축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정부 국정원에서 일어났던 선거·정치개입을 비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 누군가 외압을 넣느냐. 간섭을 하느냐. 수사가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침해 당하느냐. 2차 공소장 변경 신청에서 드러나듯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민주당 주장을 평가절하 했다.

그는 “그런데도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부정하며 특검을 주장한다”며 “이 같은 당파적 특검 요구는 근거가 없고, 엄정한 수사결과를 접하고도 계속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특별한 정쟁거리를 만들기 위한 고집”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정원의 대선개입 여부와 관련, 여야간의 평행선은 정기국회 내내 이어져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연말정국을 더욱 혼미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좋아 2013-11-24 16:16:37
좋은 기사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