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재벌그룹 계열사들 사이에서 돈을 빌려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자금대여와 자금차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51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중 올해 신규 지정으로 공시가 되지 않은 한솔과 아모레퍼시픽을 제외한 49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계열회사로부터 자금차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자금차입 건수와 규모는 173건, 2조244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계열사간 자금차입 건수(181건)는 4.4% 줄고, 금액(1조8976억원)은 18.3%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이 기간 총차입금은 184조8000억원으로 1년 전(205조9279억원)보다 10% 감소했다. 차입금 중 계열사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금융기관들이 재벌 계열사라도 재무구조가 좋지 않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엄격히 관리한데다 회사채 발행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발생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룹별로는 롯데그룹의 계열사 자금차입이 가장 많았다. 건수와 규모는 각각 10건, 5628억원이다. 호텔롯데가 롯데인천개발에 4600억원을 빌려준 것을 비롯해 금융회사인 롯데캐피탈이 롯데상사와 디시네마오브코리아, 현대정보기술 등에도 돈을 빌려줬다. 롯데그룹의 계열사간 차입 의존도는 13.5%로 1년 전(6.1%)보다 2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으로 14건, 4440억원에 달했다. 이중 절반이 훨씬 넘는 9건은 금융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 등을 통한 자금대여였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티와이머니대부, 동양파워 등에 자금을 빌려줬다. 3위는 부영으로 총 12건, 2988억원의 계열사간 자금대여가 이뤄졌으며 4위는 홈플러스로 홈플러스테스코에 총 1110억원을 빌려줬다.
5위는 946억원을 기록한 이랜드였다. 6~10위는 GS, KT, 동부, STX, 포스코 순이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각각 1건씩 37억원, 24억원의 계열사간 자금차입이 이뤄졌다. 삼성은 삼성카드가 병원구매솔루션업체인 케어캠프에,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은 열병합발전소업체인 부산정관에너지에 각각 자금을 대여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