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 갈등, 동북아 긴장 ‘최고조’
방공식별구역 갈등, 동북아 긴장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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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공세에 샌드위치 된 한국 안보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새로 정하면서 우리나라와 겹치는 구역이 생겨 난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방공식별구역를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라 한중간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동북아 정세에 긴장감이 높아지자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 한중일 방공식별구역 관련 도면 ⓒ국방부

KADIZ에 이어도 포함, “주권확보 위한 최소 조치”
“KADIZ, 군 작전구역·비행정보구역과 일치시켜야”
美, 中 방공식별구역에 폭격기 출격…동북아긴장↑
中, 방공식별구역 확대…한중 간 외교마찰 불가피

중국이 23일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이어도가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주권침해”라는 것이다.

이어도 KADIZ 포함 안된 이유?
日 협의 거부, 中 일방적 통보

방공식별구역(카디즈, KADIZ)이란 영토, 영해, 영공 등 일종의 영토개념보다 조금 넓은 개념이다. 자국의 영공·영토 방위를 위해 접근하는 비행체에 대해 미리 탐지하고 대처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하는 구역이다. 국제법적 근거가 없어 주변국에 관할권 행사를 강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외국 항공기가 침범하면 강제착륙 등의 엄중한 경고가 가능하다. 현재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제주도 서쪽 상공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과 폭 20㎞, 길이 115㎞가량 겹쳐 있으며 이어도 상공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왜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일이 발생한 것일까?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카디즈는 1951년 6.25전쟁 때 만들어졌다”라며 “서해 쪽은 서로 간에 방공식별구역이 없었고 더 이상 확장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구역에 (중국 측이) 갑자기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도가 일본의 방위설정구역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한일 간의 방공식별구역은 6.25전쟁 때에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일본 공역과 한국의 공역을 구분해 놨다”라며 “그때는 이어도의 존재를 몰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이어도에 대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63년부터 10여 차례에 거쳐서 이 부분에 대해 일본과 논의를 하자고 했는데 일본 측이 거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어도는 대한민국 군의 작전구역”이라며 “해상 공중작전은 저희 한국군이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어도 구역은 한국이 관할하고 있는, 실질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구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우리 군이 이어도를 지나갈 때는 일본에게 사전 통보한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무리 방공식별구역이 영해나 영공개념과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실효적 지배권을 갖고 있는 지역의 하늘을 지나기 위해 일본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굴욕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이 발표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한국 측 비행기가 겹치는 공간을 지나가더라도 통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눈치다. 자칫 일본이 독도를 포함하는 구역을 재설정하자고 할 경우 갈등이 예상돼 구역 확대가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 외교부는 27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상공을 포함시킨 것과 관련, “영토 문제가 아닌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라고 일축했다. ⓒ뉴시스

여야 “이어도 KADIZ에 포함돼야”
정부, 中 방위식별구역 선포 항의

중국이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데 대해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강력한 외교적 대응을 촉구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안이한 대응으로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한국 외교”라며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 포함 안 됐어도 정정 노력 제대로 안했고 1965년 일본이 방공구역에 이어도 포함했어도 우리 외교당국은 44년 지나도록 교정하지 못했다”며 강력히 질책했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도 “(방공식별구역은) 상대방의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이 구역에 진입할 경우 군사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어도와 마라도를 우리 방공식별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외교부는중국이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킨 것과 관련, “영토 문제가 아닌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라고 일축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언이 우리의 이어도 이용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 대변인은 이어도 영유권 논란에 대해서 “이어도는 수중암초로 영토가 아니다”며 “따라서 이어도는 영토 문제가 아닌 주변 수역의 관할권 사용 문제 즉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28일 중국 군 당국과 만나 ‘제3차 국방전략대화’를 갖고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협의했다. 우리 측은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중첩되고 이어도가 포함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중국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방공식별구역을 우리나라의 비행정보구역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중국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 상공이 포함돼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리 영공 주권을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인천 비행정보구역(FIR) 및 공군·해군 작전구역(AO)과 일치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행정보구역(FIR)은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항공기 사고시 수색 구조 업무를 책임지고 제공할 목적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설정한 공역이다. 비행정보구역과 방공식별구역이 일치할 경우, 우리 영공의 일부가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정보구역 내에서 조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구조작업도 가능해지며 무엇보다 해군 작전구역 대부분이 포함되어 해공 합동작전이 원활해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정부는 28일 중국 군 당국과 만나 ‘제3차 국방전략대화’를 갖고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중첩된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중국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美·日 강경…동북아 긴장↑
한·중 외교적 마찰 불가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의 일방적 선포에 따라 동북아 정세에 긴장을 높이는 작용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25일 “중국의 CADIZ 선포는 불필요한 선동행위”라고 비판한 뒤 “(동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은 선동적이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말이나 어느 일방의 선포가 아닌, 관련국 간 의견을 수렴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말이 무섭게 중국의 일방적 방위식별구역에 중국의 사전 동의 없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 전략 폭격기 두 대가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 상공으로 비행했다.

미국은 사전에 계획된 비행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의 이 같은 행동은 일종의 무시전략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미국은 중국에 이번 비행에 대해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이 설정한 규칙을 의도적으로 위반했다”고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의 방위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위력과시인 셈이다.

이와 관련, 중국 국방부 겅옌성(耿雁生) 대변인은 27일 “(미국 전략폭격기의) 전 과정을 감시했고 즉각 식별했다”며 “중국은 관련공역에 대해 유효통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경고했다. 겅 대변인은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은 중국은 ‘동해 방공식별구역 항공기 식별규정 공고’에 따라 앞으로 관련 구역 내에 있는 모든 항공기의 활동을 식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 미국과 일본은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27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에게 전화를 걸어 동중국해 안보 사황을 논의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통화를 하고 중국의 ADIZ 설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외교전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케네디 미일대사는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판하며 미·일 공조를 다졌고, 바이든 부통령은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해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미국내에서도 대중국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방위식별구역의 일방적 선포가 아태지역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정책’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27일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과 관련, 자국 민간 항공사에 안전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인해 동북아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이 적당한 시기에 다른 지역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겠다고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서해지역까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설정된다면 우리나라와의 외교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해는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는 곳인데다 우리나라의 군사훈련도 자주 실시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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