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또다시 지점 통·폐합에 나선다. 올초 20개 지점 통·폐합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 인해 대신증권의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신증권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고배당 정책, 우리파이낸셜·우리F&I 인수전 참여 등 현 상황(실적악화)과는 다소 배치되는 행보로 질타또한 만만찮다. 수장인 이어룡 회장의 경영능력과 관련 회의적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1년 만에 지점 104개→77개…“점포 효율화 위해”
실적악화에도 올해 고배당·M&A·미술품 구입 행보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점포 효율화를 위해 내달 27일경 주요 7개 지점에 대한 통·폐합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에 통·폐합되는 지점은 서울 서초동과 경기 구리, 판교, 평택 안중, 북인천, 강원 원주, 대구 등 7곳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 지점 수는 9월말 기준 84개에서 77개로 줄어들게 된다.
대신증권은 올초에도 지난해말 104개였던 지점 수를 84개로 줄였다. 이번 통·폐합까지 1년 만에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악화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봤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올해 4~9월(연결기준) 영업손실 96억원, 순손실 6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영업이익 133억원·순이익 146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전환된 수치다.
고배당·외형확장 등 지적
하지만 대신증권의 현 행보는 이 같은 상황과는 배치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고배당 정책에 대해서다. 고배당주로 꼽히는 대신증권은 올해도 2012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500원, 우선주 1주당 550원을 지급했다. 배당수익률은 각각 5.11%, 8.37%였으며 배당총액은 387억1900만원에 달했다. 배당총액은 1년 전(515억2500만원)보다 줄었지만 배당성향(배당총액/당기순이익)은 57%에서 225%로 대폭 뛰었다. 이는 지난해 흑자였던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위 한국투자증권(113.3%)과도 차이가 상당했다.
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의 고배당 이유로 오너일가의 낮은 지분율을 꼽는다. 경영권이 취약하다보니 소액주주들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배당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이어룡 회장 1.41%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9.91%에 불과한 반면 소액주주 지분은 66.38%에 달한다. 문제는 현재 대신증권이 실적부진에 따른 재무악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증권이 오너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한 배당을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증권의 우리파이낸셜·우리F&I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서도 말이 많다. 대신증권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대신 우리파이낸셜·우리F&I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대형화보다 사업다각화를 이루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신증권의 실적악화는 이 역시도 “올해 지점 통·폐합, 임직원 임금삭감 등 비상경영체제 선포와 대비되는 결정”이라는 비난이 나오게 했다.
사업다각화 방침도 과거 대신증권이 이를 위해 인수 및 신설한 자회사들의 실적이 변변찮다는 점에서 지적된다. 대신증권은 지난 몇 년간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사업다각화(증권·은행·운용 간 시너지)를 통해 외형을 확장해왔다. 대신저축은행(2011년,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 통합), 한국창의투자자문(2012년, 대신자산운용에 통합) 등을 인수한 결과 자회사 수는 2011년 초 8개에서 올해 9월말 11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의 실적이 좋지만은 않다. 대신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4~9월 영업손실 76억원, 순손실 10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인수이후 순손실이 53억원, 99억원을 기록하는 등 갈수록 적자폭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신자산운용은 인수 첫해 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올해 4~9월 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이 기간 순이익은 마이너스(-) 2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외에도 홍콩법인인 대신증권 아시아, 디에스에이치에프 등이 작년에 이어 올해 적자흐름을 이어갔다. 계열사 부진이 더해진 결과 대신증권 별도로는 33억원 순이익을 낸 반면 연결기준으로는 순손실 65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이처럼 올해 실적악화가 두드러졌지만 대신증권은 2010년 작고한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 아이벤치(추정 예상가 20억원)를 구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신증권 측은 시장 예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했다고 해명했으나 “임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을 선포한 현 상황과는 배치된 결정”이라는 비난이 상당했다. 한편 나재철 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법인영업과 투자은행(IB) 등 본사 부문 실적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리테일(소매영업) 부문에서는 미래를 위해 자산을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증권이 내년에는 경영악화와 관련 쏟아지는 부정적 시선을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