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간판 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연이은 악재로 납품비리 파문이 터졌으며 이에 대한 문책성 인사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폭탄도 맞았으며 올해 영업이익이나 매출 등 실적도 저조하다.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납품비리’ 임직원 일괄사표…임원인사 관심
하도급법 위반 과징금 부과, 사측 “제소계획”
올해 실적저조…“향후 수익성 개선” 시각도
우리나라 조선업계에서 이른바 ‘글로벌 빅3’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잇따른 악재로 회사 이미지는 물론 대외적인 신뢰도까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직면한 문제의 적자 않은 부분이 ‘내부’로부터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고 우려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질적 납품비리로 큰 ‘물의’
지난 10월 15일 울산지검 특수부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협력 업체 대표 등 17명을 전격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기소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이들은 부품 납품을 대가로 협력 업체로부터 35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기소된 임직원 가운데 임원급은 여섯 명, 차·부장급은 일곱 명, 대리는 한명으로 지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비리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우조선해양 부품 구매 부서에 근무하는 모 차장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약 3년 10개월에 걸쳐 협력 업체 11곳으로부터 총 11억9,51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또한 모 차장의 집에서 1억 원 상당의 5만 원 권 현금다발이 발견되어 상황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2월 대우조선해양에 재직 중인 모 전문위원은 “김연아 선수가 캐나다 밴쿠버올림픽 출전 때 착용한 목걸이를 와이프가 마음에 들어 한다”며 업체 관계자에게 이와 동일한 목걸이를 사오라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금품 비리 사건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파장도 커지자 지난 10월 26일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극한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르면 오는 12월 초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하루빨리 연말 조직개편을 앞당기고 임원 60여명의 사표 수리 여부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래는 “인사 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사표 수리 대상자는 열 명 미만 선에서 그치리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납품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들이 이미 해고나 권고사직 처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원공백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인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들려오고 있다.
이 평론가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비리 연루에 시달리는 이유로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대우그룹 사태 이후 워크아웃 당시 대우중공업 조선 부문이 분리되며 설립됐다.
이 평론가는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공적자금 2조9,000억 원을 지원받으며 회생했다”며 “지금은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국민연금공단이 지분 56.7%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국민이 주인인 회사다. 이 때문에 문제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67억 과징금 부과받아
대우조선해양이 봉착한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0월 3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이 89개에 이르는 하도급업체에 선박블록 조립 등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대금을 축소해 지급했다”며 26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부과한 역대 과징금 가운데 최고액으로 기록되어 재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여기에 부당하게 낮춘 단가 인하액 436억 원에 대한 지급 명령 의결서까지 받을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과징금 부과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서를 받은 뒤 법원에 제소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 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렇게 대우조선해양은 연속되는 대내외적인 악재와 더불어 올해 실적까지 저조해 앞날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 2/4분기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0.4% 감소한 1,276억8,112만 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3/4분기 영업이익도 3,098억7,5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 줄었다.
한 경제평론가는 “대우조선해양의 위기가 올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2010년 1조1,440억 원에서 2011년에는 1조1,03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우조선해양은 4,86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무려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도 2010년 8.8%에서 2011년에는 7.9%, 2012년에는 3.5%이나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대우조선해양의 이 같은 부진은 단순히 조선업계 전체에 만연된 불황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지난 11월 15일에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도 돌아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국영해운사 소브콤플로트와 가스프롬은행 등과 손잡고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30% 이상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보도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재계 관계자는 “로스네프트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보면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이에 관련해 한 경제평론가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방위산업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지분 10% 이상 인수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이 로스네프트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작업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08년 한화·GS·포스코·두산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있지만 포스코·GS그룹·두산그룹 컨소시엄이 인수 전 포기를 선언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한화그룹이 인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불발된 바 있다.

“문제, 쉽게 해결되지 않을수도”
한 경제평론가는 “이렇게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 매각이 무위로 돌아간 뒤 산업은행 체제 아래서 무리하게 계열사를 늘렸다”며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조선 업황 악화까지 겹쳐 휘청대기 시작했다. 지금 같은 체제에선 비리가 줄지 않고 주력인 조선업 경쟁력만 약화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뒤덮고 있는 뒤숭숭한 분위기에 대해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납품비리와 과징금 폭탄, 러시아 업체 인수설까지 연이어 나오는 바람에 사내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조속히 조직 개편과 임직원 인사가 이루어져 분위기가 하루빨리 쇄신되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당분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갑을 논란 중심에 있는 대표적 산업 분야로 인식되는 바람에 향후 경제민주화라는 거센 요구에 정면으로 부딪칠 가능성도 높다”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전망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매출액상의 성장을 본격적으로 이룰 것은 물론 수익성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 조선사 대부분의 실적은 작년과 대비해 아무리 잘해봐야 적자가 축소되는 데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의 경우 지난 2011년에는 142억 달러, 2012년에는 143억 달러의 신규 수주를 달성했다. 이 때문에 이런 상황을 보면 내년부터는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0년 10월 러시아 국영해운사 소브콤플로트에서 원유운반선 및 정유운반선 총 네 척을 수주한 바 있다. 아울러 같은 해 1월과 4월에는 극동지역 해양원유 생산 및 천연가스 처리를 위한 플랜트 프로젝트 두 개를 추가로 수주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앞날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이유”로 꼽히는 주요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