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기존 사이버 화폐와는 다르게 실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비트코인을 싸게 사고 비쌀 때 파는 방식으로 20대 청년이 43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비트코인 시장에 ‘버블’이 끼어 있다고 진단한다. 게다가 투기 세력까지 개입하게 되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주의를 요구한다.
24달러에 산 ‘비트코인’, 4년 후 ‘85만달러’
현금처럼 사용하고 돈으로 환전도 가능
“비트코인, 제 2의 ‘튤립 투기’” 우려도
# 노르웨이의 크리스토퍼 코치(29)는 지난 2009년 24달러를 주고 5000비트코인을 샀다. 인터넷 경제를 연구하기 위한 투자였다. 연구가 끝난 후 비트코인을 구입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코치는 2013년 들어 비트코인의 가치가 부쩍 올랐다는 것을 알고 4년 전 구입했던 비트코인을 기억해냈다. 24달러에 산 비트코인은 그 가치가 85만 달러로 늘어 있었다. 코치는 5000비트코인 중 일부를 팔아 노르웨이 오슬로에 약 43만 달러짜리 고급 아파트를 샀다.
비트코인 재테크, 어떻게?
최근 온라인 가상 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트코인이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2009년 만든 사이버 화폐다. 싸이월드의 도토리 등과 비슷하지만 특정 회사나 개인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또 비트코인은 발행 감독 기관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을 만들고, 거래하고,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사람 모두가 비트코인 발행주다. 한국은행처럼 중앙 관리 기구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돈을 얼마나 찍을지 정하고, 유통량을 조절하는 기구가 비트코인엔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을 생산하는 법은 간단하다. ‘비트코인 광산’에서 ‘채굴’하면 된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정해져 있다. 이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선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 정답을 맞추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 풀 수는 없는 난이도로, 컴퓨터 리소스를 사용해 문제를 풀게 되는데 이런 행위를 ‘채굴’이라 부른다.
하지만 PC를 24시간 돌려도 1비트코인을 얻는 데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더 쉽게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구입하면 된다.
이렇게 얻어낸 비트코인은 ‘돈’이 된다. 비트코인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비트코인의 시세 차익을 이용해 이득을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래소를 이용하면 비트코인을 시세에 맞게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코빗’이라는 비트코인 거래소가 존재하며, 세계 곳곳에 온라인 거래소가 존재한다. 캐나다의 경우 비트코인 전용 ATM기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비트코인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데, 비트코인을 팔아 얻은 현금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코치의 예처럼 싼 값에 산 비트코인을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
1비트코인당 가격은 11월 16일 450달러에서 23일 705달러로 늘었고, 27일에는 892달러까지 증가했다. 만약 16일에 1비트코인을 사서 27일에 팔았다면 442달러의 순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1달러에 산 1비트코인의 가치가 2달러로 오르면 지불한 돈은 1달러이지만 2달러 값어치에 해당하는 재화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만 해당된다.
비트코인 결제가 허용된 곳은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와 미국 최대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푸들러’, 경매 사이트 ‘이베이’와 ‘아마존’ 등이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10월 31일 ‘비트코인의 이해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아직은 적은 수의 온라인 사이트에서만 비트코인을 이용한 결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망했다.
“버블, 투기 우려돼”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내놓았다. 그 이유는 첫째로 버블, 둘째는 투기성 자본의 유입 가능성 때문이다.
유로퍼시픽캐피탈 CEO 피터 쉬프는 지난달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더 높은 가격에 대한 기대감만이 비트코인 가격 급등을 이끌고 있다”며 “비트코인의 가격은 붕괴 전까지 오를 것이지만 거품이 빠지면 사람들은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시장에 투기성 자본이 들어올 경우 가격 급등락을 거듭하며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CNBC에 따르면 일본 마운틴 곡스 거래소에서 900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한때 500달러까지 폭락하는 등 변동률이 최고가 대비 44%에 달했다. 특히 이 날 최고가는 지난 1월 13.75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의 가치가 약 6400% 가량 폭증한 것으로, 여기에 투기성 자본이 들어와 투자 과열을 부채질 할 경우 가격 급등락 폭이 커져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쉬프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락은 17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튤립 투기와 닮았다”고 진단했다.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은 금융 투기 광풍의 원조격으로 불린다. 당시 귀족과 신흥 부자를 비롯해 일반인 사이에서도 튤립 투기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튤립 가격이 1개월 만에 50배나 뛰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가격은 형성되어 있는데 거래가 없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법원에서 튤립의 재산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자 버블이 순식간에 꺼져 최고치 대비 수천 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운용 자산 규모 550억 달러의 헤지펀드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10월 24일 뉴욕에서 열린 자산관리 CIO 글로벌 포럼에서 “회사 차원에서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했으나 투기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투자 판단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