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열분리’를 추진해왔던 한진해운이 한진그룹 품을 떠나지 못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진해운 신임사장으로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한진 석태수 대표가 내정된 가운데 대한항공에서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참여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분리는 물론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의 경영권마저 위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산업은행 등에 제출한 자구계획에서 3000억원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 주주배정 방식으로 대한항공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도 이사회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릴 경우 최은영 회장의 경영권도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는 한진해운홀딩스(지분 36.56%)이며 한진그룹은 대한항공(16.71%) 등을 통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27.45%를 소유 중이다. 최은영 회장 측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은 본인(7.13%)과 두 딸(각 4.73%) 등 26.49%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으로부터 빌린 1500억원을 1년 내 갚지 못할 경우 담보로 잡힌 한진해운 지분 15.36%가 넘어갈 수도 있다.
여기다 한진해운 신임사장은 조양호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석태수 대표가 내정됐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과 한진에서 쌓은 물류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우수한 경영실적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영향력 강화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최은영 회장도 지난달 26일 고 조수호 회장 추모식에서 기자에게 경영권 향배와 관련 “세상만사 물 흐르듯 가야한다”며 “조양호 회장과 한 팀으로 한진해운 회생과 관련한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경영권보다는 회사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최은영 회장의 경영권 향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한편 한진해운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대한항공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49분 현재 대한항공은 전일대비 3.31%(1000원) 떨어진 2만9250원에 거래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