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넘어간 학교 내 성범죄
‘위험수위’ 넘어간 학교 내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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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건수 대비 징계 수위 여전히 낮아

최근 각급 학교 내에서 성 관련 범죄가 빈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사가 제자를 상대로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급증해 더 이상 그냥 두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사가 본인의 직분을 잊은 채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한 성적 추태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사진은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기사와 무관 ⓒ뉴시스

교사 성범죄↑, 솜방망이 경징계…법규마련 시급
징계수위, 일관성·기준 無 …심각한 문제로 지적
대구시교육청 “성범죄 교직원 교단서 영구 퇴출” 

최근 발생한 학교 내 성범죄 가운데 가장 충격을 안겨준 사례는 지난 1987년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330만부 이상 팔린 시집 홀로서기로 한때 국민시인으로 폭넓게 사랑받았던 서정윤(56)씨가 본인이 근무하는 대구 소재 모 중학교에서 제자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사건이다.

국민 시인에서 성범죄 교사’?

지난 118일 서 씨는 재직하던 학교 교무실에서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여학생의 입을 맞추고 껴안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아 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됐다. 서 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한편 지난 1129일 서정윤 교사가 소속됐던 대구 모 중학교 재단은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서 교사에 대해 해임을 결정했다. 이번에 재단이 내린 해임 조치는 애초에 대구시교육청이 요구했던 단계인 파면보다는 상당히 낮은 징계 수위여서 일벌백계치고는 미흡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이렇게 예상 보다 서정윤 씨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진 이유는 서 씨와 피해 학생이 이미 합의했으며 피해 학부모 역시 서 교사에 대한 탄원서를 징계위원장에게 낸 것이 참작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황은 이렇게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지금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유명한 문학작품을 낸 시인이, 더군다나 귀감이 되어야 할 교사직에 근무하며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무척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여전히 많다.

이렇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사가 본인의 직분을 잊은 채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성적 추태를 저지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22일에는 오산시 소재 한 고등학교 교사가 여직원을 상대로 강제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중징계 의결이 요구됐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오산시의 모 공립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50대 교사 B씨는 지난 7월 하순 경 수업을 마친 뒤 같은 학교에서 교육 실무직원으로 일하는 C(·20)씨에게 평상시 신세진 것이 많으니 밥을 한 번 사겠다고 제의했다.

이들 두 사람은 용인시 소재 한 음식점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B 씨는 이후 간 노래방에서 갑자기 C 씨를 끌어안는 성추행을 저질렀다. 당시 노래방에서 C 씨는 B 씨에게 거부 의사를 확실하게 보인 다음 본인의 부친에게 긴급 연락해 B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B 씨를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B 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런 법적 조치와는 별도로 경찰로부터 수사 통보를 받은 경기도교육청은 이 사건을 조사한 뒤 공무원 품위 손상에 대한 책임으로 교원인사(징계)위원회에 B 씨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교사들이 성추행 및 성폭행이라는 최악의 범죄의 주역이 되는 사례가 빈발하는데도, 고작 경고 수준의 견책·감봉·3개월 미만의 정직 등의 솜방망이 경징계를 받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징계 의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시스

초등교사 성범죄가 가장 많아

아울러 최근 경상남도에서는 여제자를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가 결국 직위해제 되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21일 경남 창원교육지원청은 불미스러운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창원 소재 모 초등학교 교사 A(40)씨에 대해 1129일 자로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A 씨는 지난 9월부터 11월 초순까지 청소시간에 같은 반 여학생 등 모두 여덟 명의 엉덩이와 무릎을 수차례 만졌다. 피해 학생들은 상담교사와 상담하는 도중 본인이 당한 피해사례를 신고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창원교육지원청은 지난 1128일부터 이틀에 걸쳐 대책실무팀을 해당 학교에 급파해 경찰관, 관련자 및 피해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

피해 학생들의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한 창원교육지원청은 직위해제 조치를 내린 한편 A 교사의 성추행 여부에 대한 조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한편 A 씨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성추행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그냥 여학생들이 귀여워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128일 대구지검 형사3(부장검사 고민석)는 대구 소재 모 여자고등학교 교사 A(38)를 불구속 기소하고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A 씨는 자신의 여제자를 성추행한 뒤에 성폭행까지 저지르려 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지난 22일 본인 승용차에 교교 2학년 여제자(16)를 태운 뒤 대구 시내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이후 A 씨는 여제자에게 술을 마시도록 권유했고 술을 마신 제자가 취한 상태로 잠이 들자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며 성추행을 저질렀다.

아울러 A 씨는 며칠 뒤인 27일에 역시 본인의 자동차 안에서 잠이 든 여제자의 속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여학생은 사건 직후 충격을 받고 학교를 그만둔 뒤 심리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해마다 교사들이 저지르는 성 관련 범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일정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아 관련 법규 마련이 조속히 필요한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16일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168건의 교원에 의한 성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도 별 발생건수를 보면 200934201034201139201246건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교사가 저지르는 성범죄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인 것이다.

학교급별로 보면 총 168건의 성범죄 사례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가 무려 60중학교 교사 56고등학교 교사 50유치원 및 특수교사가 각각 1건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심신이 미약한 어린이를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가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사례가 가장 많아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

성범죄 연루 교사퇴출 방침

그렇지만 발생 건수에 비해 징계하는 경우는 터무니없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원 수에 대비한 징계 건수는 초등학교 0.033% 중학교 0.05% 고등학교 0.037%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중학교 소속 교원의 성범죄 징계 비율이 오히려 가장 높은 반면 초등학교 교원의 징계 비율이 가장 낮다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교직원이 징계를 받게 된 성범죄 사유를 보면 강간 14준강간 및 강간미수 3성추행 79성희롱 29성매매 14간통(불륜 및 이성과의 부적절한 관계) 25기타 3건 등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에 대한 징계 수위가 뚜렷한 일관성이나 기준 없이 무작위적으로 결정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강간을 저지른 교직원의 경우 중징계에 해당되는 파면 조치가 내려진 경우는 4, 해임 조치는 4건이며 경징계에 해당되는 조치인 감봉은 1, 견책조치는 2건이 내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반인도 성폭행을 저지르면 거의 구속되는 상황인데 교사에 대해서는 강간 혐의가 입증됐는데도 경징계 조치에 그치는 상황은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며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성추행의 경우도 중징계에 해당되는 파면이 3, 해임은 6건의 조치가 내려졌지만 경징계에 해당되는 감봉이 5, 견책은 무려 12건이 내려지는 등 전반적으로 교육계에서는 성범죄와 관련한 징계가 일관성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현숙 의원은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성추행 및 성폭행이라는 최악의 범죄의 주역이 되는 사례가 빈발하는데도, 고작 경고 수준의 견책·감봉·3개월 미만의 정직 등의 솜방망이 경징계를 받고 있다향후 시도교육청 징계위원회에 외부인사 및 여성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징계 의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지난 122일에는 대구시 교육청이 교원 성범죄와 관련하여 성범죄를 저지른 교직원은 교단에서 영원히 퇴출하기로 결의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울러 대구시 교육청의 이와 같은 조치가 다른 지역 교육청까지 확대될 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시 교육청은 교내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교직원 성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성관련 비위 교육공무원에 대해 강화·개정된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앞으로 징계를 엄중하게 집행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성범죄로 형 및 치료감호가 확정된 교직원은 집행 종료,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간 교단에서 배제시키기로 했다.

또한 학생 대상 성폭력 예방 행동지침을 현실화 해 공개된 장소 이외에서 학생과 신체 접촉 행위를 막고 성적인 용어가 포함된 칭찬 및 장난을 금지시켰다. 이와 더불어 학생과 상담할 경우에는 학교 내에 지정된 장소에서 실시하고 교사와 학생 비율이 1대 다수를 이뤄 상담을 하도록 규정했다.

만약 교사와 학생이 부득이하게 11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면 반드시 상담교사가 배석하도록 했다. 또한 학생의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는 물론 가벼운 내용이라도 성적인 뉘앙스가 있는 농담은 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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