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이 밝힌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했을 가능성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4일 ‘장성택 실각설’에 대해 그 진위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고스 국장은 “당장 내일이라도 북한 관영 언론에 장 부위원장이 건재하다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났다는 보도가 나올 수도 있다”며 “북한 당국이 역정보를 흘려 북한 정권 내 권력투쟁 상황을 외부에 알리면서 불안감을 조성, 미국이나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추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스 국장은 만약 실각이 사실일 경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권력 공고화를 위해 ‘장성택 밀어내기’ 가능성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장 부위원장과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했을 가능성 △이 두 가지의 복합적인 결과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래리 닉쉬 박사도 미국 매체인 미국의 소리(VOA)에 “북한 정부의 움직임과 중국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배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닉쉬 박사는 특히 “장성택이 중국 지도부와 친밀했던 북한의 고위급 인사였던 만큼 중국의 반응을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전문가들은 만약 장 부위원장이 실각이 사실이라면 김정은 지배체제가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터프츠대학 외교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교수은 VOA에 ‘장성택 실각설’과 관련, “김정은이 이번에 고모부를 숙청했다면, 김정은 체제가 지금까지 불안했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권력이 공고하게 됐다기보다는 김정은이 이미 집권을 확실히 했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존 박 동북아 선임연구원도 RFA에 “만일 장성택의 실각이 김정은 권력 공고화 과정의 완결판이라면 이는 김정은이 나이 든 후견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박 선임연구원은 장 부위원장이 북한 정권에서 몇 안 되는 대표적인 자금 조달책으로 꼽힌다고 지적하면서 만일 그의 후임이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한다면 북한 정권의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