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사상 초유 광고없이 방송
'PD수첩' 사상 초유 광고없이 방송
  • 김부삼
  • 승인 2005.11.30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 대통령 '나도 MBC 기사가 짜증스럽지만' 광고 취소는...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황우석 논쟁에 노무현 대통령이 가세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논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줄기세포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여론을 보며'라는 제목으로 기고문에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윤리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의 보도를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MBC를 공격하는 누리꾼들을 직접 비판한 것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노 대통령은 기고문을 통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왜 일개 사건에 대해 직접 기고하지 않으면 안되었는지에 대한 속내를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노 대통령은 처음 MBC 'PD수첩'의 취재보도와 관련해 측근의 보고를 받고 당황하기도 했으나, 광고 12개 중 11개가 취소되는 사태로 비화되는 등 큰손의 입김이 작용하는 듯한 인상이 풍기자 이에 쐐기를 박고 대통령의 의중과는 관계가 없음을 밝힐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여진다. 노 대통령은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에 관하여 MBC PD수첩에서 취재를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처음 취재방향은 연구자체가 허위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로 황 교수가 매우 힘들어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라는 말로 보좌관의 보고가 중심을 잃고 있었고 이에 따라 MBC 취재진과 황 교수 문제를 짚어내기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과학기술보좌관이 MBC PD수첩에서 난자기증문제를 취재하는데, 그 과정에서 취재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연구원들이 고통과 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를 하면서 대책을 의논해 왔다. 노 대통령은 "나도 MBC의 이 기사가 짜증스럽다"며 "취재의 계기나 방법에 관하여도 이런 저런 의심을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연구과정의 윤리에 관하여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방법이 꼭 이렇게 가혹해야 할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는 표현으로 MBC 'PD수첩'의 보도로 심기가 불편했음을 솔직하게 밝혔다. '황우석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MBC 'PD수첩'이 29일 이례적으로 광고없이 방송을 내보내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MBC는 "사실상 모든 광고주들이 'PD수첩'에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상업방송에서 시청자가 거의 없는 오후 4∼5시대와 심야 시간대에 광고없이 방송되는 경우는 있지만 네티즌 등의 항의로 광고가 전면 취소되기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난 2000년 SBS '한밤의 TV연예'의 방송 내용에 불만을 품은 서태지 팬들이 광고업체 불매운동에 나서 일부 기업주가 광고를 중단한 적이 있다. ◆'MBC PD수첩' 광고 12개 결국 모두 취소 MBC 'PD수첩'의 황우석 교수 연구팀 난자 의혹 보도 논란이 네티즌의 광고불매 운동으로 번지고, 그런 가운데 노 대통령까지 나서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언론의 진실규명이 정당하냐 부당하냐'인데도, 일부 네티즌의 광고불매 운동 추진이라는 극단적 상황과 이에 따른 노 대통령의 '훈수'가 이어지면서 거친 공방이 벌어지는 등 본질이 왜곡된 채 굴러가고 있다. 사태는 노 대통령이 MBC와 극렬 네티즌을 향해 양비론을 제시한 뒤에도 진정되지 않고 'PD수첩'에 붙던 모든 광고가 끊기는 사태로 나타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는 28일'PD수첩'방송 전후 시간에 광고를 내보내온 광고주 11곳이 광고를 전면 취소했다고 밝혔다. 광고 중단요구를 관철시킨 황우석 팬들은 "민심의 승리"라고 자축하면서 더 나아가 MBC 사장 퇴진 운동이라는 정치운동까지 벌일 태세다. 인터넷상에서 '아이러브 황우석' 카페 운영진은 MBC 공개사과 및 제작관계자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29일부터 사장퇴진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MBC에 대한 향후 행동방침'을 내놓고 네티즌 서명운동, PD수첩 및 9시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거부(광고기업 불매운동) 운동, MBC 시청 거부운동을 3대 행동수칙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전개에 대해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는 28일 성명을 내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진실보도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분명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폭력이자 역사의 퇴행"이라고 우려했다. 집단적인 몰매 현상속에서도 MBC는 황우석 교수 연구 관련 'PD수첩' 제2탄을 제작 중이다. PD수첩'의 한학수 PD는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발표 논문의 진실성'과 관련된 보도를 준비 중"이라면서 "이제는 발표하고 싶지 않아도 늦출수록 의혹이 커지기 때문에 보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 "PD수첩 광고취소 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난자 출처 의혹을 보도한 MBC PD수첩이 광고 중단 등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데 대해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획일주의가 압도할 때 인간은 언제나 부끄러운 역사를 남겼다"고 우려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MBC PD수첩이 몰매를 맞는 수준을 넘어 12개 광고주 중 11개 광고주가 계약을 취소했다는 것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관용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PD수첩 보도, 황 교수 기자회견 등을 거론하며 "양해가 이뤄지는 듯한 여론을 보면서 윤리 기준을 정비, 다시는 이런 혼란을 겪지 않게 된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른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보니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도 MBC의 이 기사가 짜증스럽다"면서도 "그러나 막상 MBC의 이 보도가 뭇매를 맞는 모습을 보니 또 다른 걱정으로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저항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적 공포는 이후에도 많은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를 주눅들게 하는 금기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노 대통령은 PD수첩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는 "취재의 계기나 방법에 관해 이런저런 의심을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며 연구 윤리에 관해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방법이 꼭 이렇게 가혹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당초 PD 수첩에서 취재하고 있는데 기자(PD를 의미)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연구원들이 힘들어한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대통령이 뭐라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경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 "대통령 나설 일이냐"… 청와대 '당혹'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관련, '난자매매' 보도를 한 MBC PD수첩을 네티즌들이 거세게 비난하는데 대해 '도를 넘는다'고 밝히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노 대통령 '비난 여론'이 형성되는 등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갈등을 매듭짓자는 노 대통령의 취지와 달리 네티즌들은 28일 "이게 대통령이 나설 문제냐"며 반발, 오히려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많은 네티즌들은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MBC를 옹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오전 현재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등 각종 포털사이트와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는 "촛불시위로 재미본 노 대통령은 이런 말할 자격 없다" "그렇게 관용을 좋아한다면서 왜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엔 관용을 못 베푸나" "평소 자기 도와줬다고 이번에 MBC 봐주자는 거냐" "이게 대통령이 나설 일이냐"는 등의 비난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 'tkfdwjdal'은 "인터넷 여론몰이로 지금 대통령 자리에 앉은 사람이 누구냐"며 "웃기는 군 '너나(노 대통령이나) 걱정하세요~'"라는 유행어를 비유해가며 비난했다. 'jjha55'는 "대통령의 역할이 언론을 평가하는 것이냐. 광고취소되면 통치하는데 무슨 문제가 생긴단 말인가"라며 "서민들 사는 데 도움이 되는 말씀만 하시라. 내년엔 공공요금도 껑충 오른다는데"라고 개탄했다. 'minaki2'는 "나팔수가(MBC) 몰매를 맞고 있으니 어떻게든 보호해 주려고 기를 쓰는군"이라고 비난고 'ychangh0211'는 "소위 국가 최고 지도자가 일개방송국에 잘 보이려고 하느냐"고 비난했다. 'hansom98'는 "화약을 등에 지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격이 되어 버린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괜히 나서 일을 더 심하게 만든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chynku'는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했다. 대통령이 된게 누구때문인데"라며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네티즌들이 필요없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대통령이 할말을 잘했다" "대통령의 소신있는 행동이 국민과 언론을 조금씩 움직여 나갈 것"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건설적인 비판이지 포퓰리즘을 앞세운 바람몰이식 비난이 아니다"는 등의 찬성 글도 눈에 띄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같은 네티즌들의 비난여론에 대해 "대통령이 MBC 보도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극단적 반응을 문제 삼았을 뿐이지 네티즌 전체를 매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MBC PD수첩 시청자 항의 봇물, '폭로성보도' 언제까지… MBC가 '황우석 사태'로 또 다시 곤경에 빠졌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로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켜 국민들의 자긍심을 일깨워준 서울대 황우석 교수. MBC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황 교수가 매매된 난자를 이용해 줄기세포 연구를 했으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폭로한 뒤, 시민들로부터 집단 반발을 사고 있다. 광고를 모두 철회당한 PD수첩은 방송 전후에 광고없는 방송을 하게 됐으며, 황 교수를 지지하는 팬클럽 및 네티즌들은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인데 이어 MBC 최문순 사장 퇴진운동까지 벌일 태세다. MBC가 비단 'PD수첩'의 황우석 교수 보도로만 비난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초에는 MBC '가요콘서트'가 열린 경북 상주 공연장 사고로 11명이 사망하고 170여명이 부상하는 초대형 방송사고로 심한 곤혹을 치렀다. 또 지난 7월에는 MBC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인디밴드 멤버가 성기를 노출하는 대형사고를 내 프로그램이 폐지됐고,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에선 출연자의 음부가 노출되는 장면이 여과없이 방영되는 등 잇따른 대형 악재에 휘청거리는 사이, 장기간 침체에 빠져있던 프로그램 전반의 경쟁력은 더욱 가파르게 하락했다. MBC의 위기는 외형상 대형 악재들의 영향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심각한 것은 바닥에 떨어진 프로그램 경쟁력이다. AGB닐슨에 따르면 지난주 시청률 순위 20위권에 MBC 프로그램은 한 편도 들지 못했다.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드라마 시청률이 10% 안팎에 머물고 있고, 오락 프로그램은 전멸에 가깝다.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KBS '뉴스9'에 더블 스코어로 밀리는 것은 물론, SBS '8뉴스'에까지 추월당한 상황이다. MBC 내부에서는 잇따른 방송사고를 다른 원인에서 찾고 있다. 지나친 내부경쟁이 원인이라는 것. MBC의 한 관계자는 "내부경쟁이 심해서 조직을 하나의 방향으로 끌어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때는 MBC만의 큰 장점이 됐지만 현재는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으로 변질됐다"고 아쉬워했다. 노조는 8일자 노보에 실은 '최문순 체제 8개월 평가'에서 "파격적인 인사가 일 중심의 조직과 조직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활기 저하라는 부작용만 나타났다. 파격적인 인사정책이 몰고 올 후폭풍에 대비책이 전혀 없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한 PD도 "특히 제작 부문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한 결과, 현장에서 뛰어야 할 사람이 '책상'으로 물러앉고 결국 가뜩이나 부족한 현업 인력이 더욱 감소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방송업계는 MBC의 계속되는 방송사고에 대해 일단 MBC 내부 조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마디로 너무 안일하게 방송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심지어 MBC PD수첩 취재진은 자신들의 편리한 취재를 위해서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처럼 속이고 황우석 교수팀에게 처음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도윤리 상실의 논란마저 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