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후계구도 ‘완결’ 향해가나?
삼성 후계구도 ‘완결’ 향해가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삼각구도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예상보다 일찍 단행되며 향후 삼성그룹 후계구도에 대한 전망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승진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이룰 ‘역학구도’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지난 2일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오른쪽)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삼남매가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 두자매의 역할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받치는 것으로 한정 지으려는 포석이다 등 해석이 분분하다. ⓒ뉴시스

나홀로 승진 이서현, 영향력 한층 강화
부회장 승진 무산된 이부진…해석 분분
“삼 남매 대등위치 vs 두 자매 역할한정

지난 12월 2일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화제가 된 내용은 바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승진이다. 이서현 부사장은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승진되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됐다.

이서현, 오빠·언니와 대등해졌나?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번 승진을 계기로 이서현 사장의 그룹 내 위상은 한층 강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삼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에서는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경제평론가는 “최근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분리되어 나간 것을 볼 때 이서현 사장이 에버랜드 사장직까지 맡게 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뿐만 아니라 이서현 사장은 기존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 직책까지 그대로 유지하게 됐기 때문에 삼성그룹 내 영향력이 한층 강화된 인사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그룹 내에서는 “이서현 사장이 그동안 자사 패션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왔기 때문에 이번 승진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또한 재계에서는 이서현 사장이 이번 승진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부진 사장과 일견 서로 대등한 위치에 올라 일종의 ‘삼각 편대’를 이루게 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평가한다.

이 평론가는 “그런데 이렇게 이재용-이부진-이서현이라는 삼각 구도가 과연 서로 동등한 파워로 균형추를 맞추는 모양을 나타내는 꼴인지, 아니면 이재용 부회장을 꼭짓점으로 하여 ‘두 명의 이 사장’이 아래를 받치는 형국인지는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현재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에 대해 각자의 관점에 따라 상반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첫 번째는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삼성그룹의 절대적인 핵이자 중추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경영을 도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경제평론가는 “누구나 알듯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마어마하다”며 “이렇게 세계적 규모의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현재 위치는 아무래도 동생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삼성전자의 강력한 위상은 이번에 단행된 사장단 및 임직원 인사에서도 유감없이 위용을 떨쳤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 조치 된 여덟 명 가운데 삼성전자 출신이 무려 일곱 명이나 된다.

이와 아울러 삼성그룹이 지난 12월 5일 발표한 2014년 정기인사에서도 삼성전자 임직원이 대거 승진을 하는 결과가 나와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에 삼성전자에서 신임 임원으로 승진한 161명을 포함해 무려 226명이나 되는 인원이 2014년 정기인사 승진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후계구도 만전 기하려는 의도?

이번에 신임 임원으로 승진된 전체 인원은 331명 선이며 승진된 전체 인원이 475명인 것을 감안하면 각각 신임 임원 가운데 48.6%, 전체 임원 중 47.8%가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한 경제평론가는 “삼성그룹 내 계열사 수를 감안하면, 이렇게 삼성전자의 임원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사실은 그만큼 삼성전자의 절대적인 위상을 만방에 떨치는 뚜렷한 증거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올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쾌거로 인해 ‘성과주의’를 철저히 준수하는 삼성그룹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른 결과”라는 설명도 있지만, 그만큼 삼성전자의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을 뚜렷하게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이서현 사장의 승진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로는 바로 이번 인사에서 이부진 사장이 승진하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퍼졌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재계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뿐만이 아니라 올해 삼성그룹 인사에서는 부회장으로 승진한 인물이 아예 없다는 것이 주된 특징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여러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이부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거라는 전망이 우위를 점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이 사장이 사장 직책을 가진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사장에서 부회장직으로 승진하기까지 기간이 2년 걸렸다는 점을 보면 다소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굳이 이부진 사장을 그대로 두고 이서현 사장을 승진시킨 것은 후계구도에 좀 더 만전을 기하려는 의도가 반영됐기 때문 아니겠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의도에 비추어 보면 “일단 이서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다음 이재용-이부진-이서현이라는 삼각 구도를 만들어 대한 각자에 대한 실력 검증 및 경쟁을 확실히 해두려는 하려는 포석”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구도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삼성전자를 책임지고 있는 장남 이 부회장을 중심에 놓고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을 삼성 지주회사 격이라 할 수 있는 삼성에버랜드 사장으로 승진시켜 장녀인 이부진 사장과 동등한 급으로 세팅해 후계 검증 시스템에 균형 장치를 달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현재의 그룹 수장으로 올라서기까지 다년간에 걸쳐 그리 수월하지 않게 걸었던 여정을 떠올리게 되는 면이 다분해 더욱 의미심장하게 비춰진다.
한 경제평론가는 “삼성그룹의 지난 역사를 보면 이건희 회장이 처음부터 완벽한 ‘후계자’로 낙점을 받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상당히 극적이라 할 우여곡절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의 사태’ 대비하려는 의도?

이 평론가는 “원래 1960년대 말 고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 파동과 대한비료 헌납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이맹희 씨가 그룹 경영을 상당 기간 맡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런데 이후 그룹 운영 능력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이맹희 씨는 결국 물러나고 이병철 회장이 현업에 복귀해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하고 오랜 기간 ‘수업’을 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러한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이건희 회장 이후 삼성그룹을 이끌고 갈 후계에 대한 청사진 또한 ‘경영 능력 검증’이라는 최우선 원칙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어차피 이건희 회장 이후 삼성그룹은 앞으로 세 남매가 각자 맡은 분야를 중심으로 일종의 계열사가 분할되는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현재 일어나는 승진에 대해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보는 견해도 상당히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부문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리조트 등 서비스와 건설·중화학 부문을, 이서현 사장은 패션·광고 부문을 이끄는 분할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에 삼성이 이서현 사장만 승진시키는 바람에 겉보기에는 이부진 사장과 동등한 위치로 끌어올린 결과를 야기시키기는 했지만, 이는 결국 두 자매가 이재용 부회장을 각자 맡은 범위 내에서 ‘받치는’ 역할로 한정 지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삼남매의 ‘삼각 편대’ 구도는 그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 그룹 내에서 전폭적으로 능력을 검증받고 완전히 조직을 장악한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냐”는 심층적인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당분간 이들 남매간에 조성된 일종의 라이벌 구도를 보다 확실하게 가동시켜 이를 통해 특히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후계자들의 경영 능력을 보다 업그레이드 시켜보려는 이건희 회장의 의도가 대폭 반영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는 견해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이런 후계구도 메커니즘을 통해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의 앞날에 돌발변수로 부각될 지도 모를 ‘후계자 자질’을 둘러싼 문제점을 가능한 한 최소화 시키려는 뜻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123 2013-12-07 13:11:00
흥미로운 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