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 위기 놓인 쌍용건설
절체절명 위기 놓인 쌍용건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장폐지·법정관리 임박 ‘악재’

쌍용건설이 6개월 만에 워크아웃 중단 및 기업 상장폐지 위기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군인공제회와 긴급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고, 결국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설득을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금융당국 또한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쌍용건설이 워크아웃 중단 및 기업 상장폐지 위기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사진 뉴시스)

추가지원 여부 의견충돌 팽팽…법정관리行?
“해외 입찰서 국내 건설사 타격 입을 수도”
김석준 회장 책임론…위기직면에 사퇴압박?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쌍용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상황에 임박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쌍용건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군인공제회에 대한 설득을 결국 포기한 데 따른 것이다.

채권단·군인공제회 이견

이로써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쌍용건설 일부 사업장의 공사대금 계좌를 가압류하면서 요구한 원리금 1,235억 원에 대한 상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쌍용건설 자금 지원을 놓고 채권단 간에 의견 불일치로 인한 파국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2월 11일 다수의 금융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산업·국민·신한·하나 등 쌍용건설 채권은행들은 ‘채권단 운영협의회’라는 제목 아래 실무자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채권단 은행들은 추가 자금지원 사안을 포함한 쌍용건설 정상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하지만 격론 끝에 결국 서로 다른 의견만 확인하고 이번 주에 최종 결론을 내는 것으로 회의를 끝내야했다.

이날 운영협의회에서 우리은행 측은 쌍용건설의 완전한 자본잠식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출자전환 없이 쌍용건설을 상장 폐지하는 조건으로 3,000억 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각 채권단 은행에 동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동의서에는 3,000억 원의 신규 지원 자금 중에는 쌍용건설이 군인공제회에 지급 보증한 1,235억 원(원금 850억 원 및 이자까지 합친 금액)을 상환하는 데 우선적으로 쓰이게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채권단이 우리은행의 제안한대로 합의에 이르러 원리금 상환이 진행된다면 군인공제회가 쌍용건설에 대해 걸었던 가압류 조치는 해제된다. 지난 12월 6일 군인공제회는 쌍용건설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 원리금 약 1,200억 원을 받지 못한 관급공사 현장 일곱 곳에 대해 채권 가압류를 신청한 바 있다.

군인공제회 측은 약 850억 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원금 가운데 올해는 400억 원을 받고 내년에는 나머지 450억 원을 상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최근 채권단과 원금상환 일정 및 이자 부분 등에서 의견이 충돌하는 바람에 결국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 채권단 가운데 일부는 군인공제회 원금·이자 상환을 골자로 하는 신규 자금 지원 사안에 대해 “쌍용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은 더 이상 곤란하다”며 지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채권단은 “쌍용건설에 투여되는 신규자금이 군인공제회의 상환자금으로 활용되는 계획안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존부터 강조하던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가면 건설업계 타격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측도 이날 회의를 개최한 이유가 어차피 군인공제회와의 협의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일단 채권단의 쌍용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의견을 물은 다음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쌍용건설은 더 이상 워크아웃은 어렵고 사실상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군인공제회도 가압류 조치를 철회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쌍용건설과는 올해 4월부터 여러 달에 걸친 협의를 통해 대출 원금 850억 원 가운데 400억 원은 올해 안에 채권단 지원금을 통해 갚고, 나머지 450억 원은 내년 중 상환하기로 합의했다”며 “가압류는 끝내 상환이 안 될 때 군인공제회 측에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조치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한 경제평론가는 “만약 채권단의 쌍용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 안건이 최종적으로 부결될 경우 결국 쌍용건설은 상장폐지 및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최악의 사태로 치닫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평론가는 “현재로서는 채권단 간은 물론 군인공제회와의 의견 충돌이 워낙 팽팽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단과 군인공제회의 중재 자리를 다시 한 번 더 추진할 수도 있어 아직은 두고 보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만약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가뜩이나 암울한 국내 건설 시장이 다시 한 번 치명타를 맞게 된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약 1,40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는 쌍용건설에서 받아야 할 상사채권 3,000억 원이 동결되기 때문에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현대건설이나 GS건설 등 다른 주요 건설사의 물량도 받아오는 우량한 곳이 많다”며 “이 때문에 쌍용건설의 법정관리는 다른 건설 기업에게도 그냥 넘기기 힘든 악순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쌍용건설의 법정관리가 현실화되면 3조 원에 육박하는 쌍용건설의 해외 건설 공사도 치명적인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쌍용건설은 해외 공사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쌍용건설의 트레이드마크이자 그동안 역동적으로 공들여왔던 해외건설 영역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이른다. 쌍용건설이 맡은 프로젝트는 8개국 16개나 되며 금액으로 따지면 약 3조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이들 해외 건설 및 국내 공사와 관련해 끊어준 보증서만 해도 1조원이나 된다”며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보증서에 대한 지급 요구가 한꺼번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경제평론가는 “결국 상황이 이렇게 연쇄반응으로 전개되면 쌍용건설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건설사의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자칫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건설 입찰에서 아예 제외되는 상황을 맞이하는 등 해외수주 면에서 적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더불어 쌍용건설의 상장폐지 및 법정관리로 인해 개인 소액주주 5,477명이 입을 수 있는 피해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양그룹 사태 못지않은 심각한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김석준 사퇴’ 여론도 되살아나

그렇지만 이처럼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나타날 수 있는 온갖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업계 안팎에 만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은 “해외 수주에 대한 활로가 이미 막힌 상황이기 때문에 쌍용건설의 상장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완강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이제부터는 금융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쌍용건설에 대한 우려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쌍용건설 법정관리 가능성에 대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며 계속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중재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채권단 은행과 군인공제회 사이의 의견 불일치가 너무나 팽팽해 아직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월 6일과 9일 두 차례 중재 자리를 마련했지만 우리은행과 군인공제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금융위원회는 체면만 구겨지고 한걸음 물러난 상태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며 “금융위원회 또한 쌍용건설에 대해 다시 한 번의 중재 자리를 마련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쌍용건설 채권단 역시 금융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군인공제회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에게도 부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결국 통하지 않았는데 금융위원회라고 해서 군인공제회를 수월하게 설득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털어놓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렇게 쌍용건설이 상장폐지 및 법정관리에 빠질 위험에 직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쌍용건설 채권단 내부에서는 김석준 회장에 대한 사퇴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워크아웃 및 인수합병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부진한 해외수주 등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김석준 회장에 대한 해임 논의는 벌써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이루어졌다. 지난 3월에는 이전 대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가, 7월에는 은행 채권단이 김석준 회장의 사퇴를 추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당시에는 ‘김석준 회장에게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 보자’는 의견이 워낙 많아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며 “하지만 쌍용건설이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리면서 김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