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대중음악, 방향을 다시 잡아라 2.
한국 현대 대중음악, 방향을 다시 잡아라 2.
  • 정흥진
  • 승인 2005.12.06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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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는 리쌍
◆웃고 있는 리쌍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 웃음이 아니며, 걷고는 있어도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는 발걸음에 의미 없는 걸음이 되어버린 아픔. 실연을 당한 가슴,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황 상태를 표현한 리쌍의 '내가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이다. 최근 가요계에 커다란 돌풍을 일으키며, 10대부터 30~40대 중․장년층까지 폭 넓은 사랑을 얻고 있는 리쌍. 사실 ‘리쌍’이라는 힙합 그룹의 유명세 때문에 그들의 새 노래 '내가 웃는 게 아니야'가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순전히 노래를 듣고 난 후 ‘누가 불렀을까?’하는 물음표에 대한 해답으로 리쌍은 노래와 함께 주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스타 이미지에 의한 성공이 아닌 음악적 완성도 자체에 의한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10대와 20대에 한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같은 힙합 음악이 세대를 뛰어 넘는 사랑을 받을 수 있을만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즉흥적인 그루브에 의한 자기 발산이 아닌 이유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발표된 힙합이나 댄스 음악들이 흥겨움과, 섹시 혹은 정열의 표현 등을 주로 해왔던 것에 비해 '내가 웃는 게 아니야'의 리듬과 가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가슴에 파고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보컬의 걸죽한 보이스를 바탕으로, 웃고는 있지만 마음은 찢어지는 아픔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 노래 가사는 애절함에 더한 아련하도록 흐느끼는 정서를 전달하고 있다. 더욱이 그 정서의 전달이 호소력 짙은 발라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 가사의 내용과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힙합이라는 장르는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라는 역설적 의미를 전달하기에 기가 막히도록 잘 어울린다. 우리 전통의 정서를 빗대어 표현하자면, 감정 표현에 있어서 직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의 힙합과 댄스 음악들이 감정의 여과 없이 강렬함과 경쾌함만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리쌍의 '내가 웃는 게 아니야'는 반쯤은 몸을 맡길만한 비트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또 반쯤은 아련한 정서도 지니고 있는 적절히 조화를 이룬 혼합적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젊은이들의 귀에 익숙하면서도, 전통적 정서를 가득 내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기의 비결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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