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잠룡, 때 이른 용트림 왜?
야권 대선 잠룡, 때 이른 용트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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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손학규·안희정 등 ‘차기 워밍업’ 시작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막 일 년이 되는 시점에서 ‘잠룡’으로 꼽히는 야권의 주요 거물들이 차기 대선을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출판기념회를 통해 일종의 출정식을 알린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물론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듯 서서히 기지개를 커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작업까지 가세해 야권 주요 거물들의 행보는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대선이 치러진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선 잠룡들이 이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리턴매치를 펼치게 될지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이는 바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석패한 뒤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다가 올 연말을 기점으로 다시 중앙 정치 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차기 염두’ 본격 활동 시작한 문재인 의원
이러한 문재인 의원의 활약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사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문재인 의원은 상당히 수세에 몰렸다”고 회고했다. 바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과 관련된 대화록이 실종된 사건 때문이었다.

이 평론가는 “이 사건으로 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문 의원은 ‘사초 폐기의 장본인 아니냐’는 새누리당 측이 깔아 놓은 프레임에 상당 기간 동안 갇혔던 게 사실”이라며 “현재 문재인 의원은 ‘더 이상 수세에 몰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의원은 최근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를 출간하며 사실상 “차기 대통령 선거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회고록 출간과 동시에 문재인 의원은 지난 12월 14일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해 정계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북콘서트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를 역임한 한명숙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이른바 ‘친노’로 분류되는 인물 및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이 대거 집결해 마치 대통령 선거 출정식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문재인 의원은 현 박근혜 정부를 향한 비판 가득한 발언을 거침없이 설파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과시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일 년 동안 현 정부는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을 감추려고 노력한 것 말고는 개혁과제를 한 게 거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 및 청와대를 향해 날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문재인 의원은 “제가 부족한 탓에 여러분의 뜻을 이뤄 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고 아쉽다”며 “하지만 5년 뒤로 미뤄졌을 뿐이다. 2017년에는 미뤄진 염원을 반드시 이루기 위해 또 다시 시작해보자”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의 발언 가운데 ‘다시 시작해보자’의 주어는 생략되어 있기는 하지만 문맥상 ‘2017년 재출발’의 주체가 문 의원 자신임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한편 문재인 의원은 오는 12월 27일 부산에서 두 번째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내년 초부터는 전국 순회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어 문재인 의원의 ‘세몰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대선 심경 토로한 안철수 의원
이 같은 문재인 의원의 광폭 행보에 대해 정계에서는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친노 계파의 재결집 움직임 아니냐”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장본인이 선거 끝난 지 일 년 남짓한 시점에서 다시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게 자연스럽지는 않다”는 견해가 많다.

반면 한 정치평론가는 “요즘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크게 변동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국 운영에 대해서는 여러 면에서 신뢰감을 주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런 불안정한 틈새를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야권의 정공법이라고 본다”라며 “이런 점에서 최근 문재인 의원이 보여주는 행보는 그동안 실망스러웠던 야권의 면모를 쇄신시킬 수도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렇게 문재인 의원이 예상보다 빨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지난 대선 야권 연대의 한 축을 이루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안철수 의원은 지난 11월 28일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한 뒤 새정치추진위원회를 통해 신당 창당을 위한 인재 영입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명분상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정계에서는 사실상 안 의원을 중추로 여기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지난 19일 안철수 의원은 18대 대통령 선거 1주년을 맞은데 대한 심경을 처음 공개적으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날 안철수 의원은 본인의 고향인 부산 광장호텔에서 제2차 새정치추진위원회 설명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제 평생 결단 중 제일 힘들었던 결단이자 가장 마음을 먹고 했던 결단이 바로 대선후보 사퇴였다”며 “나름대로는 솔로몬 재판에서 생모의 심정이었다. 그래서 내려놨다”고 밝혔다.

이어 안철수 의원은 “미래를 위한 전진을 위해 감정 소비하는 후회는 절대 하지 않고 오히려 지난 일로부터 내가 과연 어떤 것이 부족했는지,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일들을 해왔다”며 “작년 대통령 선거의 경우에는 결국은 저도 대선 패배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국민들께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처럼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된 시점에 이르러 선거 결과를 놓고 사실상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의 ‘공동책임론’을 내세우며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안철수 의원은 향후 문재인 의원 및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국민들께서 보시기에는 정치권이 다음 정권은 누가 잡을까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결국 그런 것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대한민국 정치를 불신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예의 신중한 자세를 드러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은 “저희들의 생각과 기본적으로 같은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말씀을 나누고 협조를 하겠다”며 야권 통합이나 차기 대선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 꾸준히 야권의 잠룡으로 평가받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최근 여야 모두를 겨냥한 비판 발언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친노의 포스트 주자로 평가 받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본격적으로 대권행보에 나선 모양새다. ⓒ뉴시스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문재인·안철수 의원 외에 야권에서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선 잠룡’으로 꼽힌다. 손학규 고문은 지난 12월 16일 본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회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고문은 “나 자신의 위치와 위상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고 국민에게 빚을 갚는다는 자세로 나를 바치겠다고 다짐한다”며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한 뉘앙스를 가득 암시했다.

이와 아울러 손학규 고문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손 고문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단일화나 연대에 의지해서 치르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편법으로 지분을 나누어 가지면 설령 지방선거는 이길지 모르지만 차기 정권은 민주당에게서 계속 멀어지게 된다”며 거침없이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안희정 충남지사도 민주당 내에서 새로운 ‘잠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월 17일 안희정 지사는 충남도청에서 가진 도정 결산 송년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대권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안희정 지사는 “정신적으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적자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집안을 이어나가는 맏이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고 밝혀 다음 대통령 선거 및 경선에 뛰어들 수 있다는 뜻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이렇게 야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군으로 꼽히는 인물들이 각자 활발한 활동을 개시하는 상황에 대해 민주당 내부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이렇게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권과 관련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로는 일단 앞으로 차기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게 일차적인 시각이다”라며 “여기에는 ‘너무 빨리 터진 거품은 너무 빨리 꺼지기 마련’이라는 걱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현재 민주당이 제1야당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허겁지겁 대권 선점만 노려서는 자칫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민주당 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12월 17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개인의 정치적 목표를 내세울 때가 아니라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우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대선 주자군들이 급격하게 치고 나오는 행동을 견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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