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발 묶고 자기 속 채우는 귀족 노조, 대한항공 파업
승객 발 묶고 자기 속 채우는 귀족 노조, 대한항공 파업
  • 권은수
  • 승인 2005.12.09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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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의 특수성과 승객을 볼모로 파업 강행
지난 7월 아시아나 항공 노조파업에 이어 7일 대한항공 노조파업이 시작됐다. 아시아나 노조파업은 세계항공업계 사상 최장 기간인 25일간을 파업하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파업을 끝냈다. 7월 아시아나항공 파업 당시 회사의 매출 손실은 2530억원, 관련 업계 피해액만도 1948억원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단거리 위주인 아시아나 항공과 달리 대형기, 장거리 노선 위주로 돼 있어 피해(하루 손실액 253억원 예상)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2000년 2차 파업 때는 단 하루, 2001년 3차 파업 때는 사흘을 버티다 노조 요구 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 3차 파업 당시에는 '경영․인사권 관련 요구사항을 내건 파업은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까지 후에 받아냈지만 그 당시 합의해 준 외국인 조종사 감축(2007년까지 25~30% 감축)은 지금까지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2차 파업 때 합의한 '편승시간(조종사 교대를 위해 승객으로 탑승하는 시간)을 비행시간에 포함한다'는 규정은 외국 항공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규정이란 지적이다. 7월 아시아나항공 파업 때 노사 양측이 이 규정을 두고 '우리도 대한항공 같이 해달라' '전 세계에서 대한항공에만 있는 규정'이라고 맞서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의 특수성과 승객 볼모로 파업 감행한다는 비난 대한항공 노조파업 첫날인 8일, 승객들의 불편과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53%달하는 결항은 승객의 발을 묶을 뿐만 아니라 수출을 해야 운영 되는 기업들에게도 피해만을 안겨주었다. 노사 대화협상은 중단된 채 해고자 복직 문제가 새로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며 노사 양측이 감정 대립 양상까지 보여 주었다. 중요한 업무출장을 가진 승객들이나 상황을 모른 채 귀국했던 승객들은 공항 대기실에서 새우잠을 청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와 조종사 노조는 공식적인 협상자리를 갖지 못한 상태. 회사 측의 강경부 노사협력실장은 “이번 파업의 진짜 목적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그동안 노조 측이 비공식적으로 요구해온 해고자 복직”이라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회사 측은 노조가 농성장에서 나와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선(先) 파업해제 후(後) 대화’를 주장했다. 노조 측도 쉽게 파업을 풀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 인근 영종도 인천연수원에는 7일부터 농성 중인 400여 명의 조종사 외에 8일에도 추가로 집결하는 등 동참 조종사들이 700여 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 1만여 명의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고소득 직종인 조종사들이 항공업계의 특수성과 승객을 볼모로 파업을 감행하려는 것은 어떤 명분과 논리를 내세워도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없다”며 “사내 기타 직종의 동료들에게도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나서 노노(勞勞) 간 갈등 비화 조짐을 보였다. 한편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서는 노동부와 건설교통부의 태도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노동부 장관에게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긴급조정권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노동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귀족 노조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이번 대한항공 노조파업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소득으로 인정받고 있는 조정자들이 임금을 올려 달라 파업하고, 결항을 시킨다면 그들 가까이에 있는 정비공들은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월 100여만 원의 월급을 한달내내 기름때와 씨름하는 정비공들에겐 1억 가량의 그들의 연봉을 준다면 이러한 노조파업을 시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요즘처럼 경기침체와 불황 속에 1억원 가량의 연봉을 받는 일도 드물고 청년 실업은 날로 높아져 더욱더 어려운 사회를 그려내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파업의 진짜 목적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그동안 노조 측이 비공식적으로 요구해온 해고자 복직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한다면 이번 노조파업은 길어질 것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 외 5개 경제단체에서는 현재 노조파업은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적은 근로시간에 고임금의 근로조건을 향유하고 있음에도, 국가경제의 타격과 국민의 불편을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귀족노조’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파업은 “해고자 복직 등의 불법적인 목적을 관철시키고, 조합원 지지도 하락과 단결력 약화를 만회하고 회사를 길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파업이 국민 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피해를 감안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신속히 발동해줄 것”을 촉구했다. ◆ 휴대폰, 반도체 업계 발 묶여. 대한항공 노조파업은 우리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휴대폰이나 반도체 분야에서는 수출 분량이 많은 시기인 만큼 외국으로 물류를 수송하기 위해 화물 항공을 이용하고 있는데 하루에 60%이상 결항되는 항공기에 외국에 물류를 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노조파업이은 지속될 경우 외국 바이어들에게나 국민들에게 항공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할 수 있는 요지가 충분하다. 지난 아시아나 항공 파업도 마찬가지지만 항공계의 파업 조건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항공업계 특수성이 노조파업을 하면 대체할 인원이 없어 파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승객들의 불편함과 기업들의 항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승객의 개인적이나 기업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적인 악영향까지 초래한다는 점이다. 항공계 노조파업은 국가적으로도 대책이 필요하다. 노조파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자신들의 소임을 다하고 승객에게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연말 ‘항공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파업대책본부를 설치해 비상수송 대책을 수립하고, 비노조원, 외국인 및 노조원 중 운항참여자를 최대한 투입해 국내 제주노선 및 중, 단거리 국제노선 위주로 운영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승객들을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는 노조파업은 이제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조정자들도 책임감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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