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깔끔하게 처신할 때다
지방자치단체장, 깔끔하게 처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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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역 자치단체장들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처럼 3선 연임 제한으로 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단체장이 있는가 하면, 강운태 광주시장처럼 당 안팎의 경쟁자들과 치열한 혈투를 벌여야 할 단체장도 있다.

그런가 하면, 차기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 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한다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 도중 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장을 하면서 전국적 지지 세력을 넓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대선을 착실히 준비하고자 한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건너뛰는 편이 더 좋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 가지 중요한 변수가 더 생겼다. 3김 시대 때도 드물었던 현상으로, 대선이 끝난 지 불과 1년여 만에 차기 대권주자들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엔 단순한 의지의 표현 정도로 해석됐지만, 점차 국민적 시선이 집중되면서 조기에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직 너무나 때 이른 현상이라 크게 견제하는 분위기가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장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렇게 변두리에 있어도 되나 싶은 초조함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대권 엘리트코스라 불리는 서울시장직을 맡고 있는 박원순 시장은 대권보다 서울시장 재선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잠룡들이 그를 경쟁자로 보고 있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친박계가 당을 장악한 이후 미래권력이 무주공산 상태인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당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로, 김 지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손학규, 임창렬 지사만큼 도지사를 오래했다”며 “이제 그만하는 것도 도리 아닌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말 그대로 차기 지방선거 불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발언이었던 것이다.

다만 그는 명확한 불출마 선언에 대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고심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고, 최근엔 당내에서도 김 지사 차출론에 불을 지피며 그의 출마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엔 민주당 친노파의 또 다른 포스트 플랜으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장자라는 자부심이 있다. 집안을 이어나가는 맏이기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며 대권도전의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안 지사 역시 “아직 힘이 많이 부족하고 더 많이 단련된 정책비전이 필요하다”면서 “도지사로서의 업무에 전념하는 것이 이런 문제를 푸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지사직을 당장 내려놓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이처럼 자치단체장들이 다른 생각을 하면서 풀뿌리 행정을 책임지고 있다는데 있다. 지방행정의 수장이 자신의 미래 거취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고민만 깊어가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행정의 공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선거 시즌을 틈타 공직기강 해이 사건들이 빈번한 이유들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스스로 지방행정보다 차기 대권 등 다른 잿밥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자치단체장들은 지금이라도 도민과 시민들을 위해 차기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해야 할 것이다.

임기가 남은 마지막 순간까지는 지방행정에 모든 것을 올인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당권이든 대권이든 자신의 정치적 꿈을 펼칠 수 있는 깔끔함을 기대하고 싶다. 그것이 건전한 우리 정치문화의 발전이자, 국민을 위하는 진심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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