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시장 업계 1위를 달리며 소위 ‘잘 나가고 있던’ OB맥주가 예기치 못한 난관들에 부딪히고 있다. 12월 현재 기업가치 4조원 상당으로 평가되고 있는 OB맥주가 조세탈루 의혹을 받으며 국세청으로부터 1천5백억 원대 세금을 추징당한 것. OB맥주는 지난 2009년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콜로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니티웨커티파트너스(AEF)에 인수된 이후 가파른 실적 개선을 보여 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세금 추징에 따른 이미지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롯데주류의 경쟁 가세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매각 여파 등으로 OB맥주가 시장에서 다시 찬바람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세금 탈루 사건은 OB맥주의 이미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초 한국사회를 뒤흔든 ‘페이퍼컴퍼니’ 파문 및 박근혜정부의 숨은 재원 찾기 노력과 맞물려 논란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상당수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OB맥주를 순수 국내 자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세금 탈루 사건으로 OB맥주의 지배구조가 100% 외국자본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OB맥주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고,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심리를 가진 소비자들의 경우 충분히 경쟁 업체 맥주로 돌아설 수 있는 대목이다.
OB맥주의 지분 구조는 다소 복잡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09년 외국계 사모펀드인 KKR과 AEF는 OB맥주 지분 100%를 당시 18억 달러, 우리 돈 2조3000억 원에 매입했다. KKR과 AEF는 OB맥주를 공동 인수하며 차입매수 방식의 M&A를 활용했다.
이들은 인수자금의 45%만 직접 조달했고, 나머지 55%(1조2650억 원가량)는 국내 투자법인인 몰트홀딩과 몰트어퀴지션 2개 법인을 활용해 차입금을 조달했다. 차입금은 OB맥주로 넘겨 갚아가는 방식을 취했다.
여기서 몰트어퀴지션은 몰트홀딩의 100% 자회사이고, 몰트홀딩은 셀레노스홀딩스라는 네덜란드법인의 100% 자회사다. 또, OB맥주를 인수한 KKR과 AEF는 셀레노스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지배구조에 따라, OB맥주의 수익은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쓰여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돌고 돌기는 하지만 OB맥주 수익은 대부분 대주주에게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었던 셈이다.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소득에서 제외’ 허점 노려
OB맥주 측 일단 추징금 납부, 조세심판원 통해 불복 절차 진행
그런 가운데, OB맥주의 대주주인 KRR 등은 OB맥주 실적 개선에 따라 거액의 배당금을 받고도 세금은 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세청이 올해 초 OB맥주에 대한 정기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KRR 등 대주주들은 2009년 이후 무려 7100억여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아갔지만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100% 지분을 소유한 네덜란드 법인이 국내에 설립한 지주회사 ‘몰트홀딩’에 이 돈이 지급돼 왔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일까?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소득에서 제외한다’는 법인세법 조항이 사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몰트홀딩이 OB맥주 청원공장에 주소만 두고 사무실이나 종업원 등은 없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국세청은 네덜란드 법인은 물론 국내 지주사인 몰트홀딩 등을 모두 OB맥주 대주주들이 조세 탈루를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판단했다.
이에, 국세청은 배당 소득의 실제 주인이 대주주인 외국계 사모펀드 KRR과 AEF 등으로 보고 이달 초 OB맥주에 1,55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KRR 등 대주주는 추징 받은 세금을 일단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OB맥주 측은 몰트홀딩은 인수 자금을 빌리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었다며 탈세 의도가 없었다고 억울함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와 함께 조세심판원을 통해 불복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