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년, 안녕들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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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으로 얼룩진 2013년, 소통이 살아난 2014년을 기대한다

박근혜 정권 출범 첫 해인 2013년, 정치권은 그야말로 정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 해를 보냈다.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불거진 인사 문제는 여야가 허니문 기간도 없이 정쟁을 벌이게 되는 서막을 올렸고, 이후로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지난 대선 갈등은 아직까지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겨져 있다. 특히,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고자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한 공안 통치는 여야 관계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했다. 이 과정에서는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이 폭발하기도 했고, 참다못한 시민들은 분노를 표출하며 다시 거리로 나서기까지 했다. 1년 동안이라 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던 것이다. 2014년 청마의 해를 맞이하며 지난 한 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치권 뉴스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되짚어보기로 했다.

▲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2013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국민대통합을 국정 핵심과제로 내세웠지만, 한 해가 저물고 있는 지금 국민들은 극심한 분열과 대립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뉴시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의 불통 조짐이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사가 만사임에도,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우려를 무시하고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던 인사들을 다수 기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2012년 12월 24일, 첫 번째 인사로 그동안 숱한 막말 논란을 빚어왔던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대변인에 임명했다. 극우보수 시각을 가지고 있는 윤 전 논설위원을 대변인에 임명했다는 자체가 야당에게는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야당은 국민대통합을 하겠다고 해놓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만 골라 발탁한다는 자체가 반통합적 행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인사파동,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결국 윤창중 대변인은 정권 출범 이후 청와대 대변인까지 맡게 됐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벗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을 수행했던 그는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고, 현지에서 곧바로 해임되고 말았다.

앞서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동흡 후보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명했지만, 당시 박근혜 당선인과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인사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인수위원장이었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 것. 결국 난타를 당한 김용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정권 출범 이후에도 정치권의 난맥상을 비판하며 미국으로 돌아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주식백지신탁 문제로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별장 성접대 파문의 김학의 법무부 차관 후보자, 무기중계업체 로비 경력의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 등 공직후보자들의 낙마가 줄을 이었다. 사실상 인사파동 수준으로,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인사’, ‘수첩인사’ 때문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정권이 공식으로 출범하기도 전부터 인사문제가 여야 갈등의 시발점이 됐던 것이다. 이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40%대 낮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얻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사파동 이슈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4월이 시작되면서 남북관계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들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 측이 자신들에 대한 존엄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통보해왔다. 남북 간 대화도 쉽지 않았고, 대화 테이블에 앉아서도 양측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남북이 감정의 골만 키우고 있는 사이 개성공단은 완전히 멈춰버렸고, 입주 기업들은 파산이 속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태도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며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 중국의 역할 등 국제정세의 배경이 있긴 했지만, 어찌됐든 북한은 결국 태도를 달리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박근혜정부는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첫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르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인사파동으로 뒤뚱거리던 박근혜 대통령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살려 놓은 셈이었다.

◆안철수 국회 입성과 끝없는 지난 대선 이슈
지난 4월 24일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대선의 핵폭풍이었던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 당선된 것도 주목할 만한 정치 뉴스였다. 4.24재보궐선거에서는 안철수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 친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 충청권 맹주를 노리는 이완구 의원 등이 함께 당선됐다. 이들 거물급 정치인들의 입성 또는 귀환으로 정치권은 크게 출렁거렸다.

특히, 안철수 의원과 김무성 의원의 원내 행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야권의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신당 창당과 차기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안철수 의원의 경우,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언론의 뉴스로 다뤄졌다. 김무성 의원의 경우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고 난 이후, 여당에 뚜렷한 리더십이 없었다는 점에서 존재 가치가 컸다.

두 사람은 모두 원내 귀환 직후 차기 대권 도전(안철수 의원의 경우 신당창당과 새 정치로 간접 표현)에 대한 뜻을 감추지 않으며, 박근혜 정권 1년 차에 조기 대권경쟁이 불붙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6월이 되면서는 이때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국정원 정치개입 문제에 대해 여야가 국회 국정조사 특위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정조사에 합의하기까지 여당은 지속적으로 시간끌기와 물 타기를 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물 타기의 핵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이었다. ‘NLL 포기’ 이슈로 국정원 대선개입 이슈를 덮고자 하는 여당의 전략으로 풀이됐었다.

결국 국정원에 대한 국조특위가 열렸음에도 이슈가 양분되면서 야당은 힘을 모으지 못했고,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의원은 또 여기에 말려들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말았다.

결국 국정조사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민주당은 여당의 이슈 물타기-국정조사 방해 등을 비난하며 거리로 나갔다. 김한길 지도부는 서울광장에서 시작한 장외투쟁을 전국 투어로까지 끌고 갔지만, 민생외면 비판을 우려해 54일 만에 원내에 복귀했다. 정기국회가 개회된 지 3주나 지난 9월 23일이었다.

하지만, 원내에 복귀하면서도 민주당은 여전히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사실 규명과 만족할 만한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못했다. 특히 추석 연휴 직전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에서 3자회동까지 가졌지만,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감사 내내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는데 화력을 집중시켰다. 여당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꺼내들어 이에 맞서면서 여야는 끝도 없는 지난 대선 이슈로 서로 멍이 들어갔다.

◆김기춘,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다
박근혜 대통령이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 질책성 인사를 단행하고 김기춘 실장을 새로 임명한 것 또한 지난 한 해 정치권에 빠질 수 없는 뉴스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장외투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인 8월 5일 김기춘 실장을 비롯해 홍경식 민정수석 등을 새롭게 자리에 앉혔다.

▲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박근혜 정권의 공안통치 뇌관으로 보고 있다. 야권은 이들이 검찰을 초토화시키고 여야의 끝없는 대치상황을 만들어놓은 장본인들이라며 강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이광철 기자

문제는 김기춘 실장이 지난 1992년 14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의 핵심 당사자였다는데 있었다.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의 김기춘 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을 새롭게 발탁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공안정치 부활을 극도로 우려했다. 게다가, 김기춘 실장은 정홍원 국무총리보다도 검사 기수가 한참 위였다. 서열관계가 투철한 법조계 생리상 김기춘 실장은 자연스럽게 막후 실세로 불리며 정권의 2인자 역할을 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가 막후 실세로 움직이면서 검찰이 길들여지기 시작하고, 각종 공작정치의 그림자가 정치권을 뒤덮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야권에서는 김 실장의 발탁 이후 박근혜 정권이 불통의 면모를 갖게 됐다며 강하게 비난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문제다. 국정원 수사에 대해 의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던 채 전 총장은 어느 날 문득 ‘혼외 자’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불미스럽게 총장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야당은 채동욱 전 총장을 끌어내린 힘이 결국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고, 그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김기춘 실장을 봤다.

또, 채동욱 전 총장뿐만 아니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까지 수사에서 배제되는 일이 있었다. 윤석열 외압 논란에 대한 진실 규명 과정에서는 검찰 내부의 극심한 내홍까지 발생했다. 결국 윤석열 전 팀장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22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감하고 법복을 벗고 말았다.

온 나라가 들썩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파문도 김기춘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오고 난 직후 발생한 일이었다. 이석기 의원 등이 RO라는 지하조직을 통해 국가전복을 시도했다는 혐의인데, 당사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고 맹렬 반발했다. 하지만, ‘종북’ 프레임에 벌벌 떠는 민주당은 이들과 선 긋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석기 사태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간 완전한 결별을 재촉한 셈이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들도 국정원과 검찰의 파상공세에 대처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해명은 오히려 더 큰 불신을 낳았고, 여론은 통합진보당에 대해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 틈에 여권에서는 사상 초유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헌재에 청구하기까지 했다. 이 무렵부터 여권에서는 정부 비판 등 반정부 목소리를 내면 모두 종북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만들어갔다.

◆새해엔 분노가 가라앉을 수 있을까?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놓고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던 사건은 ‘항명성 사퇴’ 논란을 낳았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파문이었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안에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진영 전 장관은 청와대가 자신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마련한 데 대해 크게 자괴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청와대의 도 넘은 권력 행세가 진 전 장관의 사퇴 배경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김기춘 실장을 지목한 것이었다.

문제는 진영 전 장관은 친박계 핵심 인사였다는 점에 있었다. 이 때문에 친박 인사들 사이에 탈박행렬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고, 이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세 빌미가 돼주기도 했다.

▲ 2013년 연말 철도민영화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잠들어 있던 시민들의 분노가 깨어났다. 철도노조 파업과 맞물린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은 우리 사회의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마지막으로, 2013년 한 해를 꿰뚫는 하나의 이슈가 연말을 즈음해 폭발력을 갖기 시작했다. 바로 철도민영화 등 각종 공공재에 대한 민영화 의혹에 따른 국민 분노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처음부터 폭발력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제대로 소통하지 않음으로써 민영화 의혹은 불이 붙게 됐다. 그에 더해, 파업에 나선 철도노조를 정부가 마구잡이식 탄압함으로써 억눌렸던 감정들까지 터져 나왔다.

한 대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안녕하지 못한 대중들의 삶의 현실을 송곳처럼 후벼 파고 들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같은 반정부 성향의 목소리들은 윗세대들과 정치권에까지 울려 퍼지며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을 일으키게 했다. 켜켜이 쌓인 반정부 정서들이 철도민영화 논란과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을 타고 화산처럼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3년 연말,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한 국민적 분노가 2014년 새해에는 가라앉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분노는 분노의 대상은 물론이고 분노하는 자신에게도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가 새해에는 소통과 국민 화합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정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모든 국민의 기대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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