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현실, 비관론에 젖을 이유 없다
한국 경제의 현실, 비관론에 젖을 이유 없다
  • 정흥진
  • 승인 2005.12.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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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한탕주의식 위기론, 이젠 접을 때
한국 경제. 과연 위기인 것인가, 안심해도 괜찮은 것인가. 최근 연말의 분위기를 타고 내년 경제를 예측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쏟아지고 있는 경제 관련 기사들이 과연 얼마나 국민들에게 올바른 판단으로 전달되어지고 있는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들의 심리를 이용해 한탕주의를 해보자 하는 언론들의 경제 관련 기사들에 대해 경제 기자 출신의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은 5일 쓴 소리를 가했다. 언론과 경제와의 관계에 대해서, 또 한국 경제가 과연 위험 수위에 처해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 차장의 말을 들어보았다. ◈한국 경제 위기는 아니다 언론이 경제위기론을 특별한 근거 없이, 주기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하게도 1987년 6.29선언 이후 민주화 과정을 밟을 때부터 인 것 같다. 위기론에는 항상 재계의 의견이 가감 없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새로 출범한 행정부가 무엇인가 큰 일(경제개혁)을 하려할 때마다 경제위기론이 어김없이 불거졌다는 사실이다. 경험했던 첫 번째 경제 위기론은 노태우 정부시절 조순 경제부총리 때이다. ‘총체적 위기’라는 신조어도 그 때 나오게 된 것이다. 영어로 ‘Total Crisis’라는 말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경제기획원 출입기자로서 맹렬하게 위기론을 강조하던 나는 곧 후회했다. 그 위기론은 거의 100% 틀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조순 부총리는 하차하였고, 경제개혁은 수포로 돌아갔다. 1990년 3당 합당 후 조직된 새 경제팀은 강력한 경기부양책(4·4대책)을 썼다. 그러나 4·4대책은 나중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잘못된 정책’이었다. 또 하나의 위기론은 김영삼 정부 때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초기, 그 때도 위기론이 창궐했다. 경기논쟁이 정부안에서조차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정부는 당시 위기론을 받아들여 ‘신경제 100일 계획’이라는 단기부양책을 동원했다.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에는 진짜 위기였는데도 언론은 침묵했다. 본인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기자들이 그러했다. 어설픈 국익우선론에 편승하여 위기론을 펴지도 못했다. 결국 IMF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많은 경제기자들이 반성하고 또 반성했었다. 김대중 정부 때에도 경제위기론은 어김없이 나왔다. IIMF 사태 수습 때야 그렇다 치고, IMF 위기를 간신히 수습한 후 한숨 돌리자마자 언론에서 ‘제 2의 IMF 사태론’을 강력하게 제기한 것이었다. 한참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인데, 경기대책을 세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내수진작책이었다. 그 때의 신용카드활성화대책은 결국 신용불량자만 양산했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IMF 사태이후 국내언론이 국내경기전망에 대해서는 습관적으로 비관론을, 현실경제에 대해서는 시시때때로 위기론을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언론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반면, 주요 외신들과 외국의 금융기관 경제연구소 등은 비교적 냉정한 전망을 한다. 지금도 한국경제에 대해 위기론을 제기하는 외국 언론이나 연구기관은 아직 없다. 그 결과 외국투자자들에게 횡재의 기회를 주고 있다. 주식시장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한국어로만 정보를 입수하는 한국투자자들(한국신문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알짜주식을 팔아 버린다. 기회 있을 때마다 삼성전자 등 블루칩을 매도한다. 거의 모든 언론이 “경제가 곧 망할 것 같다”는 분위기를 강조하는데,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주식투자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어로 한국경제를 접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블루칩을 기회 있을 때마다 산다. 2004년 초에는 이런 현상이 너무 극명하게 나타났다. 언론은 항상 비판적인 사고를 해야 하기에 위기론도 좋다. 그러나 위기론처럼 기사 내용이 파괴적일 경우, 논리적 근거나 역사적 사례 제시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론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여, 중환자 취급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무엇을 위한 위기론 제기인지 답답한 심정이다. ◈주마가편인가?, 주마간산인가? 언론은 주마가편의 기능을 해야만 한다. 달리는 말(정부)에 채찍질을 해야 더 잘 달릴 것이다. 이것은 애정의 채찍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제위기론은 주마가편의 도를 넘었다. 애정의 채찍이 너무 지나쳐, 하마터면 ‘달리던 말’이 죽을 뻔했다. 국내 언론계의 경제비관론 기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한번 세운 논리의 체계를 뒤집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한국경제의 장단기 전망이 지난해의 위기론적 접근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경제팀은 위기론을 방어하느라, 애간장을 태웠다. 그들을 향한 언론의 화살은 독하고도 날 선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꿋꿋이 잘 버텨냈다. 만약, 과거 정부의 경제팀처럼 경제위기론에 무릎을 꿇고, 단기 부양책을 동원했더라면 지금 우리경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언론은 위기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청와대와 정부당국을 크게 질타했다. 위기론을 수용하지 않자, 정권의 오만(독선), 좌파정권, 포퓰리즘 등속을 들먹이거나 국가지도자가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면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그 때는 정말이지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정부가 위기론을 인정하는 순간, 다음의 수순은 정해져 있다. 그것은 바로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이지 않겠는가? ◈과거 정부 단기부양책, 거의 모두 실패 판정! 불행하게도 과거정부의 인위적인 단기 경기부양책은 모두 실패작으로 판명 나고 말았다. 6공 시절의 4·4대책, 문민정부의 ‘신경제 100일계획’ 등이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부도직전의 국가경제를 ‘인공호흡’으로 응급처치를 해야 할 상황이었음으로 경기부양책은 불가피했다고 할 것이다. 참여정부와 과거 정부의 차이점이 많지만, 경제정책에 있어서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 있다. 바둑으로 치면 참여정부는 ‘정석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회복의 사이클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경기가 일단 회복되면 지속력이 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스로 보행하는 아이와 어른의 부축을 받아 보행하는 아이는 다르다. 그렇다고 언론인들에게 주마간산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가 상승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경제상황이 예상외로 좋다.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거시적 관점에서 좋은 징조들이 많다. 주가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주가가 핵심적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의 자본가들이 한국의 주식을 사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정권출범 초기나, 경기부양책으로 국내경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지만, 지금의 주가는 암울했던 위기론을 어렵게 극복하고 자력으로 경제가 회생하는 초입에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거시전망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물론, 미시적 난제도 많기는 하다. 사회적 양극화 문제, 청년실업문제, 내수경기 침체 등 ‘고질병’이 우리의 앞을 가리고 있지만, 국가경제의 전체 모습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미시적 현안도 지혜를 모으면 해소되어 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기사 영향력, 기자 본인 생각보다 10배, 100배 더 커 세계는 바야흐로 경제전쟁의 시대이다. 그런 만큼 경제기자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져 가고 있다. 경제기자는 정부의 경제행정가나, 대학 또는 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현실경제의 기업인 또는 금융인이 보지 못하는 ‘그 무엇’을 경제흐름 속에서 찾아내 던져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렵고 고달픈 일이지만, 그 과업을 경제기자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방송, 신문, 인터넷 등 경제기자가 쓴 한 줄 기사가 국민의 경제심리를 좌우한다. 경제전쟁에 나선 우리 ‘전사들’의 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경제기자들의 실제 영향력은 본인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10배, 100배 더 크다. 언론계를 떠나 홍보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소회이기도 하다. ◈왜곡보도 국내외 악순환 차단해야 언론보도도 세계화를 치닫고 있다. 국내 뉴스는 삽시간에 전 세계에 퍼진다. 경제기사 악순환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혹시 지난해의 경제위기론처럼 국내언론이 한국경제를 잘못 진단한 기사를 대서특필할 경우라도, 이것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전해진다. 외국의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이 외신을 보고, 한국경제를 평가한다. 어이없게도 국내언론은 이 외신을 다시 받아쓴다. 기막힌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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