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 기관장에서 중도 퇴임한 인사가 한국석유화학협회의 부회장으로 선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이 최근 “방만경영 개선 의지와 실행력이 부족한 기관장은 임기 관계없이 조기 교체할 것”이라며 개혁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일선에서는 이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뉴시스에 따르면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김현태 전 석탄공사 사장이 이날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석유화학협회 임시총회에서 상근 부회장으로 선임됐다고 전했다. 김 전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무역조사실장과 지식경제부 보험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석탄공사 경영을 맡기도 했다.
문제는 김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으로 재직한 시절 방만경영을 개선하지 못해 중도 퇴임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김 전 사장은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석탄공사의 부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고 해임됐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김 전 사장에 대해 “중장기 발전사업으로 단순 전산시스템 도입을 선정하는 등 전략선택에 실패한데다 부채해결을 위한 노력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때문에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 부회장직이 경영자질이 의심되는 공기업 출신 인사의 ‘노후대책’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최근 윤상직 장관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가 연달아 공공기관 개혁을 강조해온 상황에서 김 전 사장의 석유화학협회 상근 부회장 내정은 그 의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석유화학협회 상근 부회장직은 회장의 권한을 위임받는 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업계 현안을 챙겨야 하는데다 산업자원부, 환경부, 노동부와 SK종합화학,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38개 회원사 사이에서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자리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뉴시스에 “회장단에서 지난 10월부터 차기 협회 대표를 누구로 할 것인지 논의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