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남녀 1만 2천명 대상으로 한 현대인의 성실태 보고서
1948년 인디애나 주립대학에서 동물학을 연구하던 알프레드 킨제이(Alfred Charles Kinsey) 교수는 록펠러재단과 국립연구평의회의 후원으로 두 사람의 협력자와 함께 미국의 모든 연령·직업·계급에 걸쳐 남성 5,300명과 인터뷰를 통해 ’인간에 있어서 남성의 성행위(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1953년에는 여성 5,940명을 인터뷰하여 ’인간에 있어서 여성의 성행위(Sexual Behavior in the Human Female)’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금기시하던 현대인의 성생활에 대해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이 보고서를 통칭하여 ’킨제이 보고서(Kinsey Reports)’라고 부른다. 킨제이 보고서는 성에 대해 학문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보고서나 다름없었고, 이로 인해 성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성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밝혀냄으로써 은밀하고 금기시하던 성생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성문제를 학문적인 연구대상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되자 미국 언론들은 앞다투어 그 내용을 보도했는데, 그 이유는 이 보고서에서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동성연애, 혼외정사 등의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킨제이 보고서가 외설스러운 내용만을 취급한 저급한 보고서라고 평가절하된 면도 없지 않다고 한다. 킨제이 보고서가 발표되자 객관성이 떨어지는 인터뷰였다는 각종 비판이 쏟아졌는데, 먼저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이 중산층의 35세 이하 백인이었으며 킨제이 자신의 성향(동성연애자란 설이 있음)에 맞춰 자료를 수집했고 비정상적인 성생활에 주력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비판이 불거지자, 킨제이 교수의 후임자인 폴 겝하드(Paul Gebhard)는 비판의 대상이 된 부분을 수정한 상태에서 다시 동일한 인터뷰를 진행해 1979년에 ’킨제이 데이타(Kinsey Data)’를 발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킨제이 데이타는 원본 킨제이 보고서의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킨제이 보고서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었고 학술 서적으로는 유례없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8개국어로 번역돼 세계 전역에 퍼졌다. 킨제이 보고서는 사실 ‘플레이보이’지 보다 더 많인 판매되는 등 많은 이변을 낳기도 했다.
또한 그의 보고서는 노래와 만화, 사설의 주제가 될만큼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며, 알프레드 킨제이 박사는 그 해의 커버 인물로 모든 잡지 간행물을 장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했다. 킨제이 보고서는 미국인 미혼 및 기혼 남성의 자위행위 횟수에서부터 미국 여성들의 성경험 횟수, 미혼여성들의 자위행위 횟수와 방법, 기혼 여성들의 혼회정사 실태, 미국여성들의 첫성경험 시기 등 당시에는 입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내용들을 설문조사해 구성된 것이다.
하였고, 이것을 자료로 남겨, 성의 과학, 생활에 대한 저술을 했다. 킨제이는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설문들을 주기적으로 시행했으며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 나갔다. 킨제이 보고서가 나올 당시는 50년대, 즉 사회주의세력(소련)과 미국이 대립했던 때였다.
당시 이 보고서는 ‘미국인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고서’라는 언론과 정치인들의 강도 높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어떤 이는 알프레드 킨제이를 두고 소련의 첩자라고까지 매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킨제이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킨제이 보고서는 성을 과학으로 체계화시켰다는 데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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