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2부는 3일 서울시립미술관이 전시를 마친 국내 설치미술가 채미현(57)씨의 작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작품을 훼손해 채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시는 채씨에게 손해배상금 8500만원과 위자료 500만원 등 9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전시를 마친 뒤 작품을 반환하기 위해 운송을 맡기면서 취급요령 등에 대한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아 운송업체가 포장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발포제만을 깔고 작품을 운송했고, 결국 작품의 레이저장치 및 하부구조물 등이 부서져 작동 및 복원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립미술관은 작품 운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예술작품으로써의 가치가 전면적으로 상실된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립미술관 측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채씨가 남편과 1년여에 걸쳐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물이 부서져 채씨의 정신적 충격이 컸을 것을 고려해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립미술관은 2008년 3월1일~5월13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홍보를 위한 '배를 타고 가다가-한강르네상스, 서울전(展)'을 열었다.
채씨는 자신의 출품한 '시지프스의 신화200801' 작품이 전시가 끝나고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 해제·운송되면서 부서진 상태로 반환받게 되자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며 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