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성 간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범죄 발생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어 향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군대나 찜질방·사우나 등 기존의 동성 간 성범죄 사건이 빈발하는 곳 외에도 장소와 수법이 다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남성 간 성폭행 피해자, 해마다 증가세
성범죄 사건, 장소‧수법 갈수록 다양화
軍 성범죄 근절 노력에도 “갈 길 멀어”
상당수 전문가에 따르면 동성(同姓) 사이에 발생하는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 성범죄의 절대 다수는 남성과 남성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한 성상담 전문가는 “여성들 사이에서 성범죄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경우는 아무래도 남성 간에 일어나는 성범죄”라고 설명했다.
‘남성 간 성범죄’ 위험수위
이 전문가는 “남성 간의 성범죄가 빈발하고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남성이 본능적·성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남성은 이성에 대해서든 동성에 대해서든 성범죄를 저지를 때, 먼저 폭력이나 협박 등의 수단으로 상대방 의사에 반하며 제압하기 때문에 바로 범법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여성 동성애자의 경우 남성처럼 공격적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라며 “여성의 신체적·심리적 특성 상 상호 간 합의 없이는 강제적인 성행위가 이루어지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정기 국정감사에서 경찰청이 제출한 ‘2008년 이후 성폭력 범죄성별 및 연령대별 피해자 현황’에 따르면 2008년 이후 2012년까지 성폭력 피해를 입은 남성은 모두 4,704명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경찰 등 공권력의 강력한 근절 의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성폭력을 당한 남성 피해자의 숫자는 지난 2008년만 해도 총 701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918명으로 무려 217명이 늘어났다. 남성 성폭력 범죄 피해자 최대 발생 연령 계층은 30대·20대·40대 순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20대 성폭행 피해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2013년 한 해에도 다양한 형태의 남성 간 성범죄가 빈발했다. 특히 지난 6월 17일부터 관련 법률이 개정되어 동성 간 성폭행 피의자에게도 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실제로 가해자가 구속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7월에 구속된 이모(51)씨 사례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이 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른 남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을 적용해 전격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7월 20일 오전 3시 30분 무렵 서울 구로구 구로역 북 광장 앞길을 지나다가 만취 상태로 곤히 잠들어 있던 30대 남성 A씨를 발견하고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자신의 범행 광경을 목격한 환경미화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도망쳤다가 결국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경찰은 피해 당사자인 A씨가 범행을 당하는 순간 만취상태에 빠져 항거불능 상태에 놓였다고 파악하고 이 씨에게 준강간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6월 이전 범행, 처벌 어려워
이 사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런 형태의 성범죄 사건, 즉 새벽에 길가에 만취 상태로 잠들어 있는 상대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저지르는 사례는 주로 남성이 가해자,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대다수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이번 사건처럼 동성 간 성범죄가 번화가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은 이 같은 유형의 범죄가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징후로도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동성 간 성 관련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인 교도소에서도 얼마 전 동성 재소자 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광주교도소에 수용됐던 재소자 A씨가 동료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A씨는 “지난 2월부터 3월 사이 두 달 동안 모두 네 차례에 걸쳐 B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B씨는 추행 사실 가운데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다른 교도소로 이감 조치되어 지옥 같았던 나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B씨가 혐의를 일부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처벌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A씨의 증언에 따르면 B씨가 저지른 성범죄 혐의 가운데에는 이른바 ‘유사강간’에 해당되는 심각한 범법 사안이 있었는데도 피해자의 교도소 이감이라는 조치가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피해자 진술이 있었음에도 지난 6월 17일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유사강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아울러 동성 간에 일어나는 성범죄는 심지어 채팅을 통해서도 발생했다. 지난 4월 광주 북부경찰서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체팅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만난 동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뒤 금품까지 갈취한 혐의(특수강도 등)로 서모(2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 씨는 지난 4월 19일 오전 3시 무렵 광주광역시 북구 한 주택에서 이모(30)씨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차례 저지른 한 혐의다. 서 씨는 이날 이 씨의 현금과 스마트폰 등 128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서 씨는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 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호감을 느끼고 실제로 만났다. 이렇게 만난 자리에서 이 씨가 동성에 대해 성적 호기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 씨는 성관계를 요구했지만 여러 이유로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남성 간 빈발하는 성범죄에 대해 한 성 상담 전문가는 “그동안 동성 간 성범죄가 사우나나 찜질방 같은 곳에서 주로 일어났다면,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환경 및 상황에서 사건사고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 때문에 경찰 등 법집행 기관은 좀 더 유연한 자세로 동성 간 성범죄를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대 내에서도 ‘심각’
이와 아울러 남성 간 성범죄가 여성 간에 비해 빈발하는 이유로 “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남성들이 만 스무 살을 전후로 군에 입대해야 하는 병역 의무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성 상담 전문가는 “혈기왕성한 나이대의 남성들이 타의로 인해 이성과 거의 접촉하기 힘든 폐쇄적 장소에서 장기간 단체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극단적이고 왜곡된 형태의 성욕 분출이 언제 어디서나 무작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군대 내에서 동성 간 성범죄 발생 빈도가 이미 심각한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한 성범죄 피해자 487명 가운데 135명(27.7%)이 남성으로 밝혀졌다. 이는 군인 성범죄 피해자 3명 중 1명이 남성인 셈이다.
특히 동성인 상급자에게 성범죄를 당한 군인들은 군대 내에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는 위계질서나 개인적 수치심 탓으로 당장 신고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군내 동성 간에 벌어진 성범죄는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상으로 저지른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는 군 내부에서 벌어진 강간 범죄의 피해자가 남성일 때도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지난 6월 19일부터 성범죄와 관련된 군 형법이 개정된 것이다.
지난 6월 18일 국방부는 강간 범죄의 대상을 여성으로만 한정한 현행 군 형법 제92조를 개정해 강간 범죄의 대상을 남성까지 포함되는 ‘사람’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방부 강제 추행으로 처벌되던 일부 행위를 강간죄 범주에 포함해 처벌하도록 ‘유사강간죄’를 신설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군형법 제92조에 있던 친고죄 조항을 폐지시켜 앞으로 군 내부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군인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고소를 했느냐 안 했느냐와 관계없이 형사 처벌을 하도록 했다.
그동안 군 내부가 워낙 폐쇄성이 짙은 조직이라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료나 상관 등으로 얽혀 있어 고소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사례까지 빈번히 발생하는 바람에 일각에서는 “성범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국방부는 관련법을 강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했지만 그럼에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만으로 군 내부에서 만연하고 있는 성범죄를 완전히 근절시키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라며 다소 유보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