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근의 ‘경복궁 기행열전’ 그 역사 속으로
이노근의 ‘경복궁 기행열전’ 그 역사 속으로
  • 정흥진
  • 승인 2005.12.19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행정수도이전은 커다란 잘 못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행정수도이전 문제. 참여정부가 추진한 사업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사업이었기에, 정부의 정책과는 이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 전 헌재에서 행정수도이전건과 관련되어 이전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600여 년을 이어 내려 온 행정수도를 옮긴다는 것이 어쩐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정부의 이 같은 정책 추진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 하고 있다. 그러한 목소리들의 중심에는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오랜 시간에 걸친 실질적 행정 업무를 바탕으로 행정수도이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시 전 종로구 부구청장을 지낸 현 서울문화사학회 부회장인 이노근 서울시 이사관. 역사수필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이사관은 최근 자신의 저서 ‘이노근의 경복궁 기행열전’(부제. 경복궁을 알면 청와대가 보인다)을 통해 “행정수도이전은 역사적으로 볼 때 잘못된 것으로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필의 형식을 빌려 딱딱할 것만 같은 역사적 고증과, 정책적 사안을 흥미 있게 풀어내고 있는 그의 저서에서는 행정수도이전의 문제 뿐 아니라, 청와대의 명칭 등이 잘못 된 점에 대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한민족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고자 들고 있는 다양한 책 속의 예시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경복궁의 근정전은 황궁으로 지어진 것이라는 점이나, 궁궐을 건립할 때 공사실명제가 도입되기도 했다는 점 등은 그 일례로 볼 수 있다. 왕궁인 경복궁 근정전이 황제를 위해 지어진 건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은 궁궐칸 수가 1천 칸을 넘거나 발톱수가 5개의 오조룡 이상이면 황궁으로 봐야한다며, 중건된 경복궁은 7천 8백여 칸에 황룡도의 용 발톱 수도 7개로 황궁의 메시지를 충분히 담고 있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사대주의에 빠져있는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보게도 한다. 또한 경복궁을 지을 때 공사실명제를 도입하여 부실공사를 막으려했던 선조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는 대목도 실려 있어 책의 깊이를 잘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한편,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정수도이전 문제에 관하여서는 삼국시대부터의 역사적 고증을 예로 들며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고구려의 경우 수도를 만주 환인(桓因:졸본성)에서 집안(集安:국내성)으로, 다시 한반도 평양으로 옮겼으나 결국엔 멸망의 길을 걸었다는 점과, 백제의 경우에도 한반도 중심지 하남(河南:위례성)을 쫓겨나 웅주(雄州:공주)로, 다시 사비성(泗泌城:부여)으로 수도를 옮겼지만, 나라가 쇠잔해 막을 내렸다는 것 등을 예로 들고 있다. 또한 조선 역시 개성에서 한양(서울)으로 내려가더니 역사 속에서 우리의 영토였던 만주땅을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례했다는 점 등을 밝히며 정부는 행정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 이노근의 주장에 대해 경복궁 관할의 서울 종로지역구 출신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잘못된 천도역사가 우리민족이 만주땅을 잃어버리고 반도로 움츠려들게 했다”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 그리고 올바른 사관이 돋보인다. 경복궁을 소재로 우리의 천도 역사를 고증함으로써 정부의 수도이전, 수도분할 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문화, 역사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라고 하며 이노근의 저서에 대해 격찬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을 비롯해 서울산업진흥재단 사무국장, 종로구 등 3개 구청 부구청장 등을 지낸 베테랑 정통관료인 저자 이노근. 세계효문화운동본부 이사, 홍사단 교육운동본부 이사, 현정회 지도위원, 종로발전포럼 고문 등 각종 단체임원과 문인모임에도 적극적인 인물로서, 오랜 공직생활을 바탕으로 한 뚜렷한 자기 소신을 책 속에 담아내고 있다. 역사와 현실을 두루 통찰하는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이노근의 경복궁 기행열전’은 부록 포함한 355면으로 값은 1만원. 시중의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